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IT산업의 겉모양과 달리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하 IT노조, 위원장 정진호)은 14일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IT산업 종사자 10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보통신산업 노동자 실태 조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IT산업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7.8시간에 달해 전체 산업 평균에 비해 높았으며,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중은 전체 응답자의 43.4%에 달했다. 또 응답자 중 7.6%는 주당 80시간 이상 일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응답자의 40.4%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기 힘들다고 답했고, 한 달에 이틀 정도밖에 쉬지 못한다는 응답도 13.5%에 달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시간 외 근무수당을 받는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임금지급 형태는 전체 응답자의 80.5%가 연봉제라고 답했으며, 월급제는 14.2%에 불과했다. 임금체불을 경험한 응답자는 35%에 달했고 하도급 업체일수록 체불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이 45%로 나타났고 장래전망에 대해서도 79%가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3% 가량은 비IT 분야 창업을 고려하거나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으며 IT분야 전문가로 남고 싶다는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15%는 직업병을 호소했으며, 주요 증상은 근골격계 질환과 VDT증후군, 두통 등으로 조사됐다.
정진호 IT노조 위원장은 "실태조사 결과 IT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IT산업은 노동자에게는 장밋빛 환상이었다"며 "법정근무시간 준수와 법정 수당 지급, 임금 삭감없는 주 5일제, 정부 차원의 체불임금 대책 마련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정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파견법 확대 정책과 노동자 전직 제한법은 재교육시스템과 보상제도 등 법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