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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관적] '번지점프를 하다'를 동성애 영화로 아는 분들께
게시물ID : movie_179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그로브
추천 : 7
조회수 : 273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0/13 04: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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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뮤지컬을 보러 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뮤지컬은 과연 어떻게 이 이야기를 그렸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관람을 했는데, 기대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와 스토리 라인 자체는 같지만 주인공 인우와 현빈의 연기를 보는 재미와 연출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 합니다. 

  저와같은 경우는 평소 대학로 주변 소극장에서만 뮤지컬를 보다가, 두산 아트홀 같은 큰 곳에서 보니 역시 무대 장치나 소품이 다양하고 이러한 좋은 여건 다양하고 디테일한 연출을 자아내어 상당한 볼거리를 자아냅니다. 물론 배우분들의 연기 또한 뛰어나구요. 특히 사회에서 인우가 내팽겨치는 장면 연출 이라던지, 인우가 아내에게 현빈이가 여친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에선 영화보다 더욱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적고 싶은건 이런 뮤지컬 리뷰가 아닙니다.


이 뮤지컬을 접하기 전, 정확히는 입장 전에 어느 두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A : 이거 원작 있지 않아?

B : 있지, 영화 있잖아 이병헌 나오는거

A : 아... 그거 재밌어?

B : 음.. 그거 게이영화


이 말을 듣고 생각을 해봤는데, 정말 많은 이들이 <번지점프를 하다>를 그저 '동성애 영화'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과 이 작품의 이해에 관해 그리고 동성애에 관해 다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그냥 그저 그런 동성애 영화로 보기엔 이는 너무 편협하게 이 영화를 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그냥 남자와 남자가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 작품에 관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실분, 아니면 보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건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인우와 현빈의 사랑/관계가 아닌 인우와 태희의 관계 입니다. '단순히 와 남자(인우)랑 남자(현빈)이랑 서로 좋아하네'가 아닌 '아, 태희가 다시 인우와 만났구나. 그리고 인우는 태희를 다시 잡았구나'를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에서 태희에서 현빈으로의 인물의 승계는 거의 충분할 정도로 이루어 졌습니다. 초상화, 라이터, 새끼손가락, 구호, 의미심장한 대사들까지 작품 내에선 넘칠 정도의 태희와 현빈으로의 승계를 관객들에게 알려줍니다. 인우의 과거 이야기에서도 '다시 태어난다'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말해 줘서 이해를 돕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물의 역할승계가 아닌 역할 인식이 부족했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작품이 만들어졌을 당시 영화 전문 잡지 <씨네21>에 실린 김대승 감독의 작품 인터뷰 중에는 이런 질답이 있습니다.


Q. 현빈과 태희 사이엔 외양의 유사함이 없다. 닮지 않은 얼굴은 이후 감정이입을 막을 수도 있을 거란 걱정은 안 했나.


A. 전혀 안 했다. 처음부터 미소년으로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예쁜 남학생 데려다놓고 찍었으면 오히려 관객에게 인우의 갈등을 좀더 동성애적으로 이해시켰을는지는 몰라도 그런 건 애초 방향과 다르다. 얼굴도 다르고 성도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사랑한다는 게 중요했다. 오히려 좀더 ‘머슴아’ 같은 아이를 찾았다.


Q . 후반에 갑자기 현빈이 전생을 기억하면서 이야기의 주체로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 이는 그간 아슬아슬하게 잘 가져왔던 이 영화의 미스터리와 판타지를 깨는 느낌이다.


A. 그런가? 하지만 그때 보이는 과거 장면은 현빈의 시점이자 곧 태희의 시점이다. 태희 입장에서도 인우와의 인연이 우연이 아니었고, 몇겁 거듭된 인연의 고리 중 하나였음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었다.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다만 너무 급박하게 풀려서 호흡에 문제가 있었던 건 인정한다. 


당시 '현빈'의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 여현수는 김대승 감독의 말대로 예쁘지 않습니다. 다른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서 여자 포지션을 맡은 배우가 여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내새우는 것과 많이 다릅니다. 위의 인터뷰대로 감독이 원하는 것은 관객들이 '아, 이들이 사랑을 하는구나' 를 보길 바랬던 것입니다. 이러한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국에서의 동성애는 알 수 없는 괴소문으로 인해 '육체적'인 부분이 들어나 [동성간의 사랑] = [불결한 행위]로 연결지어 여러 파장을 낳아버렸고.. 즉, 제작진은 관객들이 역할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끼서 오히려 저 사랑이 더 진실되어 보이길 바랬지만 많은 이들이 그냥 동성애적인 측면만 받아들여버린거죠. 그 후 사고로 인해 현빈이 전생을 기억하는 장면이 급전개 되어 관객들에겐 이러한 제작진의 의도가 완전히 전달이 안되고...ㅠ


하지만, 인우와 현빈(태희)의 만남이 정말 엄청난 기적이고 몇겁을 거듭된 인연의 고리 중 하나라는 것은 사실 이 영화 도입부에 인우가 자신의 반의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분명히 제시 됩니다.



(칠판에 긴 줄을 긋고)이게 뭔거 같아?
지구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를...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거야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되는 기가 막힌 확률로 니들이 지금 이곳...

지구상에 그 하구 많은 나라 중에서도 대한민국 중에서도 서울,

서울 안에서도 세연고등학교 그 중에서도 2학년

그거로도 모자라서 5반에서 만난거다

지금 니들 앞에 옆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거고

또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야

 

인우와 만나기로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태희, 다시 만나서 서로를 인지할 때까지의 시간,

그리고 마침내 서로를 인지했을 때... 이 작품에서 '동성애'는 인우와 태희의 사랑을 저지하는

장애물정도의 역할이지 결코 메인이 아닙니다. 


이러한 장애물을 모두 거쳐 서로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함께 자유의 땅(뉴질랜드)로 간 둘의 표정은

한국에 있었을 때와 다르게 너무 설레고 행복해보이고 마지막 번지점프 장면 후 나오는 나래이션은

인우의 '다음엔 내가 여자로 태어나면 어떡하지'라는 말에 관객들에게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이는 현빈이 인우의 관심으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인우 역시 이와같은 사실이 밝혀져 교편을 내려 놓고 

현빈은 자신의 마음을 혼란스러워 하며 괴로워하고 인우는 '가장'이라는 자신의 책임과 지위를 버린면서

어두워 지고 우울해진 작품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고 그들, 인우와 현빈(태희)에게 있어서

어느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 마지막 대사인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을 사랑합니다'


정말 감동적이게 느껴지는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론 단순 동성애 작품으로 이 작품을 관람할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사랑 이야기로서 이 작품을 보았으면 합니다.

http://akasha.wo.tc/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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