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대학교 입학 오티때 처음 만났었지.
화려하게 차려입은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넌 참 수수했어.
처음에는 그냥 착한 여자 동기로만 생각했고, 고민도 많고 다치기도 한 너라서 여자로 바라보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여동생을 걱정하는 오빠의 기분이었던거 같아.
근데말야 내가 널 좋아하는 다른 내 친구한테 부탁을 받았어.
'나 정말 걔 좋아하는데, 니가 걔랑 친하잖아. 나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떠봐줄래?'
내 성격상 남을 떠보거나 하는건 잘 맞지 않았기에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이걸 계기로 내 마음 속에 뭔가 변화가 일어난거 같아.
널 여자로 보게 된거지.
그때부터 속으로 정말 널 많이 좋아했어.
내 친구때문에 대학생활 많이 힘들어진 너를 보며, 거기에 나라는 부담을 가중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내 마음을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너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 마음을 숨기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
내가 거리를 두려고 할때마다 너는 어쩜 그렇게도 한발씩 다가오는지..
애초에 마음을 완벽하게 감추는건 불가능한 일이었거 같아.
그리고 결국, 이틀전에 난 너에게 고백을 했지.
'니가 정말 좋은거 같아.'
넌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어.
다음날 이야기하자고 말했지.
나 그때 얼마나 설렜는줄 알아? 밤새 잠못이루다가 두시간도 못자고 일어났어.
그런데....
넌 내 마음을 거절했지.
그때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않기위해 최대한 노력하던 너의 모습은 아마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거야.
서로가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이어갈 수 없는게 이성관계라는 걸 알기에 나는 충분히 널 이해했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악한 구석이 있나봐.
너와 헤어져서 뒤돌아 걷는 몇걸음 사이에 니가 미워진거야.
속으로 저주하기도 했어. 답답한 마음을 풀려고 벽을 쳤다가 왼손이 다치기도 했고.
그리고 집에와서 밤새도록 생각했지.
니가 왜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는지..
몇시간을 그렇게 뜬눈으로 보내며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는 정말 형편없는 녀석이더라고.
예전의 나는 조금 더 열정적이었고, 포기를 모르는 사람 이었던 거 같은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어.
내눈에도 이렇게 비치는데 너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까..
그리 생각하니 니가 그렇게까지 밉지도 않더라고.
내가 먼저 바뀌어야했던 건데..
그래서 지금부터 조금씩 예전의 나를 찾아가볼까해. 예전부터 꿈꾸던 의예과로의 진학준비도 다시 해볼꺼야. 무척 바빠지겠지.
새로 목표를 세우고 나니까 절망적인 마음도 조금은 가시고 미래가 보이는 것 같기도해.
큰 행사가 끝난 뒤니까 넌 지금 아마도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있겠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는 야속한 일이지만, 난 어제 있었던 그 일을 내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큰 분기점으로 생각하기로 했어.
정말 많은걸 배웠으니까.
널 정말 많이 좋아했어.
넌 지금까지처럼 좋은 오빠 동생관계로 지내길 바란다고 했지만..
그건 아마도 이제 힘들겠지.
난 이제부터 바빠질거야. 내가 생각한 목표를 다 이루고나면 아마 너의 존재는 희미해지겠지만, 남자의 첫사랑은 평생을 간다잖아.
앞으로도 동아리 활동이라든지 학과활동이라든지 마주치긴 하겠지만.. 난 널 모른척 할거야. 그게 너에게도 더 편할테니까.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널 응원할게.
잘지내렴
오늘 새벽에 쓴 일기입니다.
여기에 올린건 그래도 제가 그 애를 좋아했단걸 어딘가에는 남기고 싶었기 때문인것 같군요.
그 애는 오유를 하지않기 때문에 아마도 이 글은 보지 못하겠죠. 후후...............................ㅎ................
긴글이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여러분은 저와 달리 꼭 성공하셔서 생기시길 바랍니다.
저도 언젠가는 생기겠죠^^
세상의 반은 여자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