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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장님의 등짝에 "인디안밥"을 갈겨드렸다.
게시물ID : military_648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14
조회수 : 1550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11/17 10: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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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격.

주임무가 주둔지방어라
혹한기훈련조차 주둔지이동안하고 보일러만 끄고 사는 정도인 
가라가 판치는 후방부대에서 
가장 군인답게 하는 훈련이었다.

3보이상 포복으로 이동하고
대답할때 악!!!!이 아니라, 예???? 한번에 중대원전체를
반복구호 우렁차게 생략하지못하면 부대원전체를 굴려버릴수 있는 빅엿의 찬스.




땀과 진흙이 말라붙은 자리에 소금이 낄 정도로 뒤지게 구르고
주둔지로 들어오면 또 한가한 것도 아니었다.

다들 맡은대로 청소도 하고,
저녁식사를 받으러 가고,
돈을 모아 황금마차로 내달려가고,
로테이션으로 샤워장으로 씻으러가고,
준비해간 커다란 대야에 전투복을 다 던져넣고 가루비누를 가득 부어서 
상대적으로 한가한 병장들이 돌아가면서 발로 밟아 빨래를 하고,
분대장들은 환자파악하고 인원파악하고 야간불침번근무인원편성하는등 제각기 분주하기 마련이다.

아프대서 환자로 보고하고 의무실로 보냈더니
죄다 꾀병인거 들통나서 복귀해버려 밥생각이 안들정도로 욕처먹고나니,
어느새 주둔지에는 가을밤의 어둠이 내려앉아있었다.




"아이엠그라운드~자기 소개 하기!!!"

안갈굴라니까 계급막론하고 피곤하면 누워서 쉬라니까,
도대체 어디서 그런 기운들이 나오는지 
수학여행온 여고생들마냥 꺄르륵 웃으며 여기저기 놀이판이 벌어져있었다.

사실 첫 날밤에 어느 재간둥이고참이 하자고해서 한거였는데,
하필 우리 중대 막사 바로 옆이 지통실과 부대장님 숙소가 위치해있어서
당직사령한테 욕을 오그라들게 얻어먹고 침통한 분위기로 앉아있었는데...

천막 문이 열리고 지통실땡보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X중대아저씨들. 부대장님이 그냥 놀던대로 놀래요."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행군하고 주둔지편성하고 오후에 그렇게 구르고도 기운이 넘쳐나는걸보니 내일은 더 굴려도 되겠군.
하고 흡족하게 계셨는데, 갑자기 왁자지껄한 소리가 멈춰서 뭔 일이지???하고 알아보셨다고 한다.

거 젊은 애들이 남는 시간동안 참선을 할것도 아니고,
저렇게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내는걸 장려는 못할 망정 
나한테 묻지도 않고 시끄럽다고 조용히 시키라는게 말이되나.
라고 그린라이트를 켜주셔서...

진짜 신나게 놀아재꼈다. 




그리고 3일째 밤.

"토끼 토끼 토끼!!! 오리 셋!!!"
"오리 오리 오오리???"
"엎드려엎드려!!!"
"어째 오늘은 안걸리나 했지!!!"
"등짝!!! 등짝을 보자!!!!"
"팔꿈치만 쓰지마!!!!"
"패배자가 뭔 말이 많아!!! 엎드려!!!"

3일쯤 되니까 근육통도 이제 적응이 되버리고
황금마차도 너무 달려서 돈없어서 뭐 사먹지도 못하니 
그 넘치는 힘과 스트레스를 이제 게임패배자한테 풀고 앉아있었다...

"저...분대장님...야간불침번이랑 경계근무자..."
"이따가 이따가. 지통실에 20시까지만 내면 되잖아?"
"아니 그래도 그게...헉!!!!! 중대차렷!!!!"

어제 등짝에 여래신장을 처맞고 
내가 다시는 니들이랑 게임하나보자!!!라며 이탈한 전령놈이 
언제부터 나한테 확인하고 올렸다고 확인해달라고 징징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부대차렷???

천막에 들어서는 부대장님과 군수장교를 보자마자 얼른 천막 안을 둘러보았다.
악마같은 놈들...보고를 해야할 내 위에 고참분대장들 얼굴이 하나도 안보였다.
언제 튄거야-_-;;;;

"충성!!!! X중대 개인정비 및 휴식중!!!"
"어. 충성. 너네들 노는 소리가 너무 재밌게들려서 웬만하면 푹 쉬라고 안들어왔는데, 오늘은 한번 와봤다. 그래. 무슨 게임들을 하고 있었나?"

어제밤.
행보관님이 점호를 하시는데 중대원 전부 밖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달달한 간식거리와 담배 한보루를 걸고 소대별로 5명씩 뽑아서 닭싸움을 시켰다.
이틀만에 황금마차에 들고온 돈을 몽땅 소비해버린지라 다들 눈이 뒤집혀서 닭싸움을 했고...
어느새 부대장님이 우리들 뒤에서 같이 웃으면서 구경하고가셨고,
담배 부족하다면서???라며 소대별로 담배 한보루씩 사다주셨다.ㅎㅎㅎ

그리고 오늘은 아예 지통실인원들 소음공해의 진원지. 
우리 중대막사로 출두하셨다.

"아이엠그라운드라고...
처음에는 자기소개라며 박자에 맞춰 자기 별명을 알려주고,
그 다음에는 별명과 숫자를 지목하면 박자에 맞춰 자기 별명을 그 숫자만큼 부르고 
맞으면 다음 사람을 지목하고, 틀리면...벌칙을 받는 게임입니다."
"그래? 어디 한번 보고 갈까?"
"...야!!! 저 놈 잡아!!! 벌칙안받고 튈려고 한다!!!"

그렇게 부대장님이 처음 목격한 아이엠그라운드는 장렬하게 인디안밥을 처맞는 어느 상병놈의 비명소리와 몸부림이었다.

"자...이번에는 과일. 아이엠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게임은 계속 진행되었다. 
아이엠그라운드라는게 하는 사람은 긴장감의 연속이요, 구경하는 사람은 또 구경하는대로 재미인지라
처음에는 그냥 우리가 환호성지를때나 뭔데뭔데@_@???? 하시던 부대장님도 
점점 같이 추임새넣고 야야!!! 쟤 틀렸어!!!라며 같이 환호하고 계셨다.




"나 기권합니다!!! 똥마려!!!"
"이런 똥쟁이같으니 -_- 누구 들어올래???"
그렇게 자리를 이탈하는 후임자리에 앉은 사람은...

부대장님이셨다.

말렸다. 
이게 웃고떠들고 있지만 생사가 달린 게임이다. 
지난 이틀밤을 이 짓만 해대서 다들 프로의 경지에 올라와있다.
인디안밥맞는 애들 중에 가끔 전기충격기맞은것같이 비명도 안지르고 몸만 부르르 떠는 애들 있는데
비기 손가락세우기로 맞아서 그런거다. 위험하다.
흥에 겨워 때리다보면 고참이고 뭐고 눈에 뵈지도 않는 위험한 놈들이다.
,며 말렸다.

그.러.나.
이미 이 게임에 흥미를 보이신 부대장님은 기어이 참전하셨다.

처음 몇 판은 말 그대로 
높으신 분 축구하듯 게임이 진행되었다.
태클없고 수비는 알아서 자빠지며 모든 패스는 높으신 분에게로 향하고 골키퍼는 눈뜬 장님이 되는 그런 상황.

원래 아이엠그라운드는 가면 갈수록 
진양조장단으로 시작해서 세마치장단쯤 가서 
셋이나 하나같이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수를 불러 게임을 끝내는게 진리인데
부대장님 참전 이후 계속 진양조장단으로 타령이나 부르듯이 
부대장님은 햇갈리지 않으시도록 특별히 넷으로만 콜을 하다가
적당히 일병 상병들이 부대장님이 콜 하실때 어이쿠!!! 이런 실수를 하며 등짝을 내밀었다.

짠건 아닌데 계급이 그렇게 만들었다. 군인이 그렇지뭐...

"야야. 니들 나 너무 봐주는거 아니냐? 아까는 엄청 빠르게 하더니 이게 뭐냐?"
옆에 앉아서 구경하던 군수장교부터 자대배치 20일만에 첫 훈련이 유격인 소대신병까지...모두 뜨악!!!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봐주지말고 해. 봐주지말고. 자자!!! 다시다시!!!"

그래도 준장(진)이 유력한 분인데 어찌...는...
부대장님이 아!!! 봐주면서 하지말라고!!!라며 그러시고,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니까...
"딸기 셋!!!"
"딸ㄱ...헉!!!!!"

걸렸다...아뿔싸....
눈치없는 군종놈이 그만 부대장님 턴에 셋을 불러버렸고,
이때까지 넷만 하시느라 거기에 익숙해져버린 부대장님은 그만 순서를 틀려버리셨다.

미친...이거 어떡하지???
다들 주저주저하는데...
누군가 "인디안밥!!!!"하며 선빵을 날렸다.
아이고. 모르겠다.며 다들 신나게 만인지상의 부대장님 등짝을 두들겨버렸다.

"그래그래!!! 이렇게하자고!!! 이제 내가 먼저지???"

의외로 인디안밥을 맞으신 부대장님의 표정은 상쾌했다.
봐라!!!나는 병사들과도 어울릴줄 아는 신세대대령이라고!!!하는 표정이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는 어렵지않더라.

부대장님은 타짜들의 밑장빼기에 계속 엎드리셨고,
우리는 계속해서 누군가의 선빵에 주저없이 인디안밥을 갈겨드렸다.




게임은 어떤 정신나간 놈이 부대장님의 등짝에 피뉘시엘보우를 갈겨버려서 
우리 소대 떡대가 비명을 지르시는 부대장님을 들쳐업고 의무실로 내달리고서야 끝이 났다.

점호 때 자진해서 엎드려있자니 당직사령이 들어와서 
너네 왜 그러고 있어??? 부대장님 괜찮으시니까 걱정들 말고 점호받어.
라며 나갔다.

의무실에서 파스붙이시는데 ㅎㅎㅎ 하고 웃으셨단다.




그러나 회장님이 용서해도
부장님이 조지는게 사회생활인지라...

어째서인지 안그래도 힘든 유격훈련.
남은 일정동안 우리 중대만 더 뒤지게 구르는 느낌다운 느낌이 들었다.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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