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손연재 쉴드가 될지 손연재 비난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쉴드가 되든 비난이 되든, 객관적 사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쓰겠습니다. 사실 그대로만 적는 것인데 그게 쉴드가 되든 비난이 되든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진실은 하나이며, 그것이 손연재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따라 달라져서야 안되겠지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말로 손연재 감싸주는 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읽는 분께서 판단해 주세요)

2011년 모스크바 그랑프리의 사례입니다.

이 표를 보면 손연재가 19위를 한 것처럼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종목별 "결선 진출규정"을 소개하겠습니다. 그 규정에 의하면, "한 종목당 그 종목의 상위 8명을 결선에 보내며, 한 국가 당 2명까지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시말해서, 러시아에서 30명이 1등부터 30등을 좌르륵 석권했다 해도 결선에 내보내는 선수는 2명밖에 허용 안되며, 나머지 28명의 선수는 결선진출을 못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결선진출을 못 한 선수를 번외선수라고 부릅니다. 세계 리듬체조에서 러시아가 워낙 강세를 보이다 보니, 한 국가가 대회를 독식하는 것을 막아 리듬체조 활성화를 꾀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예를 들어 후프에서는 얘기가 어떻게 되느냐?

후프 점수의 순위는 아래와 같이 됩니다. 손연재는 후프 점수 15위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선수들이 떼거지로 출전할 수는 없고, 규정된 "한 국가당 2명까지만 허용"이라는 내용에 걸리므로, 아래 회색으로 칠해놓은 선수는 후프에 출전할 수 없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즉 아래에서 회색으로 칠해놓은 선수를 "없는 셈"치면??)

손연재는 15위가 아니라 10위가 되는겁니다. 손연재의 등수 부풀리기 수법은 이렇게 진행되는 것입니다.

"손연재도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입장인건 똑같지만, 루코니나, 콘다코바, 이런 선수들은 어쨌든간에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니까, 그냥 없는 셈 쳐도 되지 않느냐. 그러니까 손연재의 후프 점수는 15위가 아니라 10위 맞지 않느냐." 이런 주장인 겁니다.

유사한 해석을 도입하면, 의미가 있는 "종합순위"에서도 손연재의 등수는 19위가 아니라 위와 같이 13위가 되는겁니다. "루코니나 이후의 러시아 선수들은 전부, 결선진출을 못한 정도가 아니라 <그 점수조차 아예 없는셈 쳐도> 되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손연재는 19위가 아니라 13위가 맞다"는 논리인 것이죠.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국내 언론의 주장에 따르면 "FIG의 규정에 따르면, 번외선수는 순위에서도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합니다. 즉 번외선수는 결선진출만 막는게 아니라 아예 그 점수조차 인정 않는다는 것이지요. 손연재 관련보도에서는 언론이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하는게 현실이라서 이 주장이 맞는말인지 틀린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맞다고 쳐 두겠습니다. 이 언론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손연재의 순위는 19위가 아니라 13위가 됩니다.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게 있습니다.

이 모스크바 그랑프리는 "FIG에서 공인하는 대회가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그랑프리 대회는 FIG에서 공인하는 월드컵시리즈보다 단계가 낮은 대회입니다. 대한체조협회의 관계자는 "그랑프리 시리즈는 FIG에서 공인하는 대회는 아니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FIG에서 주어지는 랭킹 포인트를 받을 수 없다. 일반적인 인터내셔널 대회인 그랑프리대회는 이 대회를 주최하는 곳에서 모든 것을 주관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한체조협회 관계자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손연재의 순위는 19위가 맞으며, 13위라는 주장은 숫자갖고 장난친 사기가 됩니다.

요약하자면, "FIG에서 공인하지도 않는 대회에 나가서 그 대회의 방식에 따른 19위 등수를 기록한 뒤, 그 등수의 해석은 대회의 정식규정에 따르지 않고 FIG방식을 따라 해석한다면" 그러면 종합등수는 19위가 아니라 13위가 된다는 얘기이며, 각 종목별 등수도 쭉쭉 높일 수 있습니다.

손연재측이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손연재의 순위"와 다른 결과를 언론에 내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숫자 가지고 장난치는 수법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그 수법은 아주 근거가 없는 100% 허깨비는 아니며, 어떻게 "둘러댈 만한" 최소한의 근거는 갖고 있습니다.

뭐.... 그 "근거"라는게 진짜 설득력 있는건지, 쓰레기 변명인지는 읽는 분께서 알아서 판단해 주세요.

(처음엔 귀찮아서 안 쓰려고 했는데, Excel을 쓰니까 별 수고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되는군요)

참고 :

http://www.vfrg.ru/up/doc/gran-prix2011/Grand%20Prix%20Moscow%202011.pdf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3117240l&intyp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