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우울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인데
혹시나 이 글을 보신 누군가가 이걸로 나아졌으면 해서 올려봐요.
대단한건 아니구요ㅎㅎ
원래 우울감이라는게 딱히 어떤 이유가 있어서 오는 거라기 보다는
그 때의 분위기? 감정? 불안감? 혼자라는 느낌? 이런것들이 복합적으로 막 밀려와서 생기곤 하더라구요
그 때 느끼기에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느껴지는데 막상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이걸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면서 용기가 생기고 그러더라구요.
저는 그래서 일단 내가 우울한 이유를 번호를 매겨가면서 써내려가요, 번호를 매기는 게 중요해요.
번호를 매기면 우울감이라는 감정상태가 논리적인 무언가가 되는것 같이 느껴져서 일단은 이성적으로 차분해져요.
그 후 그 이유들을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써요. 꼭 해결방안이 필요한 건 아니예요. 단지 써보는게 중요하죠.
그러면 1.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 2.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들, 3.원래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 로 딱 구분이 되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해결하면되요. 해결할 수 있으니깐 더이상 문제가 아니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이것도 더이상 문제가 아니예요.
문제가 아닌었던 것들은 아예 지워버릴 수도 있죠.
아마 이 세가지로 구분할 수 없는 이유들도 있을거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도 힘들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하다보면 딱 느껴져요. 문제들이 날 우울하게 하는게 아니라 내가 우울해서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이렇게 정리가 끝나고 난 뒤에 마지막은 지금 전화하면 받을 것 같은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거예요.
그리고 쭉 말해요. '내가 이렇고이렇고이래서 우울했는데 생각해보니깐 이건 이렇게 해결하면 될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우울한 사람들이 가장 힘든건 아무래도 내가 혼자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거 같아요. 이렇게 말을 해버리면 신기하게도
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한결 마음이 놓이는것 같아요.
사실 뭐 내용이 글로 쓸만큼 대단히 창의적인건 아니죠?ㅎㅎ
근데 이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이 우울할 땐 힘들잖아요.
우울할 때 글을 우울한 이유를 글로 쓰는 것도 힘들고 하나하나 해결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힘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힘들고
근데 쉬워요. 할 수 있었요.
저도 방금 얼마전에 헤어진 사람이랑 학교에서 자꾸 마주치는 것 때문에 우울감이 확 밀려오더라구요
근데 생각해보니 이 일은 문제가 아니예요, 헤어진것도 내가 해결할 수 없고 마주치는 것도 내가 해결할 수 없잖아요.
그냥 우울하다우울하다 생각하니깐
' 아 난 운도 없지 왜 자꾸 마주치는 거야. 진짜 난 못났어 우리가 왜 헤어졌지 날 사랑하긴했었나' 이렇게
점점 문제가 되버리는 거죠.
새벽에 이성적이기란 참 힘들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우울함을 즐기고 어서 편히 잠들기 바래요 여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