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0분 전이다. 내가 갓 교체 된지 얼마 안 돼서 골에어리어 근처에 내려가 있을 때다. 골 넣으려고 가는 길에, 패스를 받기 위해 골 에어리어에서 일단 기회를 엿봐야 했다. 골문 맞은편 쪽을 보니 앉아서 발리슛을 감던 노인이 있었다. 일단 패스를 한 후 발리슛을 좀 감아차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발리슛 하나 감아차는 것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못 주워 먹겠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감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감고 있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감는 것 같더니, 뒷사람에 밀려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감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슛을 하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쏴야 할 슛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감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슛 할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감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슛 타이밍이 없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안 팔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경기 종료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감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골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감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드디어 감는 것을 멈추고 슛을 쏘는데 볼이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튀어나온 골을 낼름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잘 했다고 칭찬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발리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