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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게임을 했습니다.
게시물ID : lol_643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멜넘버나인
추천 : 10
조회수 : 1029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11/29 18:42:36
편의상 반말로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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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최근에 연이은 패치로 인해 마이와 트린의 밴픽률이 급격하게 오른 시기에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시험기간에 하는 롤이 제일 재밌다”는 언젠가의 아무개가 수놓은 명언을 몸소 실천하기 위하여 롤을 처음 접한 시즌 3 시기에 조금 하다가 시즌 5 내내 한번도 하지 않은 트린다미어를 유체화와 점화로 주로 쓰는 탑픽이 아닌 뜬금없는 정글픽으로 호기롭게 꺼낸 본인의 이야기이다.

우리 팀은 탑 문도 / 정글 트린 / 미드 야스오 / 봇 루시안 & 나미였고,
상대 팀은 탑 피오라 / 정글 리신 / 미드 스웨인 / 봇 코르키 & 소라카였다.

게임이 시작하면서 봇듀오의 애정이 담긴 리쉬를 받은 이후 정글을 돌아다니며 파밍을 하던 도중 나는 문득 내가 갱킹을 정말 정말 못 한다는 한심한 폐급 정글러임을 깨달아버렸다. 하지만 이는 상대 리신도 큰 차이가 없어 보였고, 나는 시즌 3때 가끔씩 쓰고 욕을 오지게 먹었던, 소위 “6랩 이전까진 갱 안가니까 알아서 몸 사리세요” 라고 쓰고 “아몰랑” 이라고 읽는 전술을 선택하였다. 천만다행으로 각 라인은 갱 없이도 어느 정도 잘 버티고 있었고, 특히 문도는 스스로의 몸집을 몹시 바람직하게 불려나가며 언젠가 클템이 말했던 것처럼 아이템을 “더럽게” 둘러나가기 시작했다.

라인전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고 게임이 중반으로 흘러갈 즈음 모두가 미드에 모여 한타를 노리기 시작했고, 양쪽 모두 흡사 북한이 도발사격을 한차례 퍼부은 마냥 긴장을 태우고 있는 도중, 제대로 된 갱을 딱 한번 성공한 나는 제대하기 3일 전 북한이 도발사격을 해서 제대 못하는 거 아닌가 하고 똥줄을 태우고 있던 (참고로 실화입니다) 모습 그대로 아군들 사이를 헤메고 있었다. 그 와중 한타가 두어 번 일어났고, 의외로 라인전 도중 한 번도 죽지 않고 킬을 올린 코르키의 미사일 폭격과 스웨인의 매서운 속박에 의해 우리 팀은 매번 리드를 뺏기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도중,

문도: 트린 님 왜 한타에 있음?
트린: ?? 지금 한타 일어나잖어
문도: 님이 왜 한타에 있어여. 스플릿 푸시 해여. 트린은 스플릿 푸쉬를 해야지

언젠가 인벤에서 보았던 “트린은 한타 따위 버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오직 스플릿 푸쉬만이 있을뿐” 이라는 공식을 보며 이게 말이 돼? 라고 생각하고 코웃음쳤던 나는 이 채팅 하나로 태도를 180도 바꿨고, 불현듯 2014년 롤드컵때 C9과 나진의 조별경기 도중 C9의 미드라이너 하이선수가 제드로 1/9/1을 찍고 혼자서 메탈 기어 솔리드를 찍던 모습을 기억해내고 그 모습을 동경하게 된 것이었다. 근데 C9이 진건 함정

트린: ㅇㅋ 님들 저 빽도할게요

곧바로 나는 봇 라인을 시작으로 스플릿을 시작했고, 미드에서 한타를 가장한 신경전이 한창 벌어질 때쯤 억제기를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어찌저찌해서 봇 라인 억제기를 산산조각내버리고 미드 라인 억제기를 때려부순 시점에 계속 신경전을 벌여오던 우리 팀은 나에게 칭찬을 했고, 그와 동시에 적 팀도 전챗으로 “야 저 트린 빽도한다” 이라고 말을 걸어왔다.

다급해진 적 팀은 리신과 스웨인을 번갈아 보내며 내 백도를 저지하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나는 50%의 확률로 E와 궁을 적절하게 섞어서 살아남거나 왠지 오늘따라 잘 눌러지지 않던 R 때문에 죽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우리 팀은 한타에서 잘 버텨주었고, 특히 워모그를 두른 문도가 적 팀의 매서운 공격을 엄청난 탱킹력으로 버텨내며 우리 팀이 하여금 기세를 제대로 잡을 수 있게 든든하게 버텨주었다. 그리고 적팀의 3억제기를 모두 무너뜨린 시점에,

나미: 트린님 우리 말 좀 들어요 혼자 너무 나가지만 말고
트린: 미친 R키가 고장났나 왜 안눌러지는거지
문도: 님…

내 탑탑미드탑미드봇탑의 빽도 패턴을 알아차린 리신과 스웨인이 내 트린을 견제하다 도륙내기를 반복하던 도중 결정적으로 피오라와 코르키가 한타에서 큰 활약을 함과 동시에 우리 팀은 킬스코어와 글골차이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흡사 언젠가 롱주 IM이 KT를 상대로 3억제기를 밀고 역전당해버린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찌저찌해서 우리 팀의 억제기들이 모두 밀리고 본진 넥서스 타워까지 파ㅋ괘ㅋ당한 순간 우리팀은 적팀을 압살해버리는 한타를 이끌어가는데 성공했고, 우리 넥서스를 불법주거저택으로 인식한마냥 밀고들어오는 슈퍼미니언들을 막는 나미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미드를 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게임이 1시간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즈음에 내가 미처 합류하기 직전 한타가 제대로 벌어지기 시작했고 양측 팀 모두가 온 힘을 쏟아붓는 도중, 나미의 적절한 파도타기 궁과 문도의 어마무시한 탱킹력과 야스오의 소리아게돈과 루시안의 마사지가 퍼부을 때 내가 적 팀 중 2명을 도륙내버리는 기적을 만들고 말았다. 나머지들이 본진을 관리할 때 문도와 나는 되살아난 미드 억제기를 무너뜨리고 문도가 타워데미지를 흡수하는 동안 나는 분노의 칼질로 적의 넥서스 타워와 넥서스를 보기좋게 칼질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룸메가 강도가 들었나 싶어서 밖에 나와서 내 이름을 불러댈 정도로 괴성을 그것도 영어로 질러대고 있었다. 아직도 손이 덜덜 떨린다.

자그마치 61분 24초가 걸리고 킬스코어 30 : 48을 기록한 인생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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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of the year.jpg

1줄 요약: 제대로 써보지도 않은 트린으로 빽도하며 1시간 넘게 게임 끌다가 이겨버릴때는 나눔을 하라고 들었습니다.

1. 북미섭 유저
2. 최애캐가 하이머딩거 / 잔나 / 트린다미어

나눔은 한국 시간으로 30일 아침 8시까지 진행하고 최대 2명에게 수수께끼 상자 선물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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