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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그리고 파혼...
게시물ID : humorbest_6458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스타
추천 : 119
조회수 : 11584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16 19:44:54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3/16 19:20:53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임신 26주차 예쁜 딸을 품고있는 22살의 미혼모 입니다.


미혼모라는 사실이 자랑도 아니고 어디서 제 얘기를 마음편하게 할 수 있는 곳도 없어 이곳 고민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고등학교때부터 4년정도 알고 지낸 3살 연상의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중간에 자주 다투고 헤어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항상 다시 서로에게 돌아왔습니다.
작년, 남자친구는 군대에 다녀와 복학을 준비중이었고 조기 입학 했던 저는 대학을 졸업 후 모 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직장관계로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하며 지냈었고
혼자 외로운데다 매일 회사 집 이런 반복된 일상에 저는 많이 지쳐 했었습니다.
주말엔 늘 집에 내려갔지만 남자친구보단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었기에
데이트도 한달에 두세번꼴로 남자친구가 자취방에 같이와 지내는 걸로 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생리가 끊겼단걸 알았을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혼자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봤고 결과는 두줄..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너무 놀라 오히려 더 침착해 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될까 남자친구에게는 어떻게 말을 해야될까 고민하다 사실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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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시간 동안 저에게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해줬었고 항상 싸우고 나서도

아니 제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그랬어도 자기가 먼저 미안하다고 했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게 없고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며 지우고 준비해서 아이는 나중에 갖자더군요..


물론 충분히 준비하고 계획해서 순리대로 가는게 맞겠죠.. 그치만 이미 생겨버린 아이고

그런 생명을 더 편하게 살겠다며 없앤다는게 정말 저에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철이 없는 건지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러는건지 그냥 저에게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어요
우린 서로 사랑했기에 아이가 생겼고 내 아이가 나에게 조금 일찍 온거니까 ..
저는 남부럽지 않을 직장에 다니면서 그동안 조금씩 적금했었던 돈도 있었고 아직은 우리가 젊으니까
다시 시작할수 있고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일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남자친구의 모습도 충분히 내가 앞으로 인생을 같이 함께할수 있을만한 남자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그사람은 끝내 지우잡니다.
제가 아무리 울며 못그러겠다 다시한번만 생각해달라 라고 애원을 해도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라며 자길 멀어지게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우린 또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사이 입덧이 시작되어 말도 못하고 회사 화장실에서 숨어 토하고 지냈습니다.
우린 모진말로 서로 상처만 주다가 병원에서 초음파로 아기집도 보고 심장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냥 슬펐습니다. 아가한테 너무 미안하고 죽고싶었습니다.
차마 남자친구도 지우자고 수술하자고 더는 말을 못꺼내더군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양가 부모님들께 말씀드렸고 양가모두 덤덤하게 저희들 생각을 먼저 궁금해 하셨습니다.
아직 서로 너무 부족하지만 하나씩 준비 해 가겠다 말씀 드렸고 그럼 아이를 먼저 낳고 식은 나중에 올리는 걸로 이야기가 됐습니다.

양가쪽 모두 이해해 주셨고 그렇게 하나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변해버린 남자친구의 태도 였습니다.
서로 노력해 보자 라고 했던 사람이 도망가고 싶다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힘들다는 말만 계속했습니다.
점점 입덧이 심해지면서 저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예민해 졌습니다. 남자친구가 그런 말 할때마다 미래가 무서웠고
아기를 다시 지우자는 말도해서 그때부터 점점 믿음도 잃어갔던거 같습니다.

시댁에서는 저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자취방을 정리하고 내려오라는 말씀을 하셨고 저희 집에서는 아직 남자친구가 자리를 잡은게

아니니 직장은 좀 더 다니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고민끝에 남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던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퇴직금과 그동안 적금했었던 돈을 가지고 친정에 내려왔고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으로 내려오자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집착이 시작됐습니다.

단순히 직장에서 같이 근무 하였던 동료의 연락처를 가지고 어떤사이냐 의심했었고
제가 무슨 소리냐 도대체 왜 그러냐 할때마다 찔리는게 있어 화를 내는 거라며
심지어 친정에 찾아와 제가 밖에서 남자를 만나고 다녔다는둥 자긴 절 못믿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시댁에서도 저를 좋게 보는것 같지 않고 저는 점점 남자친구에 대해 신뢰를 잃었습니다.

계속되는 다툼. 끝내 남자친구는 다시는 자기에게 연락하는 일 없었으며 좋겠다며 말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파혼 당했고 더이상 그런 남자친구와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에 헤어져 아이만은 지켜야 했습니다.
뱃속에서 이렇게 모진 저도 엄마라며 커가고 같이 숨쉬는 그런 아이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사람은 아빠없는 아이도 엄마없는 아이도 싫다고 했지만 아빠가 없다고 해서 이 아이의 인생이 실패한

인생일까요 ?

어떤것도 아기가 죽어야되는 이유가 될수가 없었습니다. 지울수 없었습니다.

내 새끼니까요.

아이아빠 연락이 두절된지 몇개월이 지났습니다. 입덧도 없어졌고 배는 부르고 이제 출산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산일이 점점 다가오다보니 미혼모 시설에 입소를 하려고 합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될것 같고 배가 부르니 주위 눈치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몇살이냐 아이아빠는 무슨일을 하냐 .. 지겹게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냥 그분들은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만 저에게는 상처가 되더군요.. 엄마 아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가 싫어 입소를 결정했습니다.

저는 임신으로 인해 직장도 잃었고, 친구도 잃었으며 가족에게 씻지 못할 상처도 주었습니다.
그래도 그 모든걸 포기할 만큼 충분히 가치있는 선물을 얻었습니다.
바로 제 뱃속에 있는 딸아이. 세상 모든것보다 소중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자격 없는 반쪽짜리 모진 엄마라서..
아이를 위해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하고 입을거 먹을거 제가 조금 덜 쓰려고 합니다.
내 아이에게 더 좋은거 많은걸 주고 싶으니까요

언젠간 나중에 아이가 아빠에 대해 물어보겠죠 ?

그때 전 모든걸 이야기 해 줘야 할까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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