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동생. 명절이 되니까 문득 더 네가 그립다. 이제 그때처럼 격렬히 빼앗긴 듯한 분노는 아니지만 난 여전히 널 생각하면 마치 누군가에게서 널 빨리 돌려받아야만 할 것처럼 초조하고 급박해져. ... 나도 모르게 '빨리 돌려줘.' 라고 말하곤 해. 하지만 2년이 흐르는 동안 난 어느새 너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예전처럼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하게 되었어. 아, 이제는 3년이 되어가는구나. 게다가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으니까 사실상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뒤로 4년이 지났네. 나 머리가 좋지도 기억력이 좋지도 않지만 너에 대한 건 하나도 잊지 못할 것만 같았어. 근데, 세월이 가져다 주는 기억의 열화란 역시 만만치가 않구나. 혹,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 실은 나는 너를 빨리 잊고 싶어서 점점 널 떠올리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가 치밀고는 해. 혹은 어느 새 널 떠올리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마찬가지야. 난 널 잃었던 나를 여전히 용서할 수가 없어. 그보다 지금도 의문이 들어. 너 없이 살아있는 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말야. 물론 우리가 서로 함께할 때 했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오늘도 이런 말로 애써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정당화시키지. 알아. 남들이 보면 자신의 인생 살면서 사는 핑계거리 더럽게 많다고 하겠지. 심지어 너조차도 말야. 그리고 너와 함께하던 때라면 나 또한 이딴 소리나 지껄이냐며 상대에게 화를 내었겠지. 하지만 말야. 나 너무 무섭다. 죽은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더 무섭더라. 기억나? 나 엄청 겁쟁이에 울보였던거. 무서워하지 않기 위해서, 너에게 겁쟁이 소리 같은거 듣기 싫어서 나 정말 노력 많이 했던거다? 세상엔 무서운 게 너무 많았는데, 그보다 네가 나에게 겁쟁이라고 할까봐 그게 더 무서워서 안 무서운 척하려고 정말 열심히 해 봤어. 그리고 괜히 네 소매를 잡으면 좀 안 무서웠으니까. 근데 난 이제 네 소매를 잡지 못해. 그리고 새삼 잊었던 무서운 세상이 눈 앞에 있잖아. 정말 무언가가 너무나 많은데 정작 내 길은 보이지 않는 곳이 너 없는 반쪽짜리에 불과한 내게는 숨막힐 정도로 힘들었어. 너도...내가 군대에 가 있는동안...이렇게 힘들었던 거구나. 어차피 이렇게 애원해도 넌 돌아오지 않겠구나...라는 건 역시 힘들어. 한심해도...그래서 너와의 약속이라는 핑계라도 필요한 것 같아. 설에는 간단히 먹을 거 몇 개랑 네가 좋아하는 사케랑 담배 한 개피에 불을 붙여두고 널 생각해야겠다. 넌 왜 담배가 웨스트가 아니냐고 짜증을 낼까? 그래도 럭키 스트라이크가 마침내 한국에 들어왔다고. 이 정도로 참아주길 바래. 3월에...한 번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