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의 전설적인 데뷔였다는 '지구를 지켜라'에 그닥 감흥이 없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찾을수없는 특유의 컬트스런 느낌을 믿고 드디어 화이를 보고왔습니다.
음...오프닝 시퀀스는 정말 멋있었습니다. 나무와 아이 일러스트가 뒤섞인채 기묘하게 뻗어나가는 그런 느낌이요. 이건 다르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결과는..상당히 어줍잖게 되어버렸군요.
잔인한건 좋았습니다. 분명 정도가 지나친 폭력의 이미지가 필요했고, 무척 잘살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엔 가장 큰 문제라면 주제를 너무 어거지로 끼워맞추려한다는 점이겠죠.
기본적으로 뒤틀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에 대항하고 끝내 인생의 주체가 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대한 한국영화는 요즈음에 특히 많았죠. 스토커도 있었고, 뫼비우스도 있었죠. 문제는 화이에서 이 테마에 대한 고찰이 그다지 깊어보이지않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여기에 수렴할만큼 5명의 아버지란 설정이 중요한데, 각각의 캐릭터들을 전혀 활용하질 않습니다. 오로지 설정으로서 쓰기위해 만든것처럼 개별적인 매력이나 성질이 효과적으로 드러나지않아요.
또 제일 중심점인 석태의 아들을 향한 집착은 오로지 윽박지름뿐입니다. 아, 당연히 그 캐릭터의 성격은 압니다, 알아요. 근데 어떤 식으로든 뒤틀린 관계를 설명하려하지않고 '내가 키웠으니 내 아들이지' 정도의 논리입니다. 보통 그런게 영화적으로 구태여 설명하지않아도 되는 영화가 있는데(뫼비우스) 화이에선 설명을 해줬어야 합니다.
그 결과 여진구의 울부짖음과 운명의 문제는 진실성을 담지 못한 채 공중에 붕 뜨게 되었죠. 영화가 보여준건 겉핥기 식의 상징놀이라고 봅니다. 설국열차도 그랬지만, 대놓고 상징을 쓰기로 맘먹은 영화는 대체로 스토리의 빈약함을 동반하는 것 같더군요. 안타까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