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포커스] 사과전화 한통 없는 ‘서승화의 두 얼굴’
두산 윤재국은 3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쓸쓸하고 괴로운 밤을 보냈다. 인대가 끊어져 퉁퉁 부은 오른쪽 무릎을 감싼 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20년 세월을 받쳐 만들어온 야구인생이 자칫 허무하게 끝장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과실도 아닌 타인에 의한 우연한 사고 때문에 윤재국은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윤재국은 3일 밤 누구의 말처럼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윤재국이 힘을 얻은 것은 많은 동료 선후배들의 격려였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윤재국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모두 “힘을 내라” “반드시 재기할 수 있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윤재국은 그저 “고맙다”는 말만 되뇌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많은 전화 중에 LG 서승화의 전화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늦은 밤까지 기다려봤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서승화는 고의든 실수든 사건의 당사자다. 윤재국은 피해자 격이다. 서승화가 자신의 말대로 무의식중에 한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더 억울한 건 윤재국이다. 윤재국은 “전화가 오지도 않았지만 받고 싶지도 않다”고 말을 아꼈다. 섭섭함이 잔뜩 묻어났다.
윤재국이 무릎에 깁스를 하고 누워 있던 시간 서승화는 잠실구장에서 두산 관계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보는 사람마다 “미안하다”고 반성의 뜻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선배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는 것을 잊어버린 듯했다.
잠실구장에서 한 서승화의 사과가 진심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싶어한다. 빈볼을 던졌을 때도,주먹다짐을 했을 때도 그는 재발방지를 약속했고 똑같이 사과했다. 하지만 사건은 계속 일어났다. 믿을 만한 행동이 따르지 않는 그의 사과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함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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