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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막장 바이러스 창궐
게시물ID : humordata_4967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독한솔로
추천 : 0
조회수 : 75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9/01/05 09:43:39
드라마에 막장 바이러스 창궐 
‘너는 내 운명’ ‘유리의 성’ ‘아내의 유혹’… 
 
 
  하어영 기자  
 
   
 
  
 
아침·저녁·밤·주말 상관없이 무차별
개연성도 없는 엽기 설정 시청률 경쟁

“백혈병이 장난이냐. 고아였던 주인공 친모가 갑자기 백혈병 걸려 나타나고, 시어머니가 또 백혈병으로 쓰러지고, 그 시어머니는 주인공 며느리에 대한 미움 때문에 골수를 받아라, 안 받는다. 장난을 치다니…”

13주째 시청률 집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방송(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입양에 따른 대안 가족과 장기 기증이란 이슈를 전면적으로 다뤄보겠다는 본래 의도는 최근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오는 9일 종방을 앞두고 아들 부부의 결별을 막무가내로 강요하며 그들의 혼인신고서를 파기하는 시어머니의 엽기적 활약상은 시청률을 40% 턱밑까지 끌어올렸다. 한겨울에 이불을 손빨래하고 김장 150포기를 담그는 등 ‘전설의 고향’스러운 시집살이 설정으로 시청률을 유지하던 <너는 내 운명>은 결국 친어머니, 시어머니 동시 백혈병 발병이라는 ‘막장 카드’를 꺼내면서 온갖 비난 속에 40%대에 올랐다. 강명석 문화평론가는 “광고 없이 9시 뉴스까지 잇따라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한국방송 1TV 일일극이 고정 시청층을 갖게 된 건 수십년 된 일이고, 억지 설정 논란도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 정도까지 막장으로 간 적은 없었다”고 우려했다.

■ 전염병처럼 번지는 막장 설정 ‘막장: 광산 갱도의 끝’. 갈 데까지 간 상황이나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 막장 설정이 드라마에서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에스비에스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줄거리도 ‘갱도의 끝’이다. 부잣집에 시집간 주인공이 시집살이 스트레스로 유산하고 급기야 친구의 배신으로 아내 자리를 뺏기고 죽음의 고비를 넘는 과정에서 ‘억지설정’ 논란은 계속됐다. 하지만 시청률 20%를 넘으며 화제를 모으자 결혼에 성공한 새 며느리가 거짓 임신에 유산까지 극중극을 펼치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에스비에스 일일극으로는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이런 막장 설정은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극단적 고부갈등을 부각시킨 에스비에스 <유리의 성>, 이혼·파혼 등의 파탄난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문화방송 <내 인생의 황금기> 등의 주말극과 출생 비밀로 극을 이끌어가는 <에덴의 동쪽> 등 미니시리즈에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드라마 대부분에서도 나타나면서 공중파 드라마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드라마 위기의 현주소 이런 현상은 한국방송 1TV의 오후 8시반 일일극을 수십년간 고정시청해온 30대 이상 여성층이 다른 시청시간대도 시청률 주도 계층으로 자리잡은 이유가 크다. <너는 내 운명>의 경우 시청자 52%가 30대 이상 여성. <에덴의 동쪽>, <아내의 유혹>, <유리의 성> 등 최근 주목되는 드라마 대부분도 비슷한 양상이다.

문제는 현실에 대한 성찰 없이 해당 시청층만 겨냥한 자극적 소재를 동원해 시청률을 끌어올린다는 데 있다. 방송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내러티브의 개연성 없이 무조건 가족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설정”을 지적했다. 그는 “극적 재미만을 위해 만화· 판타지에 등장할 법한 악인 이미지를 시어머니, 불륜 상대에 투영해 자극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청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소모적으로 관심 끄는 것도 한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현상은 30대 이상 여성 시청층을 제외한 나머지를 끌어들일 묘안을 찾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또 고정된 시청층을 자극할 만한 소재만 반복·변주하는 상황이 드라마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방송 드라마의 ‘퇴행’이 계속되면 새 시청층은 유입되지 않고 이탈만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렇게 진단했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이른바 한류상품 드라마 가운데 막장 설정이 있느냐. 단기적으로 일부 시청층만 노리는 제작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한류 퇴조도 드라마 산업 붕괴도 막을 수 없다.”


하어영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한국방송·문화방송·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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