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날려서 굉장히 슬프네요..
다시 씁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여기는 부산입니다. 부국제에서 상영한 뫼비우스를 보고 숙소에 돌아왔어요.
혼자와서 누구랑 이야기 나눌 대상도 없고 어짜피 안생기니까 리뷰나 쓸게요.
스포는 그다지..? 있긴 있겠지만 아마 영화보는데 피해 없을 정도?
일단 제 나름 영화를 한줄로 요약하자면,
김기덕감독이 만든 오이디푸스 신화, 혹은 오이디푸스 '포르노' (에다가 + 김기덕감독의 여름향기....?)
리뷰에 앞서서 굳이 말씀드릴게 있다면 저는 여자입니다.
이 영화는 여성과 남성의 감상이 상당히 다를것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여러분이 무엇을 각오하든 절대 그 이하를 보여주진 않을 거라는 점.
영화를 보면서 참, 뭐랄까..
끝내준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화면으로 보면 색감이며 화면구성이며 진짜 감각적입니다. 엔딩크레딧 보니까 DI쪽에 인력이 꽤 많이 들어갔더라고요
미장센도 너무 아름다워요. 그런데, 그 아름다운 미장센에 의미를 부여하면,
역겨워 진다는게.. 그게 문제입니다 ㅠㅠ
제가 옛날에 한번은 야동을 잘못받아가지고 전혀 제 취향 아닌 고어 포르노를 받은적이 있는데요,
여성의 몸을 가지고 참 별의 별걸 다 합디다.
사지를 잘랐다 붙엿다 가슴이며 성기를 잘랏다 붙였다 장기를 꺼냈다 넣었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호기심으로 휙휙 건너뛰면서 보다가 오 분도 채 못보고 껐습니다. 역겨워서요.
뫼비우스가 남성에게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포르노라는 단어를 비하하려고 쓴게 절대 아니예요. 굳이 말하자면
그 야동 속에 영혼은 없고 감각만이 살아서 말초신경만 꿈틀거리는 세상, 도착증으로 붉게 물든 그 세상이 포르노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영화속의 세상은 더 이상 성적으로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여자의 몸을 대상으로 도구로 쾌락 혹은 고통을 주입하면서 거기에 관음하면서 느끼는 성적인 흥분.
글쎄요, 당연히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겠지만은 저는 남성의 몸이 그 대상이 되어도 성적인 흥분은 그다지요.
어쨌든 그들은 남근을 거세당함으로 오히려 온몸을 남근으로 확장시킵니다. 그야말로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이은우씨가 어머니역할과 여자친구 역할을 함께 맡아 일인 이역을 하셨죠. 정말 폭발적인 역할입니다. 연기 대단하시더라구요.
어쨌든 왜 어머니와 여자친구가 같은 배우였을까 생각해보면 오이디푸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죠.
그리고 뒤에가서는 어머니와 여자친구의 역할이 뭔가 역전되는 듯한 양상도 보이면서.. 아무튼 연기하면서 멘탈은 잘 추스리셨는지
악마를 보았다 이후로 오랜만에 배우 멘탈 걱정하고 있엇네요.
옛날 일본영화중에 <감각의 제국>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것도 도착증을 다룬 영화라서 상당히 임팩트가 컸어요.
그 영화나 뫼비우스나 역시 비슷하게 다가오는 점은
성을 강조하고 강조하고 증폭시킨 도착증의 끝에는 오히려 허탈함, 지독한 자기혐오 같은것만 있을 뿐이라는 거예요.
그럼에도 포기할 수가 없는것이 성욕이죠. 그 성욕은 어쩌면 바로 그 지리멸렬한 가족애와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고도는 애정과 욕구 속에서 빠져나가는 길은 단 한가지 뿐. 그래서 뫼비우스. 인가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게 대사 없는 영화죠 뫼비우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대사를 칠 수 없는 배우들의 감정은 정말 말그대로 빵빵! 터져나옵니다.
온몸으로 몸부림치고 소리지를 수 없는 그만큼 눈에 핏대를 세워서, 손짓하나에 눈빛하나하나에 증오를 피워냅니다.
단 한 순간 대사에 준하는 소리를 지릅니다 이은우씨가.
그 때의 폭발감이랄까.. 그 감정의 증폭은 정말 소름이 쫙 돋더라구요.
그리고 거의 마지막 장면의 계단시퀀스... 정말 아름다웠어요. 아름답고 살떨리고...
90분의 시간이 이 감각적인 영상 속에서도 길게 느껴졌다면
아무래도 김기덕감독 특유의 관객고문.. 때문이겠죠.
그런데도 또다시 각오하면서 영화관에 앉게하는것도 김기덕감독의 힘이고 또 그 각오따위 쉽게 넘어버리는 것도 김기덕감독의 힘일거예요.
상상이상 각오 그 이상의 영화 뫼비우스
끝내주게 잘봤습니다.
평점은 높게 주고 싶은데 보러가시라고 추천은 못할 그런 영화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