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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새고 쓰는 역대급 맞후임썰 2
게시물ID : military_647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잔디맛사탕
추천 : 4
조회수 : 144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1/07 08: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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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자고 올리려고 했는데....잠 깰겸 지금 씁니다.
 
 
**
 
 
 
화창한 주말 오전이었다. 아침 청소가 끝난 후 중대는 한산 했지만 짬찌들은 뭐빠지게 장구류 정비를 해야했고, 나와 내 동기들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소대 실세의 신임을 한 몸에 받던 내 맞선임은 부막내임에도 각종 정비에서 해방되었고, TV 채널을 돌리며 딱 한마디 했다.
 
"그새끼 데려가서 가르쳐줘."
 
'그새끼'란 내 맞후임을 가르키는 단어였다. 맞선임은 처음 본 사이에 왜 저럴까, 싶을 정도로 그녀석을 싫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외모나 행동, 말하는 투가 딱 신이 선택한 고문관이라는 이유였다.
실로 노스트다라무스 뺨치는 안목이었음에도 당시의 나는 맞선임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못생겼으니까......도 있었지만 일단 그녀석은 내 첫 후임이었고, 미우나 고우나 좋게 품고 가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여튼 나와 내 동기들은 그녀석이 있는 이등병 생활관으로 갔다.
그리고 매트리스 위에서 실로 방만한 자세로 누운 채 전투적으로 과자를 먹고 있는 녀석을 발견하고 혼란에 빠졌다.
저것이 전입 이틀차가 보여줄 수 있는 자세와 배짱이란 말인가?
자세로 치면 최소 우리집 아버지요, 배짱으로 치면 홀로 조조의 대군에 맞선 장판파의 장비에 비할만 하지 않은가. (우리 부대, 그중에서도 우리 소대는 선임들 중 지랄견이 많은 탓에 이등병때는 주말에 누울 수도 없었고, 여러가지 제약이 많았었다.)
불현듯 어제 맞선임이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느낌이 와. 저새낀 최소 D의 의지를 이어받은 새끼다. 분명해."
 
D의 의지......무슨 씨발 원피스도 아니고. 아니야, 아닐거야. 내 맞후임이 그럴리 없어.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고 다가가자 정자세로 티비를 시청하고 있던 다른 후임들이 벌떡벌떡 일어나는 등 액션을 취했다.
 
그리고 녀석이 TV쪽으로 향해있던 목을 꺾어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그......누구더라?"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TV에서는 다시보기로 엠카운트다운이 틀어지던 중이었고, 누워있던 녀석의 입에서 감자칩 크레모아가 전방을 향해 튀어나왔다. 
다음 순간 같은 생활관을 쓰는 다른 이등병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고 각자의 관물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와 동기들은 잠깐 동안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했고, 가장 먼저 고민을 끝낸 사람은 나였다.
 
"야. 미쳤냐?"  
 
그후 녀석은 맞후임이라는 이름의 악마로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복도에서 두 팔을 벌리고 소리지르며 뛰어다니기, 새벽에 컵라면 먹어도되냐고 당직사관에게 물어보기, 평일 일과시간에 소대 전체가 모여 대검 정비를 하는 와중에 매트리스에 누워 잠자기....
이 모든 것이 이등병 시절, 그것도 일부에 불과했다.  그녀석의 이등병 시절은 성경의 창세기에 불과했으나 나는 노이로제 초기 증상과 함께 담배를 배웠고, 내 다른 동기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액취증을 얻었다. 남은 이야기들은 수없이 많고,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풀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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