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침 무궁화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수없이 날아온 벌레들에 얼굴을 찌푸리기 일수요
진딧물에 범벅이 된 모습이 일상이라
피고지는 날에 수없이 주기만 하고 가버린다
그 많은 계절을 두고 햇볕이 따가운 날에 피어
붉디 붉은 장미의 가시도 없는 채로
뿌리만 깊어 한 없이 그곳만 지키고 있는다
그럼에 마침 무궁화를 등지고 일어난다
하얗디 하얀 잎 속에 붉은 속을 훤히 보이고
질 적에도 꽃잎은 날리지 않은 채
보기 싫은 모습으로 쭈글어 들어 말라버린다
줄기마다 산이며 강을 누비던 세월이 지나
담장마다 피고지고 주는 것 없이 지겨운 채
날이 깊어 담장도 나뉘어서 지킬 자리도 없다
나는 마침 무궁화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언제 피고지는 지도 잊은채로 살던 날들에
일찌감치 잊으라 속삭이던 장미의 향기에
누구를 막론하고 주기만 바쁘던 너의 향기를
찾으려 나 오늘 그 아래에 누워 향에 취한다
지고나면 다시 피겠거니 너의 여름 속 나를 두고
나의 겨울 속에서나마 너를 피워 보련다
by. 곡두
작년 광복절에 썼던 글을 삼일절이 다가오는 가운데 다시 한번 업해봅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