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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 시리즈2(군대 경험담 중 하나/역시 스압)
게시물ID : panic_6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ueRain
추천 : 14
조회수 : 197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0/07/27 09:03:36
앗! 자고 일어났더니 추천이 열 개나... 감사합니다. ^^

그래서 약속대로 군대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뭐 글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조금 꾸미기는 했지만, 상황이나 인물은 100% 실화 입니다. 

귀신 얘기 여부는 본인이 판단하시면 됩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 생각해도 무척 오싹한 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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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위 이야기 쓰면서 말씀드렸다 시피 전 해병대를 제대했습니다.(733기 입니다)

제가 근무한 곳은 [백령도]입니다.

(저도 들은 얘기지만, 예전 조선시대? 일제시대? 때 지도를 보면 백령도가 

흰 백(白), 혼령 령(靈), 섬 도(島) 란 얘기도 있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포항 훈단에서 근무지 지원하는 날이 있었는데, 1지망부터 3지망까지 모두 백령도를 썼었죠.

어차피 군생활 할거, 아얘 탈영할 생각도 안나게 섬에서 하자 라고 해서 그렇게 쓴 것이죠.

뭐 중간 과정은 다 자르고...

제가 백령도에 발을 들여 놓은 때가 여름이었습니다.

자대 배치 받고, 중대로 편입되고, 내무실 배정받고... 정신없이 살던 중

가을쯤이었나요...? 여단TTT 훈련(맞나? ㅋㅋ)을 뛰게 되었습니다.

TTT훈련은 뭐 백령도의 특성상 뛰고 자시고 할 공간도 없거니와(섬 전체의 80%가 산입니다)

행군에, 진지 점렴에, 뭐 산 속을 왔다리갔다가 하는 훈련이었습니다.

훈련 마지막 날 전날인가 였습니다.

백령도의 산은 대부분이 지하 벙커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우리 부대가 진지구축한 곳도 역시 벙커가 있었는데,

그 벙커라는게 예전 일제시대 때 일본군 놈들이 물자 저장을 위해 파 놓은 곳을

선배 해병들이 100% 수작업으로 더 깊게 파고 콘크리트로 보강을 했다 합니다.

물론, 사고로 많은 선배들이 돌아가시고, 고생하셨다 합니다.

그 벙커에 들어간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벙커에 군장을 풀고, 패널(야외용 메트리스) 깔고, 일부는 참호속의 낙엽 등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일부는 개인 군장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벙커의 구조를 대충 설명하면, 산 입구에서 철문을 열면 약 3평 남짓한 공간이 있고, 

그 곳에서 지하로 약 30m(? 실제로는 아닐지 몰라도, 한참 내려갔었습니다)가량 내려가면 약 15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습니다.(그 곳에서 패널을 깔았습니다)

그 밑으로 또 계단이 있었고(한 20m 정도?) 그 계단을 내려가면 그 때부터 미로같은 벙커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 때 시간이 저녁 6시 쯤이었고, 의외로 그 곳도 산 속인지라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습니다.

곧 식사시간이 되었고, 선임하사님께서는 야전식량 중 일부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소모해야 한다면서 작업인원을 차출하셨습니다.

뭐, 딸리면 먼저 튀어 나가야죠...

작업인원은 저랑 제 맞선임(김X환 해병), 일병 선임(박X태) 이렇게 셋으로 구성되었고,

지시받은 작업은 벙커 안쪽에 짱박혀 있는 전투식량 중 유통기한이 다 된 것(젠장... 지금 생각해 

보니까 유통기한이 3년이었습니다. 방부제 범벅... ㅋㅋㅋ)을 가지고 와서 소모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 저희가 들기로 한 것은 식당에서 쓰는 캐첩통만한 콩요리(강낭콩을 캐첩같은 것에 버무려 놓은)를

1인당 한 박스씩 들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벙커 내부에는 5m인가 7~8m 간격으로 천정에 백열등이 켜 져 있고, 내부는 습기로 축축하고... 

외부로 통하는 문은 창문 하나 없이 철문이 고작이고... 비는 오고...

완전 지금 생각하면 GP506보다 더 멋진 공포영화가 나올 만한 분위기네요.

아무튼, 우리는 계단을 다 내려가고 평지에 내려서서 왼 쪽, 오른 쪽 구불구불 선임하사님이 말씀하신 곳으로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약 5분 정도 걸었나? 드디어 말씀하신 물자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관인 것이, 그 박스라는게 종이박스인데 3년을 습기만땅인 곳에 있어서 거의 너덜너덜...

잘못 들면 바닥에 깡통들을 패대기치기 딱 좋은 그런 형태였습니다.

게다가 그 통조림 깡통은 왜 그리 무거운지... 그것도 한 박스에 6개씩...

한 사람당 한 박스씩 들기는 들었는데, 이건 어깨에 메지도 못하고 진짜 찢어지지 않게 밑을 잘 받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들고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굳이 표현하자면... 고래잡고 컵 씌운 상태로 어기적어기적 걷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ㅋ)

이제 모퉁이만 돌면 계단이 나옵니다. 

모퉁이를 도니 긴 복도가 나옵니다.

직선 거리로 한 50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한 10m나 왔나...? 밑에 내려와 있던 병장 선임(700자 초반, 박X태 해병... 젠장... 기수빨은 까먹지도

않는군요.. 제대한지 15년이 되어 가는데...)이 우리보고 빨리 오라 합니다.

영문을 모른 우리는 뛰려고 노력해 보지만, 들은 것이 찢어져 낭패를 볼 까봐 더욱 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기적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고참이 쌍욕을 섞어 가면서 빨리 오라고 합니다. 그 고참 바로 밑의 병장 선임도 그 소리를 듣고 

내려왔습니다.

둘 다 뛰라고 욕을 해댑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더 어기적거리며 갑니다.

도착을 하자마자, 병장 선임이 싸대기를 날려댑니다.

“선임이 뛰라는데 안 뛰어? 기합빠진 놈들.”

영문도 모르고 인당 열 몇 대는 맞은 것 같습니다. 억울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군대인데...

암튼, 그렇게 그 일은 마무리 되고... 그 저주받을 콩을 나눠 먹고(맨밥에 반찬으로 먹었습니다...

양배추 김치에, 탕수육 소스 같은 것에 버무려진 콩에, 양배추 김치로 끓인 김치국... 우웩!)

근무를 배치받아 서게 되었습니다.

근무라고 해봐야 참호 속에서 먼 산 바라보기죠...

그런데, 아까 싸대기를 날려주신 하늘같은 선임이 우리 셋을 부르더군요.

그러더니, 간부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으로 셋을 데리고 가더니만 담배를 하나씩 물려줍니다.

“야, 아깐 미안했다. 내가 괜히 그런건 아니지만... 뛰라는데 안 뛰는 너희들 보니까 열도 받고 해서 

손찌검을 한 거니까... 이해해라...”

이해해야죠... 이해 하라는데... ㅡㅡ;

담배가 거의 타 들어 갈 무렵, 병장 선임이 입을 뗍니다.

“야, 사실은 말야... 내가 아까 왜 너희들 보고 뛰라고 했냐면...

막내(저요 저...)가 모퉁이 돌고 내 쪽으로 오는데... 막내 뒤에 있던 조명이 꺼지는거야... 완전 컴컴하더라고...

그러더니, 너네가 내 쪽으로 오는데 천정의 전등이, 막내가 지나가니까 또 꺼지더라고...

그래서 너네 오기 전에 전등 다 나가면 사고날까봐 그냥 빨리 오라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전등이 또 하나 꺼지더라.

그 때부터 불안해서 보고 있는데, 막내가 지나가니까 또 하나 꺼지더라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서 그 때부터 뛰라고 지랄한거야...

그러다가 우리 앞에 너네가 거의 다 오니까 다시 천천히 불이 들어오더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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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쓰고나니 좀 이상하군요... 그냥 너그럽게 봐 주세요...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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