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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의 인터넷역사
게시물ID : sisa_4454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AIA
추천 : 1
조회수 : 6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0/14 22:03:05
요즘 또다시 양심적 병역거부 얘기가 잠깐 뉴스에 나왔네요. 이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은 아주 오래 되었겠으나, 논산훈련소나 그 전에 들르는 입소대대에서 "여호와의 증인 있나? 있으면 나와라." 라는 말을 들은 정도가 아닌 인터넷 시대 이후에 많은 사람에게 크게 알려져 여러 각도로 논의된게 10년은 넘은 듯 합니다. 그 얘기들을 기억나는대로 쓰죠.
(들은 바에 의하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입소대에서 나 여호와의 증인 믿습니다 하고 나오더라도 곧바로 감옥에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당연히 그에 앞서 면담도 거치고 웬만하면 그냥 곱게 군생활 해라 하는 설득도 받고 하며, 그 과정에서 마음을 바꾸어 군말없이 군생활 하겠다고 하면 별로 시비거는 일이 없다고 하는군요)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오태양이라는 분의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이후였을 것입니다. 이분은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불교신자였는데, 이분의 주장이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러 인터넷 매체에 올라와서 얘기가 많이 나왔고, 군대는 당연히 가는 것으로 알고있던 사람들 중 "이런 것도 있었나?" 라고 처음 안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당시 딴지일보 게시판, 한겨레 게시판에도 많은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영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당시 오태양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 정도가 됩니다.
"나는 내 개인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 그러나 현재 군대의 현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무절제하게 인정된다면 누가 군대에 가겠는가. 그 때문에 병역을 면제해주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대체복무가 전제되어야만 하며, 그 대체복무는 군복무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없을만큼 반드시 빡세야만 한다. 나는 5년이나 10년의 대체복무라도 이행할 자신이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대체복무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이 크게 문제가 되어 많은 오해를 불러왔습니다. 당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을 버리고, 신념적 병역거부라고 부르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이 돌게 되자, "병역거부가 양심적이면,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은 양심이 없다는 말인가?" 라는 생각이 많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적"이라는 말은 "비양심적인 병역기피나 국적포기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의 신념과 양심의 판단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의미인 것인데, 거기까지 모두 일일이 절절이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 하나만 세상에 퍼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오해도 많이 생긴 것이죠.
법률용어에 "확신범"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김구선생 암살범 안두희가 역사의 벌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 하에 안두희를 때려죽인 박기서의 경우가 바로 그렇지요. 그런데 범인을 "확신범"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그 표현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는 일반 시민은 신념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갖고있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의 화제로 올라오자, 성우 양지운의 아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임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로서 인터넷에서는 여러가지 찬반양론이 벌어졌지요.
그리고, 불교신자였던 오태양으로서 지펴진 양심적 병역거부의 논쟁에 여호와의 증인이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여호와의 증인은 오태양의 부각보다 더 이전부터 병역거부 문제로 애환을 겪어온 바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받기를 매우 절실하게 원했고, 적극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죠.
 
여호와의 증인은 여기서 조금 판단을 잘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불교신자인 오태양이 병역거부만 주장하지 않고 "군복무와의 형평성"을 함께 강조하며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10년의 대체복무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호와의 증인의 증인은 그런 주장을 하지는 못하고 계속하여 편한 대체복무만을 요구했고, 기껏해야 현역 복무의 1.5배 정도 기간만을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은 양심적 병역거부 전체에 더욱 나쁘게 돌아갔습니다.
   
한참 양심적 병역거부가 논의되던 때, 아주 색다른 일이 벌어졌습니다. 2004년 5월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판사 이정렬)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고발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 에 대한 무죄판결을 내렸던 것이죠. 이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설 땅이 넓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해에 헌법재판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 2011년에도 헌법재판소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대체복무로서 지뢰제거 투입을 주장하는 아이디어도 나왔습니다. 이것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뭐라고 이의를 달지 못했던 드문 사례였으나 (집총을 하지도 않고,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저촉되지도 않고, 평화에 이바지할 수도 있으며, 현역군인 공병의 임무와도 비슷하니 형평성도 있는 아이디어 아니냐.... 라는 주장 앞에서, 도리어 양심적 병역거부 반대론자들이 할말없어서 버벅댔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의견이었고 또한 여호와의 증인에서도 그런 위험한 대체복무는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종교적 신념때문에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개념을 주장하고 싶다면, 여호와의 증인이 "어쩔수 없는 규정때문에 병역을 이행하는" 양심적 병역이행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의견도 여호와의 증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현실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에는 더욱 어렵게 되어갔습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은 안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었지요.
 
민주질서 및 인권에 대해 긍정적인 일반 국민들조차도 양심적 병역거부만은 마뜩잖게 본 이유 중에는, 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을 병역비리 및 꼼수하고 비슷하게 보았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또한, 여호와의 증인 쪽에서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나오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러한 여호와의 증인쪽 태도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지요.
이렇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점점 터부시되는 주제처럼 변하게 되자,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도 쉽지 않게 되어갔습니다.
 
다만 성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어서, (이것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크게 이슈가 되기 전에도 조금씩 징후가 보였던 일이지만) 법원 및 군사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을 거부할 경우 대부분 1년 6개월 정도의 징역을 선고합니다. 그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하면 군면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딱 면제받을 수 있는 정도의 징역을 내리는 것이죠. 지금 여기까지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최대의 배려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까지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인터넷에서의 여론"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합리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그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도 여러가지 있었으나, 사람들의 편견을 설득할만큼의 적극적인 활동이 없었으며, 어느 정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스스로의 패착까지 섞여서 일을 그르친 역사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오태양이 최근 조사한 바를 조금 더 얘기하자면, 대만은 2002년도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국가이며 처음에는 만 명으로 인원을 제한했는데 정작 대체복무를 지원한 사람은 만 명에 미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체복무제를 시행한 결과, 사회복지기관 측에서는 대체복무자들이 성실하게 봉사해서 좋고 정부입장에서도 사회적 안정망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었으며, 병역 거부자들도 감옥에 가지 않아도 돼서 좋았기 때문에 1석 3조의 효과를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출처는 http://blog.naver.com/humandg?Redirect=Log&logNo=10108813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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