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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할매귀신한테 가위 눌린 Ssul 풀어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시물ID : panic_651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청법철컹
추천 : 14
조회수 : 224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03/02 14:00:07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가기 전 즈음이었으니 10년도 넘은 일이에요
트라우마까지 생겨서 밤에 잠을 못 자, 아침이 와야 겨우 잠들고
다시 생각해내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는데 세월이 오래 지나니 이제야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네요...



1~2월에 대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한참 노는 시간이 있잖아요?

남자들이 늘 그렇듯이 예전에 바보짓 한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

초등학교 때 딱지치기 한 이야기, 팽이 가지고 놀았던 이야기같은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빨간마스크나 홍콩할매귀신같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고

평상시부터 귀신에 대한 겁이 굉장히 많았던 저는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죠.


그 중 한 친구가 자신의 어렸을 적 동네에서는 홍콩'팔'매귀신 이라고 해서

불을 끄고 누워서 잠들기 전까지 '홍콩할매귀신'이라는 단어를 여덟번 머릿속에 떠올리면

홍콩할매귀신이 나타나게 된다. 라는 시덥지도 않은 초등학생들도 안 무서워 할 법한 이야기를 했고

우리들은 "팔맼ㅋㅋㅋㅋㅋ 그럼 할머니가 막 돌 던지면서 나타나겠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웃었는데


네, 그 날 집에와서 이야기는 시작입니다.


취한거는 아닌데 취기가 '어? 조금 오르네?' 싶을 시기에 집에 들어왔고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은 안 나는데 11시 이전이었어요. 아마 그랬을 거에요.

다른거는 잘 모르겠는데 집에와서 영화를 한편 보고서 잠들려고 누웠던 시간은 기억나거든요.

1시.........


자려고 누워서 하루를 돌아보니 아까 친구놈이 한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요.

영화 인셉션에서 그랬죠?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냐고, 코끼리...

홍콩할매귀신 이라는 단어가 8번이 뭐에요ㅋㅋㅋ 15번은 떠올린거 같네요

"올ㅋ 이거 막 진짜 나오는거 아냐?" 라고 그냥 웃어넘기고 잠들었어요.

그리고 얼마 못 잔 느낌인데 잠이 깨더라구요


가끔 가위를 눌리는 편인데 1년에 3~4번정도?

잠에서 깨면서 귀에서 윙윙윙 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몸이 딱 굳지는 않는데

윙윙윙 소리가 점점커지면서 몸이 굳어가고 꼼짝달싹 할 수 없게 돼요

그렇다고 귀신같은게 모습을 보이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움직이지 못하는게 전부지만

겁이 많았던 저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무섭고... 겪고나면 유쾌한 일은 아니죠...


그 날 잠에서 깼는데 귀가 윙윙 거리더군요. 무서웠죠. 하필이면 오늘 이 타이밍에 가위 눌리다니.

아직 몸이 움직일 때, 이불을 뒤집어 쓰려고 뒤척거리는 순간

거실 쇼파 위에 무슨 희뿌연 물체가 보이는거에요.



room.jpg

딱 그 물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네 그냥 물체였어요 희뿌연 연기같은?

그냥 희뿌연 연기일 뿐인데 분명 저랑 눈이 마주쳤죠... 그리고 딱 그 순간 몸이 굳어버렸어요 그대로..

그렇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도 못 감고 천근만근한 무게에 눌린 듯함을 느끼는데

희뿌옇게 보이던 물체가 점점 똑똑히 보이더라구요.

그 물체가 변한게 아니라...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모습이 제대로 보이는 그런 느낌???


할머니였어요. 흰색 한복을 입은 할머니요.

머리까지 완전 흰 백발에... 쪽진머리 라고 해야하나?

올백으로 단정하게 뒤로 모아 묶으셨고 비녀를 꼽고 있었어요.

쇼파위에 올라가 앉으셔서 한쪽 무릎을 올리고 그 위에 한 팔을 걸치고 앉아있었죠.

그리고........ 눈동자........ 그 눈동자...까지 흰색이었어요.

그냥 흰... 눈동자.. 어디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고

흐트러짐 하나 없이 나만 노려보고 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더라구요. 아니다 온 몸에서요....

귀신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저승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

귀신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

분명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 하는데 이가 덜덜덜 떨려서 딱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느낌


내 생에 그렇게 무서웠던 기억은 전체를 돌이켜봐도 없었고 다신 없을거라고도 확신해요


그리고 분명히 느껴졌어요. '이 존재는 단순히 가위에 눌리는게 아니라 날 해치러 온 존재다'

엉겹의 시간만큼이나 무섭고 긴 시간동안 심장이 쉬지않고 쿵쾅대서 이러다 갑자기 터져버리나 싶을 시간후에

할머니가 스윽 일어났어요.


한복 옷자락의 움직임만이라도 그보다는 기척이 느껴질 법 한데, 그 움직임에 아무런 기척도 못 느꼈어요.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이동을 해도 그보다는 더 기척이 느껴지겠다 싶을만큼

분명히 내 눈에는 보이지만 다른 공간에서 이동하는게 투영해 보이는건가? 싶을만큼이나 기척이 없게 일어났어요.

그 때의 느낌을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네요..............

그리고 저를 향해 걸어왔죠.


마음속으로 '죽는다... 분명 죽는다..... 정말... 이건 죽는다.. 난 이대로 끝이다. 반항조차 할 수 없을거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라는 것만 계속 반복되고 할머니는 점점 다가오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내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끌어냈고 겨우 움직여지더라구요.

그리고 몇km를 전력질주로 뛴 듯한 무기력함과 숨막힘, 헐떡임이 함께 찾아왔죠.

한참을 침대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는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30분정도를 그렇게 더 앉아있다가 화장실에 갔어요.

오른손으로 화장실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불을 켜려고 하는 순간에

화장실 문 사이의 어둠속에서 그 시선이 다시 느껴졌어요.
door.jpg



네.... 그 어둠 속에 분명히 그 존재가 다시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그 존재는 지금도 나랑 눈을 마주치고 있다....

분명 날 바라보고 있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대로 굳었죠.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무서워서...

이전까지는 움직일 수 없어서 가만히 있었던게 그 때는 다리가 후덜거리고 이가 탁탁탁 부딪쳤죠..

그대로 또 다시 기나긴 시간이 지났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둠속이지만 아까와 같은 감정이 똑같이 느껴졌어요.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다...'


그때 제 방에서 알람이 울렸고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이 퍼뜩 들어서

왼손에 힘을 줘서 화장실 불을 켰어요.

화장실 안에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방에 들어가서 알람을 끄고 생각해보니

화장실 문 앞에서 몇 시간을 서 있었나 싶더라구요... 알람은 '6시'에 울리거든요...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다리가 덜덜덜 떨리는 순간...........

..............................................

..................................

...................................................................

...................................................

.........................

침대 위였습니다. 네, 그냥 전부 꿈이었어요.

너무 무서운 꿈, 근데 꿈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그런 꿈에 천장만 멍하니 바라봤죠.

'와.............. 진짜 무서웠다.... 세상에... 가위를 눌린 것도 아니고 가위 눌린 꿈을 꿨구나.

아니다.. 꿈이니까 그런 존재와 마주치지 현실이었다고 생각하면 진짜 끔찍하구나....

아.. 오늘은 진짜 잠 못자겠네....'

이 생각을 하고 옆에 핸드폰을 집어서 시계를 봤더니 다시 '3시'였습니다. 여전히 '3시'..............

그리고 그 핸드폰 뒤로 다시 희뿌연 물체가 보였어요............

시선의 촛점을 핸드폰 뒤쪽으로 옮겼죠.....

................. 할머니가.......... 이제 제 침대 옆에 아까 쇼파에서와 같은 자세로 앉아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여전히 하얗게 아무것도 없는 눈동자로.... 그러면서도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고 느껴지도록....

코와 입, 목부분이 제가 누워서 들고있는 핸드폰에 가려진채로....

그... 눈동자만 보이고 저를 노려보고 있었어요... 눈동자만... 아무것도 없는 흰 눈동자...

억! 하는 소리는 커녕 내 숨조차 쉽게 내뱉을 수가 없었어요....

머릿속에서는 '죽는다.. 죽는다..' 이런 생각을 넘어서서 '죽었다... 확실히 난 오늘 죽었다... 이대로 끝난다...'

라는 생각... 그리고 할머니는 아까와 같이 공기조차 안 느껴질 인기척으로 천천히 일어났어요.

'끝났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네.... '6시'

그리고 알람과 함께 확 밝아진 핸드폰 불빛이 제 얼굴을 비춤과 동시에 막혔던 숨이 턱하고 뿜어져 나오면서

그 존재는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8시가 다 되어서야 아버지께서 출근하시려고 거실 불을 켜시고 화장실에서 씻으시고 움직이시고 하실 때까지...

촛점없는 눈을 뜬채로 아무런 생각도 없는 공허한 머릿속은 아까의 일들을 다시 떠올리지 않으려고 발악하고 있었죠.


여기까지가 제가 가위 눌린 이야기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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