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얘기로 들었었는데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데가 있더군요
행사 내용을 읽다보니 기가차서 글을 올려봅니다
KUSPA가 무슨 정부에서 하는 단체인가..
서울역에서 하는걸보니 서울시에서 주최하는건가 했는데
고려대학교 이벤트 컨설팅 동아리랍니다
대학교 동아리가 이런 이벤트도 열고 대단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식으로 작품가격을 정해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100호그림을 판다고 해봅시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최저가가 배송비빼고 65000원쯤 하네요
(사실 검색해보고 놀랐습니다 저렇게 싼 100호 캔버스는 써본적이 없어서)
일반적으로 화방에서 쓸만한 100호 캔버스를 산다고 하고 배송비까지 9만원쯤 듭니다
그리고 100호는 어떤 자가용에도 안들어갑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운송할 수준도 아니죠;
트럭을 불러야 운송할 수 있는 크기죠
서울역에서 가까인 산다고 치고 최저로 쳐서 3만원이라고 해봅시다
(만약 안팔리면 다시 가져오는데도 다시 3만원 추가)
그냥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빈 캔버스를 저기 가져가는데도
15만원정도가 소요되네요
게다가 여긴 지원서를 내야하며 작품 사진도 찍어 보내야하고 재학증명서까지 보내야 한답니다
일반인분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전시 지원서는 이력서 내는거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자기 작품 잘 나오게 사진찍고 작품 개념 정리해서 보내야 하니까요
간단해보여도 이거 쓰는 것도 엄청 힘듭니다
암튼..
여기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과 여러가지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권장가격 20만원과 최고 가격 30만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 가격에 내놨는데 팔리지도 않는다면 정신적 충격도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내 그림이 5만원 가치도 안되나?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 것 같습니다
(100호 정도 그림 그리려면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정말 빠르면 1주일에서 보통 1달은 걸립니다. 전 4달까지도 걸려봤네요)
취지를 읽어보니
'미술품 가격이 비싸서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다'
라는 이유로 기획됐다는데
그래서 고심 끝에 내놓은 결론이
'그럼 비싸니까 터무니없게 싸게 팔아보자!!'
이건가요?
이런 1차원적인 발상이 기획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전문 기획자분들에게 좀 묻고 싶네요
미술품 가격이 비싸니까 앞으로 예술가들에게 사심을 버리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기획일까요?
아무리 학생 그림이라지만
그 노력을 하고 저기 왔다갔다 할 바엔
저라면 그냥 뜯어버리고 새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어차피 아끼는 그림은 저기에 내지도 않겠죠
3만원짜리 30호 캔버스에 그림그려서 누군가에게 공모를 지원해서 운송해서 5만원에 팔고 싶겠습니까?
(자기 움직이는 시급을 시간당 5000원으로 치면 마이너스 나겠네요)
때문에 퀄리티있는 그림도 없겠죠
결국 '제대로 된 그림도 없고 그림 내는 사람도 기분이 좋지 않고 와서 구매하는 사람도 만족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전시가 되는겁니다
그냥 KUSPA 학생들 경력 만드려고 하는
이벤트로 밖에 안보이네요
정부기관 후원을 받아서 하는 행사이니 국민의 세금으로 KUSPA에 허울 좋은 경력하나 만들어드렸네요
어디가서 포트폴리오에
'<사심없는 그림>이라는 예술과 일반인들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이벤트를 기획했었습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제가 빠트렸는데
수익금의 100%를 주는것도 아니었군요
10%는 불우이웃에게 준다는데
차라리 예술인들 모아서 바디페인팅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수익금의 100%를 불우이웃에게 준다면 기분 좋게 참여하겠습니다
벼룩의 간을 떼먹지 아님 차라리 판매액의 100%를 불우이웃에게 기부한다고 하던가요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 기분이라도 뿌듯하게
왜 그림그리는 사람은 사심이 없어야 하나요?
땅파서 먹고 사나요?
기획한 분들 평생 사심없이 사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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