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팀원이나 코칭 스태프 때문이 아니에요. 그 결심은... 롤드컵 4강전 경기를 치르고 나서 들었어요. 큰 무대에서 제가 기회를 잡고 경기를 뛰었고 1,2 경기가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3경기도 출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강판을 당했죠. 제가 무대를 내려가고 상혁이가 등장하니 모두들 '페이커'를 연호하더군요.
경기장을 내려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과연 이 팀에서 어떤 의미를 갖을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페이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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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끝낸 이지훈의 얼굴엔 많은 감정이 어려 있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한 홀가분함과 그가 가진 어두움을 고백한 부끄러움.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동안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커피숍 밖은 달이 떠오른 완연한 밤이었습니다. 하늘을 보며 이지훈은 달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면 항상 차갑고 변함없는 듯 보이지만, 달이 차고 기울듯 계속 변화하고 많은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제가 보는 달을 이지훈이 함께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이야기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올 한해 치른 경기는 모두 가시밭길이었어요. CJ 엔투스 전, 롤챔스 결승전, 롤드컵... 그 중요했던 경기에서 단 한 판이라도 못했다면 '페이커'와 비교될 제 모습이 어땠을지... 이제는 그 짐을 덜고 싶네요."
역시 롤드컵 4강전이 결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