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명품이 가진 철학마저도 싫어합니다.
99%의 완성도를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이면
90% 완성도 물건 10개를 만들 수 있죠.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많은 물건들로 물질문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장인문화가 실종되어서도 곤란하죠. 그러면 문명엔 퇴보가 찾아올지도 몰라요
출처 : 두리(bhkimc)님 블로그 )
100%완성도의 마스터 피스를 위한 방망이 깎는 노인들의 열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물이 묻었다고 얼룩이 져 지워지지 않는 수백만원 짜리 가방과 치마가 마스터피스 같지는 않군요.
호주의 한 여성은 악마가 입는 그 제품을 입었다가
168만원짜리 치마에 얼룩이 안지워져 소송끝에 승소 했군요. 심사임당이 그 파티에 있었다면.
AS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요? 그렇죠. 다만 지퍼 수선에만 한달반이 걸리고 작은 흠집에도 200만원을 내야하지만요.
디자인이 우수하다고요? 그렇죠. 로고가 박혀있기 전까진 엄마가 매는 시장 바구니 가방이지만,
로고 하나만 박히면 너무너무 예쁜 명품 신상백으로 돌변하죠.
로고를 지우고 올리면,
(정말 가방이 이쁜거 맞습니까? PRADA 이 글자가 예쁜거 아니고?)
"내 돈내고 내가 사겠다는데 왜 난리냐"
정론이죠. 사실 저도 별 생각없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지하기 전까진요.
3초백. 5초백. 뭔말이지 했더니, 수백만원 명품가방이 3초에 한번씩 5초에 한번씩 거리에서 볼 수 있다고 붙여진 별명이라더군요
1인당 GDP 34위의 이 쬐끄만한 나라에서
(2012년 기준 네이버)
명품이라면 비싸도 사겠다는 열망이 세계 4위로 조사되고, 그 열망만큼 명품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도 85%가 명품을 가지고 싶으며, 54%가 이미 명품을 소지하고 있고,
그 대학생들의 명품이 가지고 싶은 이유 1위 65%가 "품질이나 디자인이 좋아서"(정말요??)
구매력이 없는 계층까지 명품명품 타령하다보니 명품회사들은 아주 베짱장사에다가 비싸도 더 잘팔리니
세계 2위의 가격으로 눈탱이를 쳐버립니다. 그래도 잘팔리죠.
세계적으로 매출액의 일부를 사회환원을 하는게 기업이미지와 매출에 영향이 많이 가기에 해왔지만, 한국시장은 그런거 없어도 잘 팔립니다.
이쯤되면 한국인의 명품에 대한 인식은 어딘가 병들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하니 고가의 액세서리로 자존감을 보충하려는 작태.
대중교통을 탑승하면서 수백만원짜리 가방을 들고다니는 경제관념
가격이 비쌀수록 더 사려고 하는 소비심리인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고상한체 하는 속물근성이자 과시욕의 하나인 스노비즘(snobbism)
일반 명품이 맥럭셔리현상으로 3초백 5초백이 되니 더 비싼 위버럭셔리를 동경하는 작태.
(맥럭셔리 McLuxury :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명품이 대중화되는 현상)
(위버럭셔리uber-luxury는 일반 명품보다 많게는 수십 배 이상 비싼 초고가 명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