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8일 '안철수 신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 직 수락 기자회견을 잡았다가 건강 상 이유로 취소했다. 고열로 입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관련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윤여준 전 장관이 안철수 신당 합류를 직접 밝힌 적은 없다. 안철수 측의 일방적인 발표 내용 뿐이다.
그래서 건강상 이유로 오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한 것을 두고 다른 속사정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된다.
안철수의 정치적 멘토였던 윤 전 장관은 정치철새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의 멘토역할을 했고,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대선 이후 안철수 새정치 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안철수가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하자 안철수를 떠났고, 이번에 안철수 신당에 다시 합류키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은 그의 철새행각은 다른 정치인들과는 달랐다. 윤 전 장관은 한나라당을 탈당 한 이후 우리나라 정치의 변화를 갈망했고 그 가능성을 안철수를 통해 보았다. 그는 안철수와 함께 새정치를 명분으로 한 독자 정치세력화를 꿈꿨다. 그러나 안철수는 못된 청개구리 마냥 그를 배신했다. 안철수는 동으로 가라하면 서로 가고, 북으로 가라하면 남으로 갔다. 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안철수를 떠났다. 이처럼 윤 전 장관의 철새행각에는 ‘새정치’라는 일관성이 있었다.
총선을 앞둔 안철수가 더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꾸리면서 안철수의 끈질긴 구애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대선 이후 안철수가 새정추를 꾸릴 때 윤 전 장관을 삼고초려해서 공동위원장을 맡게 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나와 청춘콘서트 할 때만해도 당시 안철수 교수는 아무리 중요한 부탁도 한 번 거절 당하면 더 안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에게 수십번 부탁을 하더라. 사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이번에는 십고초려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다. 윤 전 장관이 안철수의 십고초려에 마음이 움직였단 말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는 과거 중대한 갈림길에서 윤 전 장관의 말을 듣지 않았고 실망시켰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의 상실이다. 그가 말하는 새정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윤 전 장관 조차 알지 못한다. 그나마 안철수가 밝힌 국회의원 정원 축소니 중앙당 폐지 등은 윤 전 장관이 생각하는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안철수가 새정치를 하겠다면서 더민주당을 탈당해서 함께하고 있는 김한길을 비롯한 사람들도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구태 인사들이다. 이들과 함께하면, 자신도 구태로 전락하고 만다. 나이 77살에 무슨 욕심이 있어, 이 나이에 똥물을 뒤집어 쓰랴.
나는 윤 전 장관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나이를 거꾸로 먹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를 병실로 옮긴 고열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