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시절,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뉴스에서 북한에 소가 가고 쌀이 가고 라면이 가고 과자가 가고 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저럴 돈 있으면 우리나 좀 도와주지..." 라고 말씀하셨고
나역시 어린 마음에 우리집이랑 내 친구들 집에 하나씩만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 형편도 매우 좋지 않았고, 나랑 제일 친한 친구는 할머니랑 단 둘이 연탄때고 사는 집이었다.
왜 북한은 저렇게 도와주면서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는건지 대통령님이 참 밉다고 생각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이 확정되었을 때,
언론에서는 평화상을 노벨재단에 로비하여 받게 된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한나라당 의원의 개소리지만 당시 언론은 그게 진짜인냥 보도했던걸로 기억한다.)
할아버지는 '저 상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북한한테 퍼다 줬구나. 지 나라 사람들도 굶어죽어가는데'라며 혀를 차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베충이들이 떠들어대는 개소리 '노벨평화상을 돈 주고 샀다'는 논리를 진실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고
성인이 되고 나서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깊게 고찰해 볼 기회가 생기고 나서야 그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10대의 나는 역사,정치엔 관심 없고 오로지 숫자에만 관심있던 이과생이었으니까.
좌파,우파라는 용어조차도 10대때는 몰랐다. 정치에대해 투표권이 생긴 후에야 관심갖고 찾아봤던 무지한 젊은 세대가 딱 나였다.
현장21 방송에서 제일 무서웠던 건
광주가 폭동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종북이다 감성팔이다 이런 개소리를 다 떠나서
중학생이 근현대사를 일베에서 배운다는 얘기가 가장 무서웠다.
10년이 넘게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상을 산 대통령'으로만 평했던 나처럼
그 중딩이 20대, 아니 다른 출연자들처럼 3~40대가 될 때까지도 왜곡된 역사를 진실이라 믿고 살까봐.
정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조금만 찾아보면, 아주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깨달을 수 있는 건데도
이미 자신이 보고 겪은 것들이 진실이라 믿고 다른 것은 찾아볼 생각도 않고 눈 감고 귀 막고 살까봐.
내가 그래 왔었기에, 나같은 초~중딩들이 계속해서 생겨날까봐 넘쳐날까봐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