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고양이 한마리가 찾아온다
태어난지 한달이나 됐을까?
비루먹은 말처럼 바짝 골은 배를 드러내는 까만 고양이 한마리가.
길고양이 넘쳐나는 시골에 바짝 골은 새끼고양이.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다짜고짜 내 다리에 얼굴부터 들이미는 녀석.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가 살 길을 녀석은 아는가보다.
가엾은 녀석. 값싼 동정같은 먹이를 챙겨준다.
녀석, 어느새 마당한켠을 제 집삼아
드나들때마다 얼굴부터 들이미는 녀석.
내 맨발에 올라
내 신발에 올라
내 다리에 올라
길고양이 살길 편한 시골에 어느 일로 녀석은 사람을 따르는가
길고양이 도도한 시골에 어느 일로 녀석은 사람에게 길들여지려 하는가
'미안하지만 내 값싼 동정은 네가 혼자 살아갈때까지다
네가 다른고양이처럼 도도한 시골의 길고양이 될때까지다'
한달
두달
시간이 흐른다. 내리쬐는 땡볕에 맛났건만 벌써 낙엽이 진다
녀석은 여전히 마당한켠을 제 집삼아
내가 드나들때마다 갖은 애교를 부린다.
그 애교가 어찌나 지극한지 가엾기 그지 없다.
제 어미가 있었다면 제 어미에게 하는 애교가 저럴까
제 어미에게 부려야 할 애교를 어찌 사람에게 부릴고
사람을 경계해야할 도도한 길고양이가 어찌 어미대하듯 사람을 대할고
무섭다.
나에게 길들여지는 녀석이
녀석에게 길들여지는 내가
녀석아,
자유를 갈망하여 길들여지지 않는 녀석이 왜 사람에게 길들여지려하는가
왜 도도한 길고양이가 되려하지 않는냐.
사람은 자연을 길들이지 못한다.
자연이 사람에게 깃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