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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소설]불멸자 이야기
게시물ID : starcraft2_458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淸人
추천 : 5
조회수 : 84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10/11 22:14:18
"이건 아니야..."

"의회에서 다른 지시는 없었던가?"



모두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수세에 몰리던 우리 군대는 최후의 결사대가 만들어낸, 믿지못할 기적적인 승리로 인하여 저그의 무리들을 빠르게 처단해갔다. 비록 많은 용사들이 이 붉은 능선의 한 가운데서 목숨을 달리했지만, 그들의 용기가 거룩한 승리를 만들고야 말았다. 전장을 까맣게 뒤덮었던 수 많은 히드라리스크를 위시한 저그의 떼는 얼마 안되는 잔당을 이끌고 도망가버렸다.

헌데,



"지시는 아직 없는가?"

"집정관이시여, 아직 연락이 안되고 있습니다!!!"

"허허허, 이보시오. 결국엔 우리들도 동료들을 따라 칼라의 품으로 돌아가겠구만?"

"... 절망했소?"

"절망은 무슨, 난 차라리 기쁩니다. 애인도 없는 마당에 죽을자리라도 화려해져야지 하하하하."



아이어의 의회에서 별안간 작전 통신이 끊기며 우리의 진영이 대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얼마 남지 않은 생존한 집정관들이 다급하게 지휘체계를 재구축하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자원을 수급하고 무너진 진지를 보수하며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잔여 노동력이 꽤나 많이 남아있어서, 우리 진영은 전장의 폐허를 금방 수습하고 곧 행성 이곳 저곳에 뿌리를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진지가 성장을 어느정도 하자 그들은 안이한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단 하나의 방심. 저그에 대한 방심이었다.


아무리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병력과 노동력이 괴멸했어도 저그는 저그였다. 언제 자기들이 몰살당했냐는듯 순식간에 누군가의 통신을 받는 대군주를 중심으로 대치중인 행성의 대부분을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프로토스는, 대개 프로토스의 지도자가 보여주듯이 엄청난 권위주의를 과시하며 말다툼과 파벌싸움만 할 뿐이었다. 심지어 집정관들끼리 언쟁이 무력행사로 발전해, 회복이 덜 된 집정관 하나가 명을 달리한 일도 있었다. 그런 일도 있고 해서 꽤 민감하던 때에, 사건이 터지고 만 것이다.


저그의 습격이.


전 행성의 능선에서 느닷없이 엄청난 저그의 무리가 습격하기 시작했다.



"젠장, 고위기사는 정신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가?"

"크흑, 조금만 더 버텨주시오! 아직 사이오닉스톰을 쓸 수 없소이다!!"

"양자포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재구성하라!!!"

"하하하하, 정말로 애인없이 죽음을 맞이하는구나! 오라, 저그들이여 으하하하하하"

"저건 뭔 녀석이지?"

"몰라 일단 썰어!!!"


상황은 꽤 어려웠다.


지난 전투에서보다 배로 불어난 저그의 병력들은 군단 단위가 몰살해도 또 그만큼의 무리가 몰려와서 파상공세를 펼쳤고, 의회와의 통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워프된 우리 진영의 신병들은 소환되자마자 어리버리하게 죽음을 당하는 등 악재의 연속이었다. 고참 기사들은 오직, 생존한 인원중에서만 있었고, 그들과 양자포를 중심으로 방어진을 구축하여 저그의 무리들을 어찌어찌 막아냈다. 처음보는 저그 유닛의 유형도 보여서 대처를 능숙하게 하지 못해 엄청난 고생도 해야했다. 그런 파상공세는 무려 한 달, 한 달간이나 지속되어 교대인원도 없는 우리들을 지독하게도 괴롭혔다.


한 달.


무려 한 달...


파상공세가 그칠 기미를 보이자, 우리는 이미 감각도 없는 몸으로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행성 곳곳을 누비며 저그의 잔재가 보이는 곳은 모조리 몰살시켰고, 기지를 다 파괴하더라도 단 하나의 라바가 보이면 기어코 쫓아가서 박살을 내고야 말았다.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동료의 시체를 씹어먹으며 전진하고 또 전진하여 드디어!


결국 우리는 또 한 번의 승리를 이뤄내고야 말았다.


승리의 대가는, 행성 곳곳에 퍼져있는 우리 진영의 몰살, 고참 기사단원중 나 하나의 생존, 집정관 지휘체계 전멸, 내 곁에서 끝까지 싸우다가 양자대포가 파괴되어 그 폭발에 휨쓸리면서 고인이 된 어느 용기병 전사의 껍데기. 요약하자면, 1점 차로 아군 승리?


이 행성에서 저그는 멸망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통신장비도 없고, 자원을 수급할 노동력도 없고, 칼질만 할 줄 아는 기사인 나 혼자만 남아버렸다. 하지만 나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두 다리는 울트라에 썰리고 저글링에게 짓밟히고 이름모를 어느 저그 유닛들의 공세에 된통 당하여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사이오닉 블레이드도 충전은 물론 소환조차 못할 지경으로 파손되었다.



"죽음을 뛰어넘었는데 또 다시 죽을 걱정이라.... 큭큭큭"



이상하게도, 이대로 죽을순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일단, 내 옆에 껍데기만 남은 용기병에 주목했다. 고장상태가 큰 것은 아니라서, 고인이 된 동료의 시체를 꺼내고 육신안착기를 살폈다. 파손이 심해서 다른 부품들로 공간을 채우고, 양자대포의 자리에 내 하체를 강제로 밀어넣는 작업을 하였다. 얼마 안남은 하체가 분해되고 용기병과 융합하면서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곧 적응하고 말았다. 그렇게 다시는 누울 수 없는 몸을 새로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용기병에 안착한 광전사의 상체의 몸으로 우리 진영의 잔해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수급한 부존자원이 많았고, 셔틀의 경우에는 인공지능만 살리면 운용이 가능하니까 일단 부서진 셔틀의 잔해를 수습해서 얼기설기 재조립하였다. 설계도는 파손된 공장에서 쉬이 얻을 수 있었지만, 셔틀을 재조립하는건 나 혼자라서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사이오닉 블레이드도 기능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칼질하기엔 부적합한 신체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용기병의 양자대포에 착안하여 양손의 무기를 새로 만들었다. 다른 용기병 잔해의 양자대포를 수습하여 머리 위 양쪽에 신무기를 만들어 장착하여 원거리는 물론 근거리도 바로 공격할 수 있게 하고, 그런 무기들을 원격 조종할 방아쇠를 사이오닉 블레이드를 장착했던 양손에 부착하였다.


이것저것 폐허를 혼자 일으키는 와중 네이티브(native: 행성의 원 생명체) 잔여무리들의 습격이 있었지만, 새로운 신체와 무기의 힘으로 무사히 극복해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이 얻은 이 신체가 생존력이 너무나도 강력하여, 위기의 순간에도 죽을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다.


몇 달 후, 얼기설기 재조립을 완료한 셔틀을 타고 무작정 여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고향을 찾기 위한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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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김명운 허영무의 피의능선 경기 동영상을 보고 나서 문득 생각이 나서 써 본 자작 단편소설입니다. 스2로 연결되는 복선을 생각하여 약간의 힌트성 이야기를 첨가하였고, 이야기의 마무리는 스2에서 새로이 나온 프로토스의 유닛인 '불멸자'로 이어지도록 해보았습니다.

즐거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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