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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경제
80조 대 25억. 이 둘을 감히 비교할 수 있을까. 골리앗 대 다윗, 태산과 티끌, 타워팰리스와 판자집 정도의 차이 쯤 될까. 가늠이 잘 안 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80조 앞에서 25억은 단지 푼 돈에 불과할 뿐이고, 없어도 티가 안 나는 그저 그런 돈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일반 서민은 평생 가질 수도, 구경할 수도 없는 25억이라는 엄청난 돈도 80조라는 숫자 앞에서는 이처럼 완전히 압도를 당한다.
도대체 80조는 얼마나 큰 돈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그만큼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큰 돈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80조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검색을 해 봤다. 검색 결과는 역시나 없다. 그러나 다행히 4대강 사업에 투자된 22조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꽤 많은 자료들이 올라와 있다. 이를 통해 완전하지는 않겠지만 비교 체험은 가능해 보인다.
4대강 사업에 투자된 22조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민주당, 시사인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바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1년에 1.2조원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해 지고, 5조원이면 반값등록금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 1조원으로는 쌍용차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저소득층 주택 70만 채를 건설할 수 있고, 전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비를 10년 동안 지원할 수 있으며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을 6년 동안이나 지원할 수 있다. 80조는 22조의 약 3.6배에 이르는 돈이다. 간접 비교일 뿐이지만 4대강 사업 비용 22조는 이렇듯 80조로 할 수 있는 일의 규모와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본보기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25억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25억은 성남시가 지역 내 48개 중학교 신입생들의 무상교복 지원금으로 편성한 예산이다. 25억은 보통 조단위가 넘어가는 중앙정부의 대규모 국책 사업에 비교하면 지극히 작고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성남시의 신입 중학생들은 이 예산에 의해 올해부터 무상교복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어제 성남지역 18개 중학교는 각 학교 신입생 학부모에게 무상교복 지원금을 처음으로 지급했다. 당초 성남시는 지역 내 모든 중학교 신입생에게 교복비 상한액인 28만5천650원을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반대로 절반 가량에 해당되는 15만원만 우선 지급했다. 성남시는 나머지 11억에 대해서는 현재 정부 상대로 진행중인 권한쟁의심판에서 승소하면 마저 지급하고, 패소하면 정부의 교부세 삭감에 대비해 시 재정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출신의 이대엽 시장이 판교 신도시 분양 청탁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와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8년 동안 시의 재정으로 지급한 혐의로 구속되며 성남시에 남긴 부채가 6765억원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부임 이후 이대엽 시장의 방만한 재정지출에서 비롯된 부채를 초긴축재정과 투명한 재정계획으로 완벽하게 극복해 냈다. 또한 시민들과 늘 소통하고 낮은 자세로 시정을 운영한 덕분에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에 성공한 후 투명한 시정운영으로 재정이 탄탄해지자 이재명 시장은 이번에는 시민 복지로 눈을 돌렸다. 공무원의 부정 부패를 엄단하는 한편, 무분별하게 낭비되는 전시행정을 바로잡아 세금을 절감하고, 이 비용을 다시 시민들을 위한 복지와 편의시설 확충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무상급식,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무상 교복, 청년배당 정책 등이 바로 이런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 데일리 중앙
정부는 어제 상암과 판교 지역을 '아시아판 실리콘 밸리'로 집중육성하겠다며 80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내내 부자감세로 재벌에게 돌아간 이득만 150조에 달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민혈세는 무분별하게 낭비하면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예산은 무책임하게 지자체로 떠넘기면서, 성남시의 무상교복 비용 25억은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으면서, 정부는 '실리콘 밸리' 사업에는 무려 80조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80조 대 25억은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돈이다. 그러나 전자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반면 후자에는 칭찬과 격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결국 정치지도자의 철학과 윤리, 그리고 올곧은 실천 의지가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시민들이 자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치인의 철학과 윤리, 실천 의지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80조가 단지 무의미한 숫자일 수도, 15만원이 천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80조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급한 15만원이 더 커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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