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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숨어든 마약 카르텔 두목 이야기. (가칭)
게시물ID : sisa_6479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페
추천 : 2/2
조회수 : 4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12 05: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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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백화점에 마약 카르텔 두목이 숨어들었습니다.


경찰들은 이 놈 잡아보겠다고 몇 년간을 절치부심한 상태였으므로 야심차고 패기 넘치게 백화점 안에 몇 천 명을 그대로 가둔 채로 통째로 건물을 봉쇄했지요. 실제로 이 사건을 계속 담당해온 강력계 형사들을 중심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한 명 한 명 전부 대질심문을 해서라도 저 두목 놈을 꼭 잡아내겠다. 


라는 의지에 불타올랐습니다. 근데 그런 그들 앞에 경찰청 출신 간부들이 등장해요. 봉쇄 후 범죄자 수색을 시도하는 형사들과 대치하는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당신들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합니까? 법과 질서를 수호한다는 경찰이 앞장서서 국민들을 구속하고 멋대로 건물을 봉쇄한다니, 지금 바깥 상황이 얼마나 개판이 되었는지 알긴 해요?”


형사들은 억울해 합니다. 지금 저 마약 카르텔 두목을 잡아 조직을 일망타진 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를 좀 먹고 있는 범죄를 막아낼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까요. 자신들의 행동이 국가를 위해서 옳은 일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런 그들에게 쏟아지는 같은 경찰 그룹의 언행은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그들은 격렬하게 반항합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저놈을 잡지 않으면 그것이 더 큰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진행 된 이상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지금 잡지 않으면 이걸 시작한 의미조차 없다.


하지만 경찰쪽 간부진도 할 말은 많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올라오는 글들과 범죄자 수색 과정에서 형사들의 과격한 행동들이 부각되어 실시간으로 경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에 빠져 있었거든요. 자칫 봉쇄를 계속 유지했다간 경찰 조직에 대한 광범위한 보복조차 감수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너희들이 이렇게 범죄자 잡겠다고 봉쇄하면, 그거야 말로 또 다른 범죄가 되지 않느냐? 바깥을 보아라 이런 강압적인 수사 행동이 얼마나 큰 반감을 긁어모으는 지 정말 모르는 거냐? 하고 말이지요.


회의는 몇 일동안 이어지지만 뚜렷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봉쇄조치가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으므로 여론이 악화된다는 사실은 형사들에게도 본의가 아니었으므로 범죄자 수색 과정에서의 강경 수사를 극구 방지하겠노라고, 또한 봉쇄도 노약자들에겐 해제하는 형식으로 계속 방향성이 유화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그건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었지요. 봉쇄가 계속되는 이상 이야기는 계속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들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였고 형사들 입장에서도 두목은 포기할 수 없는 큰 건수였습니다. 경찰들은 이런 광범위한 봉쇄는 큰 의미가 없으므로 봉쇄를 일단 풀고 다른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사람에서부터 봉쇄 자체를 유지하는 건 일단 이해는 하겠지만 그 부작용이 크므로 최대한 봉쇄를 없애고 인력을 더 투입하자는 온건파까지 다양했고 형사들도 봉쇄가 반발을 부딪치는 시점에서 방향성을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사람에서부터 봉쇄는 절대로 풀 수 없으며, 잠재적 범죄자 색출은 더더욱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강경파들도 있었습니다.


근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갑니다. “너희들 다 뒷돈 먹은 놈들이지!” 하던 강경파 형사가 실제로는 자기가 뒷돈을 먹은 스파이였던 것이지요. 경찰간부들이고 형사들이고 할 것 없이 충격에 휩쌓였고 언쟁 사이사이에 서로를 향해 네놈들 스파이냐!” 하며 몰아붙이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점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경찰간부들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봉쇄가 지속되면서 점점 여론 이반 현상이 가속화되기 시작했거든요. 이제와서는 형사들이야 말로 자기들 멋대로 공권력을 휘둘러대는 것이 마약 카르텔과 다를 게 무어냐는 비아냥까지 듣는 수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형사들은 억울했지요. 그래도 그들은 봉쇄는 이어져야 하며 우린 두목을 잡을 것이란 희망을 손에 계속 두고 있습니다.


더러는 두목은 이미 탈출 했다고 하기도 하고, 누구는 이런 엉터리 작전으로 두목을 잡을 수 있겠냐 비웃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런 꾸준한 노력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 관측이 뒤섞여 회의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봉쇄는 계속 이어지고 있지요. 백화점 안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마약 카르텔 조직원 몇몇과 두목이 존재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로 사태는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봉쇄를 계속한다고 두목을 잡을 수 있을까요? 아마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봉쇄를 풀어버리면 다음에 두목을 잡을 기회가 있을까요? 형사들은 분명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겠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강경한 기획을 추진할 기회는 아마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봉쇄를 이어나가는 것이 맞을까요? 있을지도 모르는 두목을 잡아보겠다고 천이 넘어가는 인명을 붙잡아 두고 계속 공권력 남용 논란과 온갖 비아냥을 감수해야 할까요? 아니면 여론 반발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서 작전을 뒤로 물리는 것이 맞을까요? 그렇게 물리고 나면, 사람들은 봉쇄라는 것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해줄까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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