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금지법이 시행되자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한국 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어느 모임에서 “성매매금지법은 도덕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인간의 성욕을 막는 즉 인권을 침해하는 좌파적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성의 몸을 사고파는 것이 여성의 인권의 침해가 아니라, 거꾸로 여성의 몸을 사고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남성 인권의 침해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거의 도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좌파적 정책’이란 또 뭔가? 성매매금지법은 여성단체들의 요구로 입법화된 것이다. 이들이 무슨 좌파란 말인가? 공병호씨는 인간 장기(臟器)의 자유판매를 허용하는 게 시장경제라고 주장했다. 비슷하게 좌원장은 성의 판매를 허용하지 않으면 사회주의라고 말한다. 얼마나 과격한가. 하지만 나는 이 과격한 시장근본주의자들이 제 몸의 장기를 잘라 팔 의사가 있다거나, 제 가족에 속하는 여성이 몸을 파는 것까지 용인할 정도로 ‘쿨’하다고 보지 않는다.
국감장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은 “몸을 파는 여성은 생존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인데도 국가가 이들을 구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단속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말 자체로 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얘기는 거의 좌파적인 요구처럼 들린다. 실제로 좌파들은 성매매의 근절은 단속만이 아니라, 동시에 여성들을 성매매로 몰고 간 사회적, 경제적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좌파란 말인가? 그럴 리 없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게 한나라당이다. 가난 구제를 나라에서 하겠다고 나서면 ‘좌파적 정책’이라 비난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한나라당이다. 그런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국가가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겠는가? 그럴 리는 없을 게다. 결국 김기춘 의원의 얘기는 어차피 가난은 나라에서 구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럴 바에야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모든 망언 시리즈 중에서 단연 압권은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의 발언.국감에서 그는 “결혼 적령기를 30세 전후로 볼 때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결혼을 앞둔 성인 남자들은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성욕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정치가들이 나서서 젊은이들의 ‘성욕을 해결할 방법’까지 고민해 주니, 대한민국 국민됨이 얼마나 벅차고 행복한가. 세상 어느 나라 정치인들이 이렇게 제 국민의 내밀한 욕구까지 신경써준단 말인가. 모처럼 세금 낸 보람을 느낀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김충환 의원이 젊은 시절을 참 불우하게 보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10대 후반에서 20대까지 웬만한 젊은이들은 굳이 조명 이상한 데에 가지 않아도 서로 교제도 하고, 연애도 하고, 사랑도 하면서 다들 행복하게 지낸다. 김충환 의원은 도대체 여성들을 어떻게 대했기에,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그 황금 같은 시기에 기껏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해결’할 궁리나 했단 말인가. 참 안 됐다.
칼 마르크스의 말대로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성을 ‘성욕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는 그 천박함만 아니었더라도, 김충환 의원의 젊은 시절이 그렇게 불우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다. 아울러 충고하고 싶은 것은, “결혼 적령기를 30세 전후로 볼 때”, 행여 결혼이라는 것도 “10대 후반과 20대까지” 해왔던 성매매의 연장으로, 말하자면 “성욕을 해결할 방법”의 연장으로 간주하지는 마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