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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다이어트가 힘든 사람들
게시물ID : diet_301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곰텡이R
추천 : 11
조회수 : 47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10/16 21:19:41

다이어트는 나에 대한 도전이나 통제가 아니라 토론과 타협이다.


헬스장을 이전에도 간적이 있었지만 반년정도 하다 그만뒀습니다.
처음엔 "잘해봐야지!"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으나 결국 하루, 이틀 빠지게 되더니
어느 순간엔 재등록하지 않게 되어 안가게 되더군요.

이번에 다시 4개월간 헬스를 하며 깨달은게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하는 운동은 도전이나 약속, 다짐. 뭐 이런 각오 등으론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걸요.

애초에 심지가 굳고 마음 먹은걸 꼭 지키는 그런 바지런한 인간이었으면,
살이 찌지도 않았겠죠.

유혹에 약하니까, 게으르니까 살이 찌는거죠.

물론 모든 살찐 사람들을 게으르다고 욕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과체중도 아니고 중증 이상 고도나 초고도에 이르는 비만은 결국
병이 원인인게 아니고서야 자기가 했던 행동과 결정의 반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간이 잘도 하루 아침에 마음 바꿔먹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식단을 구성하고
헬스장에 꾸준히 다닌다? 스스로도 웃긴 생각이었죠.

살이 찌기 시작한 고등학교 시절부터 10년을 넘게
먹고 싶으면 먹고, 이왕 먹을거면 맛있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으며,
게임하고 만화보고 주말엔 침대나 소파에서 뒹굴뒹굴 거렸습니다.
이딴 생활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꾼다는 거 쉽지 않습니다. 아니, 불가능해요.


처음 헬스장 다니기 시작한 것도 1년 전에 샀던 옷이 터질 것 같은 상태가 되자
스스로 '이건 아니야.'라며 그날 저녁 달려가 등록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당장 3개월치 등록하곤 쉽긴 한데...' 라며
제 근성에 의구심을 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 첫번째 타협을 했습니다.
할인률을 무시하고 한달만 등록해보기로 했습니다.
어찌보면 얕은 수죠. 한달 꾸준히 못 채워도 큰 돈을 버리는건 아니야라고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도 결국 일주일, 보름이 지나자 점점 흐러져 갔습니다.
운동 자체는 열심히 했습니다. 절대로 설렁설렁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더럽게 안 흘러갔고, 괴롭긴 또 더럽게 괴로워 스트레스의 나날이었습니다.
결국 보름정도 지나자 스스로에게 두번째 타협을 요구했죠..
'그래, 보름간 열심히 했잖아. 하루정도는 쉬어도 되지.'

그리고 그게 이후 한번, 두번... 그리고 하루 쉬던게 이틀, 사흘.


3개월차에 접어들었던 어느날 너무 힘들고 쉬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약간 있어 헬스장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에 배도 아팠죠.
그런데 그날은 '가지 않는 것'으로 타협을 본게 아니라 '그럼 절반만 하고오자.'라고 타협했습니다.
평소 1시간 넘게 하던걸 한 40분 정도만 하고 왔습니다.
세번째 타협이자 전 제 스스로 가장 잘한 타협이라 생각합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기 싫다. 그냥 오늘도 절반만 하자.'
그렇게 그날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40분 정도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타협안을 지속하니까
쉬는 날도 있긴 했지만, 이제는 쉬고 싶다는 날 중 1/3은 절반만 하는 날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기로 한 날에는 1시간 20분정도, 컨디션이 안좋은 날엔 40분 정도, 가기 싫은 날엔 그냥 안갔습니다.
스스로 진짜 돈 아까운 짓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달에 1, 2만원도 아니구요.
그럼 이번엔 '그래도 운동시간 제로는 아니잖아.'라고 네번째 타협을 봤습니다.


4개월간 4Kg이 빠졌습니다. 한달에 1Kg씩 빠진거죠.
그리고 이번에 또 1Kg이 빠질려는지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식단 바꾸고, 생활방식 바꾸고, 운동 열심히 하는거...
그거 할 수 있었으면 처음부터 살도 안찐다는걸.
그러니까 전 저답게 다섯번째 타협이자 스스로를 칭찬했습니다.
'그래, 적어도 몸무게 플러스, 제로만 만들지 말고. 천천히 내가 생활하는 중에 마이너스만 만들자.'

전 운동 시작한 뒤로 그만둔건 없습니다.
여전히 게임시간은 많고(일요일 많이 하면 하루 8시간정도...),
햄버거 정말 잘 먹습니다. 맥도날드 신메뉴나오면 꼬박꼬박 먹어봅니다.
외식도 자주하는데 치느님의 가호만큼은 뿌리칠 수 없는 진성 치킨교 전도삽니다.
(무엇보다 헬스장 - 집 사이 길이 술집&호프 상가입니다....)


다이어트 하기 힘드신 분들.
생활패턴 바꾸기, 식단 바꾸기 겁나세요? 난 당연히 얼마 안하고 그만둘꺼야라고 생각하세요?
그럴수도 있어요. 힘들어서 괴로워서 미칠것 같을 때가 있을겁니다.
그럼 그냥 생각한 것에 조금만 타협하세요. 괜히 억제할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자신과 타협하세요.

타협은 포기가 아닙니다. 한발 약간 물러날뿐이죠. 조인 것을 약간 푸는 겁니다.
타협했다고 후회하지도 마세요. 적어도 자신이 한 일이 제로인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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