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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그의 하루 - 1
게시물ID : readers_91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뭐하면수전증
추천 : 4
조회수 : 22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0/08 01:17:48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누구보다 총명하고, 누구보다 밝고, 누구보다 사교적이고, 누구보다 희망적이었으니까.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멸망의 빛이 번쩍이던 날, 사람들은 그에게 누구보다도 중요한 일을 거리낌없이 맡겼고, 그가 살아남아 인류의 미래를 지켜줄 거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의 곁을 떠나기 싫었지만, 그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기에 그저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기나긴 잠에 빠졌다. 인류를 위한 잠을.
 
 
 
별안간 눈을 떴을때,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붉은 빛이 그의 시야에 온통 번쩍거렸다.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침착하려 노력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잠들었던 캡슐은 반파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부서진 조각들이 그를 찔러왔다. 캡슐의 문을 억지로 밀어내어 밖으로 나오자 반파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가 지켜야 할 쉘터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순간 그가 느껴야 한 절망이란, 너무도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모두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모두를 대신해 이 곳에 왔던 것인데... 잠든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된 걸까. 모두 이 무너지는 쉘터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더 깊은 잠으로 향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누군가 관리자인 자신보다 먼저 깨어나 대피소로 피했을까.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눈에는 쏟아지는 먼지와 잔해만이 그를 위협하듯 쏟아지고 있었다.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비상개폐 스위치와 벨을 누른 후 대피소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나 늦게 깨어났기에. 달리는 도중에 쏟아진 잔해더미에 깔릴뻔 하기도 하고, 먼지때문에 심한 기침을 하기도 하고, 솟아오른 바닥에 부딫혀 넘어지기도 했으나 어쨌든 그는 간신히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절망은 다시 찾아들었다. 그외에는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가 제일먼저 깨어났을지도 모르나, 자신의 캡슐이 가장 먼 곳에 있었고, 비상개폐스위치와 벨로 모두를 이곳으로 유도하려 했기에 분명 누군가는 이곳에 와있으리라 믿었는데... 희망을 가지고 더 기다려보았지만, 끝내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결국 대피소의 비상개폐벽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황망한 마음을 가눌 길도 없이, 그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피소의 통제실로 향했다. 통제실에는 비상시에 쉘터의 모든 곳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메인 시스템이 있었다. 그것이라면, 생존자와 현재 쉘터의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으리라. 다시금 희망을 마음에 품으며 그는 걸을음 바삐 놀렸다.
 
다행히도 통제실은 무사했으며, 메인시스템 또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다만 바깥의 시설은 대부분 무너졌는지 30개의 CCTV 중 대부분이 침묵하고있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네개의 CCTV가 작동하고 있었는데, 가장 많은 사람이 잠든 냉동실 2호와 온실 1호와 발전실, 출입구 1호였다. 그는 CCTV를 돌리며 먼저 발전실과 온실, 냉동실 1호를 살폈다. 다행히 세 시설은 모두 무사했으며,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누른 비상벨이 그곳까지는 연결되어있지 않은 모양인지 그곳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아주 조용한 상태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잠들어 있었으며, 발전기 또한 조용히 작동하고 있었다.
 
어쨌든 무사하다니 다행이야, 혼자 중얼거리며 그는 바깥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외부 출입구를 비추는 CCTV를 확인했다. 아쉽게도 직접적인 붕괴의 원인은 확인 할 수 없었지만, 바깥의 상황이 참혹하고 황폐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저 밖은 푸른 잔디밫과 꽃밭이 아름답게 펼쳐져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넓은 황무지만이 화면에 잡혔다. 그 화면을 보고서야 그는 핵전쟁이 정말로 일어났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가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격화되는 전쟁의 위협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다는 정도의 위기감 뿐이었다. 전쟁은 일어났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은 안전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날로 커져만 가는 전쟁의 불길 앞에 정말로 진실로 대비책만을 위해 잠시 잠들려 했던 것인데... 무감과 기대감에 대한 보답을 위해 잠들었던 그는 살아남고, 그를 이곳에 보냈던 그의 친우들은 지금쯤 핵의 포화 속에 사라져갔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점점 참담해져갔다.
 
아냐, 정신 차려야겠지.
 
나약해져가는 마음을 다잡으며, 그는 일단 살아남았음을 기뻐하기로 했다. 더불어 자신에게 맞겨진 임무를 떠올렸다. 쉘터의 관리자, 인류 보존 계획의 책임자. 다름 아닌 그의 직책. 깨어난 순간부터 살아남은 이들을 이끌고 그들이 향후 인류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이미 벌어진 핵전쟁은 자신의 손을 떠났고(애초에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지만) 이제는 남은 냉동실 1호의 사람들이라도 이끌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일단 그들을 깨워야겠지. 남은 이들을 깨우기 위해선 냉동실 1호로 가야만 했다. 냉동실 1호는 온실 1호와 이곳 대피소로 연결이 되어있었다. 그는 온실의 개폐벽 스위치를 눌렀다. 시스템은 무사히 작동되었다.
 
그러나 온실에 도착한 순간, 오늘만 벌써 몇번째 겪는지 모를 절망에 다시 휩싸였다. 온실에서 냉동실로 향하는 문이 거의 박살나, 아주 작은 틈을 제외하고는 전혀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잔해더미를 치워보려했지만 여전히 무너져 내리는 중이었고, 그의 힘으로는 치울 수 없는 큰 잔해더미들이 가득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상개폐 스위치는 작동하지 않고, 냉동실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냉동실의 사람들이 깨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잠들기 전 맞춰놓은 타이머에 의해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열리는 것 뿐. 그리고 그것은 방사능의 위협이 줄고 자연이 어느정도 복구되리라 판단한 핵전쟁 이후 100년.
 
지금은 대체 내가 잠들고 얼마나 지난거지? 핵전쟁은 또 언제 일어났지?
 
의문이 떠오르자마자, 그는 대피소로 돌아섰다. 통제실의 메인 시스템에는 분명 그가 잠든 시각과 핵전쟁 발발시각, 그리고 그로부터의 경과시간이 분명 기록되어있으리라. 시스템 설계부터 명확히 설정한 부분이니까 당연하겠지.
 
 
명령키를 눌렀다. 화면에 숫자들이 나열되었다.
 
 
그는, 숫자들이 나열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핵전쟁 이후 51년.
 
 
다른 이들의 잠은 아직도 49년이 남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은 이제 냉동실에 연결된 통로와 그 끝에 있는 외부 출입구 뿐.
 
 
쉘터에서 유일하게 잠에서 깨어난 생존자인 그는, 꼼짝할 도리 없이 그 곳에 갇혀버린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최소 49년 이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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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 마음대로 연작소설을 시작해봅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것, 보르헤스님 말대로 핵전쟁의 소재만 공유 하고 각자의 세계관 속에서 쓰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합니다.
 
물론 제 소설은 어차피 쉘터라는 한정된 공간내에서 벌어질 이야기다보니 바깥의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흘러갈 수 있고, 저와 비슷한 설정, 비슷한 시간대라면 어쩌면 공유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테지요.
 
제 쉘터 주변에서 이야기를 진행하셔도 좋고, 저와는 개별 시간대 개별 공간에서 진행하셔도 좋습니다.
 
한번 각자 이야길 진행해보죠.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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