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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뚜레주르에서 로이 케이크 사가신 손님께
게시물ID : humorbest_6522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Zua
추천 : 224
조회수 : 14118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30 02:20:3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3/30 01:54:45



손님,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그 현장에서 제가 했던 말은 당연 '죄송합니다'였지만, 제가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달랐습니다.

원래 속에 담아 두기만 하면 뒤끝이 남고 골병 나는 성격이라, 오유의 고민게시판에 청승맞게 혼자 글 좀 쓰겠습니다.

혹시 이 곳에서 제 글을 보실 수 있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오늘 손님이 바라신대로 제 기분은 엉망이 되었고, 힘들었고, 상처 입었습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때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지요.

직업용과 진심용.

손님은 화를 내러 매장에 방문하셨고 그 말을 원하셨을겁니다. 저는 그래서 그 말을 해드렸습니다.

거기에 한 티끌만한 진심이 묻어 있지 않아서 죄송할 지경이네요.


손님.

손님의 아내분과 아드님이 매장에 방문했을 그 당시의 상황을 손님은 보셨나요.

어린 아드님이 개구지더군요. 처음에 매장의 물건을 손으로 마음대로 만지고 있는걸 보고 제가 아드님께 말했죠.

'그러면 안돼~'

유치원 선생님과 같은 톤에 아드님은 뒤를 돌아 저를 바라보더군요.

전 댁의 아드님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 아드님은 아마, 제가 금요일이라 연달아 있는 아르바이트에 지쳐있고, 토익이 코앞에 있어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다는걸 몰랐을 겁니다. 예, 물론 그건 제 개인적인 사정이니까요.

아드님이 웃더니 보란듯이 더 심하게 물건을 만지작만지작 하더군요. 그제서야 아내분께서 웃으시면서 아이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제지하시더군요. 저는 마음속으로 그 때부터 불안해진 겁니다.

며칠전 케이크를 손으로 만지려는 아기 손님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사모님은 케이크에 민감하셔서, 아이가 찔러놓은 케이크를 팔지 못하게 되었다는것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는 그리고 나서 계산을 마치고 나서야 포장도 안된 빵을 맨 손으로 만지고 있는 아드님을 보았습니다. 한 톤 높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안돼!"

그제서야 아드님이 깜짝 놀랐는지 멈추고 어머니께 달려오더군요. 아까 낮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을 때는 빙그레 웃으면서 더 장난을 치시더니. 저는 왜 큰 소리를 쳐야했는지 아드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애기야 너가 그렇게 만지면 다른 사람들이 빵을 못 먹어."

아마 순간적인 금요일의 스트레스가 표정을 찡그리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내분께서는 아이에게 "왜 그랬어~"하면서 다독이시더군요. 전 그순간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좀 더 소리를 낮췄어야 했나. 아니면 아내분께 아이의 행동을 멈춰달라고 부탁했어야 했나. 하지만 그러기에는 빵을 맨 손으로 만지고 있다는 사실에 반사적인 조치가 나가버렸습니다. 제 목소리가 아드님께 전달되기까지. 아드님이 제 경고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소리가 필요했던게 사실이었습니다.

아내분께서 계산을 다 하고 나서야 할인카드를 물으시더군요. 아드님 때문에 약간의 짜증이 있었던건 사실 입니다. 그 부분에선 완벽한 서비스우먼이 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약간의 한숨이 나와버렸으니까요. 완벽한 서비스업종의 사람은 그런 사소한 행동도 하지 말아야하니까요. 뒤에 손님이 기다리는 와중에 손님의 아내분은 전화를 해서 카드 번호를 물으신뒤, 할인을 받아 가셨습니다. 저는 그 뒤에 멍하니 아드님이 만지신 그 빵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요즘 불경기라 빵이 잘 안팔린다며 걱정하시는 사장님의 얼굴과 맛있는 빵을 사러오실 손님들의 얼굴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매장을 혼자 지키고 혼자 일해야한다는게 편하면서도 힘들다는걸 새삼 깨닫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러다가 손님이 오시더군요. 상기된 얼굴로. 화가 나신 어투로 아이가 만졌다는 빵이 어떤건지 물으시더군요. 그 뒤 손님은 저한테 그러셨죠. 아이가 기가 팍 죽어서 왔다고. 그게 화가 나서 왔다고. 전 손님께 말씀드렸죠. 전 다른 손님이 드실걸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갔다고 말입니다. 손님은 '서비스 업종이라면서요, 알바생이라면서요.' 하면서 제 위치를 확인시켜주셨습니다. 저한테 그렇게 살지 말라며 훈수를 두셨지요. 손님이 말씀하셨죠. 저 향촌 주민이에요. 저 여기서 빵 자주 사먹어요. 매일 올거에요. 그 말을 제가 반협박으로 들어도 될련지요. 

손님이 그러셨지요? 본인은 그 나이 때 안 그랬나고.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화가 있더군요. 제가 그 나이때 아드님과 비슷한 일을 저질렀을 때, 저희 어머니는 저같은 일개 알바생이 소리치기도 전에 저를 먼저 혼내셨습니다. 제가 풀이 죽는 한이 있어도, 제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을 알려주는걸 맨 먼저 하는게 제 어머니의 교육법이였습니다.

아이가 기가 죽어서 화가 나서 저한테 따지러 오셨댔지요. 저희 어머니께 오늘 있었던 이 일을 말씀드리면, 제 어머니는 제가 이 일로 풀이 죽었다고 손님한테 따지러 가기보다는, 분명 저를 먼저 야단치실 겁니다. 그리고 저희 어머니라면 제가 만진 그 빵을 그 즉시 사갔을 겁니다. 하지만, 손님은 제게 정당하게 화내기 위해 그 빵을 사러 오셨겠지요.

손님. 저는 손님께 이 모든 말을 진심을 다해 말 할 수 없는 위치입니다. 왜냐면, 제가 하는 일이 사장님과 사모님의 생계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일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처음으로 매장에서 눈물을 흘려보았습니다. 중간중간 계산하는 도중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고여왔습니다. 그걸 보게 된 몇몇 손님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안구건조증이라 울고 싶지 않지만, 눈물이 계속 흐르네요.'라는 시답지 않은 변명을 믿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가야, 절대 너한테 화가 나서 그런게 아니란다. 너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필요치의 소리가 필요했을 뿐이야. 너가 오늘 어린이 케이크를 사갔으니 생일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상했다면 미안해. 너가 만진 빵.. 오늘 그 빵을 사고 싶다는 사람이 너가 간 뒤 왔는데 재고가 없어서 못 팔았어. 그 분은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돌아섰단다. 너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행동으로 누군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걸 명심하렴. 누나가 큰 소리 낸건 미안하게 생각해.


그리고 손님. 이것만은 기억해두시지요. 서비스 업종 사람들의 모두가 아이가 이런 짓을 저지르면 괜찮습니다, 혹 저와 같은 경우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후에 손님과 아이 뒤에 생겨날 그림자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손님은 아드님이 상처받은것 이상으로 제가 상처받길 원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손님의 바램대로 저는 오늘 저녁 내내 그 일로 눈물이 나올만큼 상처입었습니다. 이걸로 충분하시길 바랍니다. 다른 가게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두 번다시 그렇게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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