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접 해보고 싶어서 만든 더치 커피 기구입니다.
원래 이거 네이버에서 어떤 분이 만든거 보고 우와 하고 따라 한건데, 그 글 보시고 하시면 더 쉬울텐데 원글 블로그를 다시 못찾겠더라구요;
비록 따라한 것 뿐이지만 야매로도 결과물이 좋다고 판단, 제가 한 과정 한번 공유해 보겠습니다.
위 사진들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본 어떤 분의 수제 더치 기구 입니다. 원리가 보이시나요? 생수통에서 찬물이 링겔 호스를 타고 내려가 분쇄된 원두에 조금씩 떨어진 후, 커피 성분이 물에 녹아 제일 밑의 병에 모이는 것입니다. 위의 제작에서 눈에 띄는 점은 수액세트(링겔 호스)를 사용하여 물이 내려가는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말 링겔 맞듯이 2초에 한방울씩 물이 떨어지게도 만들 수 있다 이거죠. 이게 가내수공업 더치의 핵심입니다.
제가 만든 겁니다. 위에 사진이랑 비슷합니다만 각 파트별 재료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제일 위에는 물통입니다. 근데 이것도 먹고난 헛개수 페트병 씻어다가 찬물 넣었습니다. 참 알뜰하죠잉? 송곳(다이소1000원) 사다가 펫트병뚜껑에 구멍을 뚫은다음 수액세트 윗부분을 꼳으시면 됩니다. 송곳이 수액세트 윗부분보다 얇을 수 도 있는데 그럴땐 일단 송곳으로 구멍을 만든 후 쇠젓가락같은 걸로 구멍을 좀 넓히면 좋습니다. 그밑에 수액세트는 의료기 파는 가게에서 천원주고 샀습니다. 인터넷에선 개당 500원씩 하던데 배송료가 붙습니다.
병원에서 맞는 링겔의 호스입니다. 의료용이기 때문에 따로 씻을 필요없고 포장지 깐 다음에 그냥 사용하시면 됩니다. 주사바늘은 떼어서 버리시고요, 길이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잘라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건 원두 담는 통입니다. 다이소 케촵통 천원짜리 입니다. 플라스틱 용기 냄새가 좀 나던데 따뜻한 물로 대충 씻었습니다. 통을 거꾸로 세워서 쓸 것이기 때문에 밑에 부분을 자르고 구멍도 뚫을 겁니다.
위에 주뎅이 부분에 거름 종이를 잘 까세요. 저는 사진 찍으려고 거름종이 다시 쓰기 아까워서 대신 휴지를 썻지만 위와 같이 거름종이를 끼우면 됩니다. 다이소에서 다시마백(거름종이) 천원에 팝니다.
위 케췁통에 커피를 넣어야 합니다. '분쇄된 원두가루'가 필요합니다. 분쇄가 안된 커피나 인스턴트 커피는 못 씁니다. 저는 뉴요커이기 때문에 집에 핸드밀(분쇄기구)이 있지만 없으시면 분쇄된 커피 사다가 넣으세요. 전 '시티'로 로스팅된(구운) '모카 시다모'를 넣었습니다. (취향 것 선택 하세요)
분쇄 정도는 꼭 최대한 미세하게 하세요, 즉 '에스프레소용'만큼 분쇄 하면 됩니다. 저는 물 400ml 리터 정도 썻고, 커피는 대충 50~56g 정도 쓴 듯합니다. 대충 10:1의 비율을 생각하시면 될 껍니다.
사실 재료중에 커피가 가장 중요합니다. 대형 마트에서 로스팅과 분쇄가 이미 되어 있는 커피는 비추합니다. 다른 이유 필요없고 맛이 없어요. 동네에 원두파는 곳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인터넷에서 원두파는 곳을 알아보시는게 좋습니다. 더치 커피 제작에서도 커피가격이 가장 쎕니다. 꼭 좋은 커피로 하세요~
자..이제 더치커피를 모을 병입니다. 케찹통을 통해 걸러진 커피물이 저 병으로 들어가겠죠? 맞습니다. 맥주병입니다 ㅋㅋ인터넷에서 보면 더치 커피는 항상 위 사진의 스윙 보틀에 담더라구요. 이쁘니까 저도 저걸로 해보렵니다. 근데 저게 비쌉니다. 500ml병 하나에 7~8000원 정도 합니다. 근데 왼쪽 맥주병도 스윙 보틀인데 안에 맥주도 들어있는데도 불구하고 6000원입니다. (용량은 450ml) 대박아닙니까? 맥주맛 죽여줍니다. 커피보다 더 맛있습니다!!(응?) 이름은 그롤쉬구요, 네덜란드 맥준데 대형마트에서 팝니다. 뻥안치고 하이네켄 보다 더 맜있쓰ㅃ니다!!
이제 세트는 완성입니다. 다시 젤 처음 사진을 보시죠.
수액세트를 조절해서 물이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합니다. 저는 대충 2초에 한방울씩 떨어지게 했습니다. 시계 보이시나요? 오후 4시 47분에 시작해서 11시 30분 정도에 끝났습니다. 반나절 정도 걸린거지요.
결과물입니다.
맛을 보겠습니다.
원액을 1정도 부은 다음 물을 5~6정도 부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물의 양이나 온도를 조절하시면 됩니다. 저는 미지근한 물을 부었습니다.
맛있네염.
좀 더 자세하게 평가해보겠습니다.
- 장점
1. 맛이 깔끔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마치 원두커피와 인스턴트 커피의 장점만 추려놓은듯 하다. 제조과정에서 찬물로 녹여낸 커피이기 때문에 순수한 커피액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제조공정이 인스턴트 커피랑 비슷하네요. 그렇지만 재료와 들이는 시간때문에 원두의 향과 맛이 다 살아있습니다. 정말 뉴타입의 커피입니다. 마실수록 감탄하게 되네요. 괜히 비싼 병에 담는게 아니었습니다.
2. 찬물, 따뜻한 물, 미지근한 물 모두 다 어울린다. 액상이므로 찬물에 타서 먹어도 맛이 살아있습니다. 일반 에스프레소에 물을 타서 만드는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좋네요. 특히 미지근한 물로 타먹을 때 커피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싶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랑 조금 비슷하긴 한데 향이나 구수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 단점
1. 재료가 비쌉니다. 확실히 뜨거운물에 우려내는 것보다 재료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드립으로 내려먹는 커피와 비교해볼때 5배 이상 원두가 더 들어가지 않나 싶습니다. 찬물로 우려낸 커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2. 만들고 난 후 저병안의 커피 액상의 유통기한을 보장 못합니다. 날씨나 여타 보관방법에 따라 맛이 변하거나 상할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건 아직 안 겪어봐서 자세히는 모르겠네요.
이외 카페인이 작다라는 특징과 일주일 정도 지나면 후숙성 되서 맛이 더 좋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맥주병에 담아놔서 그런지 약간 기분좋은 맥주향도 나더라고요. 이거 혹시 비법 발견한겁니까? 다 만들고 마셔보기까지 하니 기분은 좋습니다. 친한이들에게 맛 보여 주고 싶네요. 한번쯤은 이런 거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기분도 좋습니다. 글을 쓰면서 보니 제가 만든 커피도 좋았지만, 재료모아서 조립하고 커피 추출하는 과정도 커피맛 만큼이나 좋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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