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모두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돌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음으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 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나의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 뿐
이 세상 꼭대기에 서있는 아신에게도 내게도, 누구에게나 인생은 가시밭길이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그렇기 때문에 걸어갈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 길을 피하지 않고 걸어간다면 적어도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정도는 마음 껏 느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