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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해서 처음 글씁니다. 넋두리 좀 해볼게요
게시물ID : gomin_652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리모를화반
추천 : 3
조회수 : 54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5/16 00:23:37
술 한잔 했습니다.
기분이 좋다가도 좋지않은..이상한 기분입니다.

고3때, 우리나라 교육은 이래서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막연한 영어사대주의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교육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국어를 복수전공하였습니다. 
언어영역보다 영어를 잘했던 제가...초등학생때부터 영어를 좋아하고 상위권이었던 제가.. 국어를 선택한 건
나름의 이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시경 선생을 마음의 스승으로 삼아 국문학도의 길을 걷고자 하였지만
집안 사정이라는 흔하디 흔한 현실상의 핑계로 대학원 진학은 포기하고 타협점으로 국어 교사를 선택하였고
국어교사도 나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제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26살 4학년때 처음으로 임용고시라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 동기(저빼고 다 여자들)들 몇몇은 이미 교사를 하고 있기도 해서 저는 마음이 조금 다급해졌었죠. 공부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왠지 뒤쳐지는 것만 같았고 남자로 태어난게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집안사정이 어려울수록 그 자책은 심해져만 갔습니다. 
결국 첫번째 임용고시는 저에게 쓴잔을 안겨주었고 저는 당연히 여겼습니다. 공부를 안했으니 말이죠.
부모님께서는 합격할 때까지 도전하라고 하셨지만 장남으로서 도저히 집안 사정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또 나름대로 타협점을 찾아 '한번만 더보자 최소한 두번은 봐야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1년 정도 더 공부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역시....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집은 천안인데 학교는 대전이라 대전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편했던 저는 학교다닐 때 쓰던 자취방을 
졸업해서도 쓰기로 마음먹고 계속 도서관을 다녔죠. 졸업하기 전에도 용돈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는 제가
졸업하고 나서 용돈을 받는 것은 제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서 또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알바를 찾다가 결국 pc방 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얼마 안되는 돈이라 힘들더군요
과외를 할까? 하는 유혹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한때나마 공교육에 몸담고자 했던 사람으로서 그것도 양심에 걸리더군요(이런 쓸데없는 고집같은 건 좀 없애야 하겠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 
알바를 하면서 공부를 하기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3월달부터 알바를 시작했는데 '임용고시는 11월 달에 있으니 지금은 돈버는 일에만 집중하자' 라는 생각에 책을 손에서 놨습니다 약 4개월정도 하고
7월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온 겁니다. 년말까지 버틸 돈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일알바를 그만두고 주말알바로 시간을 옮기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해 임용고시도 떨어졌습니다. 첫번째 본 임용고시보다 오히려 점수가 더 안나왔더군요

그제서야 문제를 깨달았습니다. 공부를 하려면 환경이 좋아야 하고 환경이 좋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
쓸데없는 고집으로 남들 다 가는 노량진이나 학원, 인강 같은 걸 모두 거부하고 독학으로 하기에는
너무나 멀고도 험한 길이었습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앞이 막막했습니다. 한시바삐 돈을 벌어야하는데 
한달뒤면 28이 되는 백수인 제가 느끼는 부담감은 그리 작지 않았습니다.

이제 극단의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온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임용고시에만 목매달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전공이 전공인지라 무슨 회사를 가기에도 
어려웠고 또 개인적으로 회사는 제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또 이때 꼬장꼬장한 성격이 발동 된 것이죠)
그래서 결국 또 타협점을 찾은 것이 교육공무원이었습니다. 전공도 어느정도 살리면서 공직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이죠. 
7급을 준비하기에는 너무도 촉박한시간....어느덧 1월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4월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말입니다. 그래서 9급으로 결정짓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국어, 영어, 행정법, 국사, 교육학
이 5가지 과목을 준비해야했는데 교육학은 전공인지라 일단 제외시키고 나머지 과목만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정보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말하길 1년은 준비해야 붙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요상한 호승심이
생겨 3개월 만에 붙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네...그 마음가짐만은 좋았던 것 같네요

첫달은 그럭저럭 하루에 6시간씩 공부해나가다가 2월달이 되자 4시간정도 3월달이 되자 거의 손을 놨습니다.
핑계거리를 대자면 군대를 막 제대한 나이많은 후배가 제 자취방 바로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서로 죽이맞아 매일같이 어울렸고 방금 1시간 전까지만해도 같이 운동했습니다.)
어느덧 4월.. 어찌저찌해서 기본서는 모두 1번씩 통독은 했던참이라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시험이라도 보자는 생각에 공주로 가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사람 많더군요.....예상보다 쉬웠던 문제를 풀고나서 왠지 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그 생각이 들어맞아 필기를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면접이 다가왔고 그냥 대충 교육청 홈페이지만 둘러보고 간 저는 오히려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 면접같은건 왠지 모를 자신이 있었습니다.) 면접도 그럭저럭 보아서 어제..14일 최종합격을 통보받았습니다.

마냥 기쁠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것처럼 저도 그럴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슴 한켠이 아립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줄넘기를 하고 땀을 뺴고 왔습니다. 
그래도 개운치가 않습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속을 맴돕니다.
하지만 그런 낭만을 제 나이라는 이성으로 누릅니다. '언제까지 꿈만 좆을 것인가'라는 상투적이지만
현실진리가 제 앞을 가로막습니다. 어지럽습니다. 모든게 다 재미가 없고 흥미가 없습니다.
좋아하던 소설, 평론, 다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재밌게 하던 wow마져 재미가 없습니다. 영화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쇼프로를 봐도, 만화책을 봐도, 아니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아도, 다 흥미가 없습니다.
무엇인가가 머리속에서 뽑혀져 나간 것처럼 공허하고 멍하기만 합니다.  
주변에서는 3개월만에 될줄은 몰랐다고 칭찬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썩 기쁘게만 들리지 않습니다.
꿈만 좆아 온 저의 노력이 허무해지는 순간입니다.
교사가 아닌 그냥 평범한 공무원이 될 거면 왜 굳이 대학에 왔고 또 왜 굳이 28살까지 기다려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24살정도에 공무원이 되었더라면 '아..왜 나는 대학을 안갔을까' 라는 후회도 했겠지요...언제나 후회만 하는 이런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미쳐서 해본적이 없는 제가 미치도록 미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떄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진리야'라는 합리화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냥 이렇게 치열하게 살지 못하는 제가.. 꼭 굳이 치열하게 살 필요는 없다고 느끼는 제가....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 논리는 저를 속박하고 맙니다. 이 갈등은 제가 죽을때까지 계속 이어질지 모릅니다. 이런 갈등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냥 생각없이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누런 송화가루 날리는 날 우리나라를 한탄하며 진정한 교육자를 꿈 꾸는...혹은 꿈 꿨던 한 소인배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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