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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에 더는 나이를 먹지 못하게 된 나의 남동생에게...
게시물ID : bestofbest_64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이파
추천 : 209
조회수 : 71291회
댓글수 : 1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2/01/21 23:25: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1/21 19:23:43
사랑하는 나의 동생.
명절이 되니까 문득 더 네가 그립다.
이제 그때처럼 격렬히 빼앗긴 듯한 분노는 아니지만
난 여전히 널 생각하면 마치 누군가에게서 널 빨리 돌려받아야만 할 것처럼
초조하고 급박해져.
... 나도 모르게 '빨리 돌려줘.' 라고 말하곤 해.
하지만 2년이 흐르는 동안 난 어느새 너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예전처럼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하게 되었어.
아, 이제는 3년이 되어가는구나.
게다가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으니까 
사실상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뒤로 4년이 지났네.
나 머리가 좋지도 기억력이 좋지도 않지만 너에 대한 건 
하나도 잊지 못할 것만 같았어.
근데, 세월이 가져다 주는 기억의 열화란 역시 만만치가 않구나.
혹,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
실은 나는 너를 빨리 잊고 싶어서 점점 널 떠올리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가 치밀고는 해.
혹은 어느 새 널 떠올리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마찬가지야.
난 널 잃었던 나를 여전히 용서할 수가 없어.
그보다 지금도 의문이 들어.
너 없이 살아있는 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말야.
물론 우리가 서로 함께할 때 했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오늘도 이런 말로 애써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정당화시키지.
알아. 남들이 보면 자신의 인생 살면서 사는 핑계거리 더럽게 많다고 하겠지.
심지어 너조차도 말야. 
그리고 너와 함께하던 때라면 나 또한 이딴 소리나 지껄이냐며
상대에게 화를 내었겠지.
하지만 말야. 나 너무 무섭다.
죽은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더 무섭더라.
기억나? 나 엄청 겁쟁이에 울보였던거.
무서워하지 않기 위해서, 너에게 겁쟁이 소리 같은거 듣기 싫어서
나 정말 노력 많이 했던거다?
세상엔 무서운 게 너무 많았는데, 그보다 네가 나에게 겁쟁이라고 할까봐
그게 더 무서워서 안 무서운 척하려고 정말 열심히 해 봤어.
그리고 괜히 네 소매를 잡으면 좀 안 무서웠으니까.
근데 난 이제 네 소매를 잡지 못해.
그리고 새삼 잊었던 무서운 세상이 눈 앞에 있잖아.
정말 무언가가 너무나 많은데 정작 내 길은 보이지 않는 곳이 
너 없는 반쪽짜리에 불과한 내게는 숨막힐 정도로 힘들었어.
너도...내가 군대에 가 있는동안...이렇게 힘들었던 거구나.
어차피 이렇게 애원해도 넌 돌아오지 않겠구나...라는 건 역시 힘들어.
한심해도...그래서 너와의 약속이라는 핑계라도 필요한 것 같아.
설에는 간단히 먹을 거 몇 개랑 네가 좋아하는 사케랑 
담배 한 개피에 불을 붙여두고 널 생각해야겠다.
넌 왜 담배가 웨스트가 아니냐고 짜증을 낼까?
그래도 럭키 스트라이크가 마침내 한국에 들어왔다고.
이 정도로 참아주길 바래. 
3월에...한 번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2년 1월 21일, 
올해 26살이 된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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