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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무서운 영화라는 건
게시물ID : movie_176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론구이
추천 : 2
조회수 : 68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0/07 00:34:23
 
 
 
영화에서 내내 조용하고 평화로운데도, 그 속에 인물들이 가진 감정이 너무 깊은 영화인것 같아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란 작품은 두시간 내내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끼리의 잡담이 대부분이죠.
너무나 시시한 잡담들.
 
 movie_imageCAYSQCT1.jpg
 
어머니는 딸에게 '튀김은 이렇게 굽는거야, 여태 봐놓고 그걸 모르니'라며 핀잔을 주고,
주인공인 아들은 가족들과 만나는게 귀찮고 마음에 안들어해서 늘 툴툴거리죠.
아이들은  마당에서 아무런 근심없이 뛰놀고,
은퇴한 의사 아버지는 체면을 지키려고 누군가 자기 방에 들어오면 괜히 뭔가 바쁜척을 하죠.
영화 전체적으로 이런 적당히 살랑살랑한 분위기에요.
 
그런데, 딱 한 장면때문에 전 이 영화가 굉장히 무서워지더라고요.
사실 주인공에겐 형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들어보면 그는 바다에서 어린아이를 구하고 본인은 죽었다고 하죠.
그리고 가족이 모두 모이는 이 날, 그 어린아이가 장성해서 이 집에 들립니다.
늘 이맘때면 인사차 계속 왔던거죠.
그리고 온 가족 앞에서 '자신을 구해준 형에게 감사한다, 그 덕분에 제가 있게 되었다'며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시시콜콜한 안부도 가족들과 친근하게 주고받고요.
 
그가 돌아간 후,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말합니다. 더 이상 그가 우리집에 안와도 되는 것 아니냐고.
이미 형은 죽은지 10년이나 지났고, 무엇보다 그가 너무 괴로워보인다고요.
 
그때 어머니는 조용히 말합니다. 그래서 부르는 거라고. 엄밀히 따지면 결국 그가 형을 죽인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일년에 한번씩 이렇게 고통받아도 된다고 하죠. 고작 10년 정도로 잊어버리면 안된다고.
 
그 장면에서 어머니가 오랬동안, 내색하지 못한 채 품고있었던 조용한 증오는 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어떤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않고,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쌓여가는 감정의 깊이를 어떻게 감히 치유할 수가 있을까요.
보통의 살인마 영화나 호러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공포의 형태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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