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간 루시드 드림 이야기 보고 문득 생각나서 씁니다.
댓글엔 자각몽 꿀 때 꿈 속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내 꿈 속 존재다'라고 말하면 무섭게 돌변한다는 내용이 많았는데요
꿈에서 집에 불이 났는데 119에 신고하고 보니 마당에 본래는 없는 가건물이 불타고 있길래 뭐야ㅋ 꿈이네ㅋ 하면서 자각몽으로 돌입했습니다.
겁이 많아서 자각몽이랍시고 이것저것 시도는 못해보고 그냥 깨기를 기다리는 편이라
거실에 퍼질러 앉아서 '어차피 꿈인데 불구경이나 하다가 깨자 올ㅋ 우리집 잘 탄다'하면서 불타는 마당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몇 분 후쯤 119 소방대와 구조대원인듯한 여성분(하얀 간호사복st)이 오셔서 불을 끄려고 굉장히 애쓰시길래 안쓰러운 마음에
"여러분들 이건 어차피 제 꿈 속이니까 불 끌 필요 없어요!!!" 라고 소리쳤더니 약 일곱명의 사람들이 내 쪽으로 싸늘한 눈길을 돌리
기는 개뿔 "아 그렇습니까?" "올ㅋ 그럼 우리 다시 일하러 안가도 되는거죠?" "앗싸 오전 퇴근" "라면 없어요? 출출한데"
하면서 주섬주섬 제 옆에 같이 퍼질러 앉으시더군요. 어떤 분은 방화복? 그걸 확 찢어서 바닥에 패대기를 치시더라구요.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하셨는듯.
라면은 실제 현실에선 마침 다 떨어져서 사야한다는게 기억나서 "없을걸요"하고 거실 바닥에 눌러붙어있었습니다.
구조대원 여성분이 용하게 찬장 속에 있는 라면을 찾아내셔서 다같이 끓여먹고 한가롭게 불타는 마당을 쳐다보는데 구조대원 여성분이 설거지를 하는겁니다.
"헐 언니 설거지ㄴㄴ 어차피 꿈이잖아요. 꿈에서 깨면 어차피 내가 현실의 수북한 설거지 해야하는데.. 언니도 여기와서 불구경해요 꿀잼ㅇㅇ"
"그래도 먹은건 바로바로 치워야죠. 꿈이라고해도 이런건 지켜야하지않을까요?"
"꿈 속이라고 님들 불도 안끄고 복귀도 안하고 노는건 괜찮은거예요?"
"...."
결국 언니는 대답없이 설거지를 끝까지 하셨습니다.
이후 이차저차 리얼 소름끼치는 전개가 되자 슬그머니 복귀해야한다며 가버리더라구요. 매정한 사람들..
이 꿈 말고도 자각몽 속 사람들에게 당신은 내 꿈 속 사람들이라고 알려주면 반응이 다 달랐습니다.
농담하지말라고 웃어넘기는 사람, 어쩌라고ㅋ 알고있는데? 너만 몰랐는데? 하고 비웃는 사람, 화내는 사람, 얏호 출근 안해도 된다!!..까지요.
근데 자각몽은 왠만하면 하지마세요.
자각몽 꾸다가 몽중몽되었는데 4번째쯤 꿈에서 혼자 양 싸다구를 후려갈겼더니 아프고 허벅지 안쪽 꼬집었더니 아프길래 아 현실이구나 하고 좋아서 빙구처럼 벙긋거리는 순간 다시 깨어남ㅋㅋㅋ
사람 미쳐요 자각몽이든 몽중몽이든 꾸다가 진짜로 일어나면 리얼 피곤하고 정신도 없고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숙면이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