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을 준비중이던 2005년 펭귄 비치에서 펭귄이 먹이를 들고온 사육사를 따라가고 있다. 사진=마이클 피드
모기 없는 곳에서 살던 펭귄들 ‘조류 말라리아’에 노출
투약은 기본…모기 피해 대형 냉장고에서 생활하기도
세계의 유명 동물원들이 ‘펭귄 킬러’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범인은 조류 말라리아인데, 주로 극지방에서 서식해 말라리아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펭귄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각) “조류 말라리아가 세계의 동물원 펭귄 사망 원인 가운데 1위일 것”이라며, 미국과 영국 동물원의 조류 말라리아 대처 방법을 소개했다. 조류 말라리아는 극지방과 일부 태평양 섬들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하와이는 원래 조류 말라리아에서 자유로운 섬이었으나, 천적인 꿀먹이새의 개체 수 감소로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조류 말라리아는 조류에 특화돼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새나 파충류를 무는 모기들은 포유류를 물지 않는 성향이 있기도 하다. 상당수 조류한테도 조류 말라리아는 더는 ‘킬러’가 아니다. 장기간 조류 말라리아에 노출돼 자연적으로 면역력이 생긴 탓이다. 반면 동물원에 사는 펭귄들에게 조류 말라리아는 치명적이다. 브롱크스 동물원의 전 원장인 크리스틴 셰퍼드는 “펭귄들은 모기가 없는 지역에서 살다 동물원으로 왔기 때문에 면역력이 없다”고 말했다. 펭귄들의 고향인 남극은 모기가 살기 힘든 기후다. 동물원 펭귄 중 일부는 뿐따 뜸보 사막처럼 낮 기온이 40℃까지 올라가는 지역에서 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건조한 기온 탓에 펭귄이 모기에 물릴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사정 탓에 지난해 영국 런던 동물원에서는 훔볼트 펭귄 6마리가 말라리아로 죽었다. 런던은 1926년 조류 말라리아가 처음으로 발견된 곳이기도 한데, 그 이후 미국과 한국, 오스트리아 등 세계 각지의 동물원에서 같은 이유로 펭귄들이 죽어 나갔다. 미국에서는 1986년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블랭크 파크 동물원에서 대형 조류 독감이 발생했다. 당시 칠레에서 갓 수입된 마젤란 펭귄 46마리 가운데 38마리가 몰살당한 ‘펭귄 참극’이 벌어졌다. 펭귄 킬러를 막으려는 동물원들의 대처는 각양각색이다. 감염 확인과 투약은 기본이다. 미국 메릴랜드와 뉴욕시티 동물원은 새로 들어오는 모든 펭귄들의 혈액을 체취한 뒤 말라리아 원충이 발견되면 약물을 투여한다. 또 맨해튼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펭귄들은 모기의 무단 침입을 막으려고 거대한 냉장고 안에서 생활한다. 브롱크스 동물원에서는 연못에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피라미를 키우고, 펭귄들이 수영하는 물 안에는 곤충을 죽이는 박테리아인 바실러스 튜링겐시스를 채워 넣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런던 동물원은 모기를 쫓는 데 효과적인 라벤더향을 적극 활용한다. 라벤더 재질로 된 펭귄집과 라벤더향 펜스 등이 대표적이다. 전정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