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지인 중에는 서대문형무소 간수로 계셨던 분이 계셨는데, 유독 친하게 지내던 죄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비록 간수와 죄수라는 관계였지만, 마음이 잘 맞아 친형제처럼 잘 지냈다고 합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평소처럼 담소를 나누다가 죄수가 죽기 전에 카레라는 걸 먹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간수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은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에 카레가 흔한 음식이 아니어서 간수도 말로만 들었지만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답니다.
괜히 대답했나 싶었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죄수여서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주자는 심정에 부인에게 카레를 필히 만들어오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며칠 뒤, 간수 부인은 카레를 어렵게 구했다며 출근길에 카레요리를 남편에게 건넸습니다. 요리하느라 출근시간을 넘겼지만 간수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요리가 완성되자마자 기쁜 마음에 출근하자마자 그 죄수에게 카레를 주었습니다. 죄수는 눈물을 흘리며 '맛있다, 맛있다.' 연신 말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간수는 마음이 흡족해졌고 사무실로 돌아와 동료에게 말했는데, 동료 간수는 이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엥? 그 죄수, 선배님 오시기 전에 사형집행 했습니다."
간수는 믿을 수 없었지만, 동료 간수가 확실하다며 사형 집행된 서류를 보여주었습니다. 간수는 재빨리 그 죄수가 있었던 방으로 갔지만 죄수는 없었고, 다만 깨끗하게 비워진 카레 그릇만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