계절이 지날 때마다 1년에 한 번은 크게 아픈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아빠를 닮아서 꼭 계절앓이를 한다했다.
링거 맞고 주사 맞고 약 먹었는데도
쉽게 낫질 않고 있어 조심조심하는 중이다.
몸이 아파야 잊혀지나보다.
정신이 없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앓다보면 또 어느새 툭툭 털고 일어나
그런 일 없었다는 듯 잘 지낼 것이다.
아마 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사진을 찍으니 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 드는 게 아니라
그렇게 계절앓이를 된통 하는 동안
몇 년을 훅훅 늙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어디가서 동안이라 말도 몬하겠네.
이제는 슬프지 않다.
아니, 슬프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그리 할 수 있지만
억지로 생각해내야 아, 나 좀 슬프구나 한다.
마음은 아픈데 잠자기 전
가슴 아래께를 누르지 않으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잊은 듯 잊혀진 듯 한다.
이게 맞는지는 모르지만.
아, 이제는 벚꽃을 봐도 너와 그 나무 밑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덜한다.
다행인가.
아팠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많이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안다면
너는 나에게 미안하고 미안하여
죄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원망을 하려다 아니 잠깐 원망을 했다가
그 마음마저 나를 아프게 하여 그만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여기
가만히 서 있는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아팠나보다.
괜찮아지겠지. 마음도 몸도 나아지겠지.
맛있는 걸 못 먹고 있는 건 조금 짜증이 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