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가 시끄러울 때마다 나 이제 오유를 떠난다는 사람이 넘쳐났다.
나는 그런 글이 올라올 때마다
'오유의 자정능력을 믿어라, 그러지 못하겠다면 조용히 떠나라'고 말해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오만한 행동이었다.
처음 오유에 가입했을 때가 생각난다.
과거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겠냐만 그냥 내 소중한 추억이기에 굳이 되새겨보자면
오유는 오유만의 특징이 있었다.
심각한 주제에 대해서 유저들 간의 의견 대립이 일어나더라도
서로 깔끔하게 끝을 맺는 유쾌한 분위기가 있었다.
또 다른 곳에선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는 욕설, 비방, 반말 등이 허용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운영자의 규칙에 의해서가 아닌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매너'를 지키기 위해 그렇게 행동했다는거다.
10대~40대 이상이 고루고루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그 때 오유 분위기가
유지됐다는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앞으로 그런 커뮤니티가 나올 수 있을까?
웃대를 한참 하던 나는 오유를 발견하곤 빠져들게 됐고
오유 사람들과 알게 모르게 교감해왔다.
때론 뜻을 함께 하기도, 때론 대립하기도 했으나
어느 쪽이건 항상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게 해줬던 곳이 바로 오유였다.
그만큼 따뜻했고 인간적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온갖 감성적인 단어들로 표현하는 것이
오글거린다는 것은 잘 안다. 그치만 그 당시 오유, 내가 기억하는 오유는
분명 그랬고, 앞으로 나는 어떤 사이트건 따뜻하다고 느낄 일은 없을 것이다.
과거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지금의 오유는 어떤가? 따뜻하고 인간적이었고 스스로 자정이 가능했던 오유는 어디갔나?
사람마다 오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다를테니, 이 질문은 나에게만 한 것으로 생각하고
너무 기분나빠하진 마시라.
어찌됐건 내 답변은 이렇다. 이제 그 시절 오유는 더이상 없다고.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나?
일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다.
사소한 일로 트집잡아 오래 활동했던 유저, 그리고 헤비 업로드들을 모두 쫒아버린
그 이름도 유명한 씹선비들.
그리고 항상 문제를 만들어왔던 친목종자들.
이들에 더해 극단적인 정치적성향을 가진 이들의 유입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진보적인 분위기의 오유에 칩입한 국정원 댓글조작부대들도 빼먹어선 안된다.
나는 오유를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수많은 이들 중에서도 정치꾼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다.
참고로 난 당신들의 정치적 사상에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나는 노무현을 좋아하고 지금은 안철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수많은 오유 유저들과 생각을 달리하지만
민주정부를 부정한 적도, 또 문재인을 비방한 적도 없다.
어찌됐건 이 정치꾼들이 오유를 어떻게 만들어놨나
어찌하다 오유가 '일베나 오유나'란 말을 듣게 만들었나
오유 회원들은 저것이 일베의 프레임일 뿐이라 하지만
많은 유저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오유 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과연 어떤가?
오유의 극단성은 결코 일베에 뒤지지 않는다.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약 25%라고 봤을 때,
오유는 25%를 위한 커뮤니티가 된지 오래다.
이는 지난 대선 전부터 나타났던 현상이지만
지금껏 이에 대해 문제제기한 이들은 모두 일베로 몰려 사실상 '강퇴'당했고
이제 오유에 남은 유저들은 토론이나 의견 교환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
일종의 정치집단이 되버렸다.
나만 정의고 나만 옳다는 그 편협한 생각으로 변화를 이루겠다는
정치꾼들의 믿음을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아무리 오유에서 반대 의견을 내는 이들을 쫒아내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유저들끼리만 모여 토론이랍시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더라도
여러분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네이버의 댓글을 '조작'하는 것이 얼마나 인터넷 여론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꿀 힘이 될 수 있을까?
어찌 일베나 할만한 조작질을... 어찌 입발린 소리 같다 붙여서
이렇게 뻔뻔하게 집단적으로 행동하고 있을까.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집권만을 꿈꾸지,
오유라는 누군가에겐 정말 소중한 추억을 시커멓게 만들고 있다.
당신들의 그 뻔뻔한 행동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오래도록 지켜보자.
제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땐 또 어떤 말을 갖다 붙여
자기합리화하며 위안을 삼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