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본가가 있는 지방으로 오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10년 만이었다.
예전과 변함없는 거리를 보니 조금은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초등학교 3,4 학년때 친했던 친구의 집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사실 친구라고 한 수는 없는 사이였다.
우리집 부모님은 당시 만화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오로지 소설만 읽게 했다.
나는 그 녀석이 가지고 있던 만화책이 목적이었다. 슬램덩크, 드래곤 볼 등등 만화책을 그 녀석에게 빌려 읽기 위해 친한 척 했었다.
그 당시 그 녀석네에는 늦둥이 동생이 있었다.
나이차가 벌어졌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 아이였던 탓일까. 그녀석은 동생을 참 싫어했다.
그 녀석은 동생을 항상 [침흘리개] 라고 불렀다.
때로는 동생을 거꾸로 매달며 놀았다. 나와 함께 동생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빙빙 휘두른 적도 있었다.
동생은 엉엉 울었고 그녀석은 껄껄 웃어댔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동생을 바닥에 떨어뜨린 적도 있었다.
나는 그 행동들이 탐탁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못본 만화책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만화책을 빌려볼 동안은 친구 행세를 해야만 했었다.
5학년이 된 후로 우리는 다른반이 되었고, 만화책도 다 읽었기 때문에 그녀석과는 점점 소원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녀석의 집 근처였다.
그리고 저 앞에서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 작은 몸집의 아주머니가 지적 장애가 있어보이는 20살 정도의 청년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는 대번에 알아보았다.
그 녀석의 어머니다.
그렇다는 것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저 청년은 그때 그 아기라는 뜻이었다.
그 당시 나와 그녀석이 했던 행동이 지금의 상태와 연관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길 가장자리에 붙어 두사람을 지나쳐 걸었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알아보려면 알아 볼 수도 있지만 솔직히 알아보고 싶지 않다.
그저 빨리 다 잊어버리고 도쿄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