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이니까 한가한 사람만 읽으시오. 그러니까 내가 아직 학생일 때니까 한 5년 전 이야기. 그 당시에 신주쿠에 있는 학교에 다녔어. 그리고 학교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지. 그날은 내 방에서 친구랑 술 마시고 있었어. 평소라면 잡담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날은 좀 많이 마셔서 그랬는지 11시 조금 지나서 나랑 친구랑 그대로 곯아 떨어졌어. 그리고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 건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 거야. 시계를 보니까 12시 30분이었는데 아직 잠에 취한 것도 있어서, 그래도 확인도 안 하고 바로 현관 문을 열어 버렸어. 거기에는 25 ~ 26세 정도로 보이는 회색 트레이닝 체육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어. [뭡니까?] [00씨 군요?] [무슨 일이죠?] [저는 이 지역에서 반상회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은 도주 중이고 아직 안 잡혔습니다. 위험하기 때문에 문단속을 제대로 하고 오늘은 집에서만 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아직 술기운이 남아서 그랬는지 바로 잠들었어. 다음 날 아침 신문에서도 뉴스에서도 확인했지만, 이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다는 소식은 없었어. 친구는 [그렇게 젊은 사람이 반상회 같은 걸 하겠어?]라고 의심스럽게 말했어. 하긴 생각해 보면 한밤중에 경찰도 아닌 사람이 근처 주민들에게 그런 주의를 주는 것도 이상하긴 했어. [뭐야, 그 사람.] 그때는 조금 기분 나빴지만, 얼마 안 지나서 금세 잊어버렸지. 그러다가 2개월 정도 지나서, 그때 그 사람을 또 만나게 되었어. 그날도 밤 12시 30분 지날 무렵. 이번에는 옆집에서 초인종이 울렸어. 한 번, 두 번.. 아무래도 옆집에는 사람이 없던 모양이야. 그런데 초인종이 계속 울리는 거야. [아, 시발 짜증 나게 시끄러워..] 나는 살짝 화가 나서 현관 문을 절반 정도만 열었어. 거기에는 그때 봤던 그 회색 트레이닝복의 남자가 서 있었어. 내가 문 여는 소리에 남자와 눈이 마주쳤어. 조금 기분 나빴지만, 그보다 화난 게 더 심해서 [옆집 사람 없는 거 아닙니까? 뭐 합니까?]라고 약간 짜증 나듯 말했어. [아, 00씨. 하지만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아서요. 그래서 잡힐 때까지 이웃 주민들께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주의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때 발끈해서 [그동안 뉴스랑 신문 다 봤는데 그런 일은 없었는데, 당신 누구야?] 내가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지만, 남자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아뇨, 그럴 리 없습니다.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괜찮다면, 한밤중에는 돌아다니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거야. 그렇게 계속 서 있으니까 날씨도 춥고 그래서 [알았어!]라고 말하고 바로 문 닫고 자물쇠를 채웠어. 화남과 동시에 오싹한 기분이 들더군. 다음 날 아침, 뉴스 와이드 쇼에서 독신 여성 살인 사건 소식이 다뤄지고 있었어. 장소는 내가 사는 바로 옆 맨션. 여자가 자는 집에 들어가서 죽였다고 하더군. 범인을 목격한 사람이 [범인의 특징은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에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어요..]라고 말하더군. 내가 전날 밤에 본 남자의 특징.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이 묘하게 겹쳐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날 밤, 12시가 지나고 현관 벨이 울렸어. 나는 무서워서 문 열 생각도 못 했어. 그래도 계속 초인종이 울리는 거야. 문은 안 열고 내가 문 앞에서 [누구..?]라고 묻자 어제 들었던 남자 목소리였어. [00씨입니까? 범인은 아직 도주 중이에요. 문단속을 제대로 해주세요.] 그 소리에 [아, 깜짝 놀랐어요. 창문을 안 잠갔네요..] 그래서 서둘러 방 창문을 잠그려고 커튼을 여니까, 현관에 있던 남자가 창문 앞에 서 있었어.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진짜 숨이 탁 막힌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겠더라. 잠그려고 팔을 뻗은 순간, 남자가 창문을 확 열었어. [에이~ 이래선 안 돼요~♡ 창문도 확실히 닫아주세염~ 아니면... 나 같은 사람이 들어와 버려요 ^^..] 마치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애교 부리듯이 간드러지게 말하면서 무서운 미소를 짓더군.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현관으로 달려갔어.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복도로 나와서 문도 안 잠그고 그냥 막 달렸어. 그런데 뒤에서 그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이런 이런~ 00씨, 현관문을 열어 두고 가다니, 너무 부주의하네요. 게다가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요~] 나는 거의 반 정도 질질 짜면서 도망쳤어. 남자는 그래도 계속 쫓아오는 거야. 오히려 점점 거리가 줄어들고 있었어. 남자는 여전히 위험하다, 빨리 돌아가라. 이런 말을 하면서 쫓아오고 있었어. 진짜 이래선 끝이겠다 싶었는데, 희망의 빛이 나를 비추더라. 파출소가 있었어. 나는 진짜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서 파출소로 뛰어들어갔어. 놀란 표정의 중년 경찰관이 날 보더군. 그때 긴장이 풀린 건지 그대로 기절했어. 눈을 떠 보니 안경을 쓴 젊은 경찰관이 나를 보고 있었어. 내가 눈을 뜬 것을 깨닫자, 젊은 경찰관은 아까 중년 경찰관을 데려왔어. 그러더니 왜 갑자기 뛰어들어 와서 갑자기 기절했는지 묻더군. 나는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같이 아파트로 가달라고 말했어. 그래서 경찰관의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어. 뭐, 경찰관 두 명이랑 같이 가니까 별로 무섭진 않더라. 그렇게 아파트에 도착하고 집으로 들어갔어. 물론 젊은 경찰관에게 먼저 들어가 달라고 부탁했어. 안에는 아무도 없더군. 그래서 뭔가 이상한 건 없는가 싶어서 방을 둘러봤지만, 평소와 달라진 게 없더군. 창문도 확인했지만, 커튼도 닫혀있고 확실히 잠겨 있었어. [음, 이제 괜찮은 거 같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이 녀석에게 맡기고 가겠습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또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중년 경찰관은 돌아가고 젊은 경찰관만 남게 되었어. 그렇게 둘이서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고 젊은 경찰관도 돌아가려고 했어. [그럼 저도 슬슬 돌아가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면 방금 드린 종이의 번호로 연락해주십시오.] 그렇게 경찰관을 돌려보내려는데 갑자기 방금까지 웃던 경찰관 표정이 무표정으로 바뀐 거야. 그러더니 [살인범은 아직 안 잡혔기 때문에, 부디 밤길을 걸을 때는 조심하세요. 그리고 문단속도 제대로 해주세요. 그럼 조심해, 00씨.]라고 말했어. 그리고 가더군. 나는 그때 집 안에 있는 모든 출입구를 닫고 TV랑 불도 다 키고, 아침까지 이불 쓰고 쫄고 있었어. 그 후로는 밤에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를 본 적은 없어. 물론 그 일이 있고 나서 2주 후에 이사 갔고. 학교도 전학했어. 그리하여 지금까지 왔는데, 아직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잡혔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어. 괴담돌이의 괴담블로그 http://blog.naver.com/outlook_exp 괴담의 중심 The Epitaph http://cafe.naver.com/theepitap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