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찍어보면 아시겠지만 눈팅유저입니다.

언제부터 오유를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입을 바로 한 것도 아니니 한 4년정도는 꾸준히 왔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학교 학생들의 유머게시판 자료가 오유에서 많이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오기 시작해서 얼마 후부터는 완전히 이곳으로 옮겨와 버렸습니다. 유머를 좋아해서 대학을 들어간 2000년대 초반에는 DCInside 힛겔을 위주로 많이 들락거렸지만 끝내 지금은 몇년째 오유를 하고 있네요. 이제는 컴퓨터 켜면 크롬 첫 탭에 오유부터 켜놓고 다른 일을 합니다. ㅋ

작년 총선부터였나요 아니, 재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였나요, 베오베에 정치 현안에 관련된 시사글이 많아진게 말이죠. 아니면 제가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인가요. 여튼 지금까지 국정원직원의 오유출입이라든지 일베와 대립구도라든지 오유는 좌성향이라는 말이 나오고 보수주의자인 제 친구도 오유에 관심을 가지면서 최근에는 오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오유가 좌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유인들은 확실히 계속된 선거에서 야당지지성향을 나타낸 것이 맞지만 그 이유는 사상적인 측면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본 오유의 성향은 '인간다움'입니다. 영어로는 휴머니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간, 특히 약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 동감, 동정. 그리고 이것을 배반하는 사람이나 사상에 대한 반감. 이런 것들이 오유인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동기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의원, 박원순시장에 대한 호감이나 지지 역시 여기에서 출발하며 지금의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당선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성향적 좌파라고 하려면 뚜렸한 사상을 가지고 그 사상을 현실에 반영하기 위한 실행력이 있어야 하지만 오유인 대부분은 뚜렸한 정치사상체계를 성립하지도 않았고 조직적 행동력도 없습니다. 오유인들은 그저 누군가 손잡아주고 미소를 보이면 행복해지는 그런 소박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잘 안생깁니다.

이런 저런 잘못된 논리나 선동에 이끌리기도 하지만 옳은 의견을 거스를 만큼 판단력이 없지는 않습니다. 유머글에서도 진지먹고 상처받을 누군가를 대변하는 선비들의 말에도 귀기울일 만큼, 자작 관심글일지도 모르는 고민글에 따뜻한 말과 관심을 보이고 자살하려는 글에 신고까지 해 살릴만큼, 게이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해서 관대한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문화에 스스로 빠져들어 긍정적으로 만들어줄 만큼, 유머도 아닌데 기부내역이나 헌혈증이나 입영통지서에 추천해줄 만큼, 그것도 아니면 단지 오늘 생일이라서 생면부지의 사람인데도 축하해주기 위해 추천해줄 만큼, 그만큼 인간적임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되는 곳이 오유입니다. 오유가 좌성향이라서 지금의 정부나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우리나라 정치의 key를 쥐고 있는데도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오유인은 자신이 권력을 가지기를 바라지도 않고 좌파가 집권하는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며 지금의 기득권자들을 끌어내려 심판하고 처형하려는 것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단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호의를 보이며 웃으며 살아가는 세상을 바랄 뿐입니다.

오유인 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흥분하기 쉬운 사람들도 있고, 냉철한 사람도 있고, 사상적인 사람도 있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눈팅유저도 있고, 관심받으려고 악플쓰는 사람도, 거짓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일베에서 온 사람도 있고...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까 제가 생각한게 모두에게 해당하진 않겠지요. 하지만 제가 본, 추천을 많이 받은 글들, 댓글들을 토대로 보면 오유의 가장 큰 정체성이 이렇다는 점입니다.

인간적인 오유.

저는 그래서 오유가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