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303115200§ion=03 "'논객 신해철', 결국 장사 위한 연출이었나" 신해철이 반박글을 올렸다. 우선 그의 글은 '각오' 없이는 완독이 힘들 정도로 길다. 게다가 '네티즌, 초딩 기자들, 자칭 칼럼니스트들, 전직 팬들, 미디어'까지 전방위로 씹으며 욕설을 날리고 또 어린 시절 회고에서부터 현 입시 학원 광고 시장 분석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것을 들쑤셔 놔서 내용의 이해가 쉽지 않다.
재미있게도 그는 자신이 어떻게 "'절라디언'이 되었나"로 그 긴 글을 시작했다. 사실 자신은 다른 곳도 아닌 경상북도 대구 출신이라면서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편견의 희생양'으로 내세울 때 이게 '직빵'이다.
일단 절라디언이 되고나니 그 다음엔 무슨 이야길 해도 소용이 없더라는, 그 억울함과 하소연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것도 현존하는 한국 사회 최강 집단인 TK 출신인 자신이 그 주인공이니 얼마나 불쌍하겠는가. 신해철은 그만큼 영악하다.
그의 이번 해명 전략은 이랬던 것 같다. 일단 길게 써서 읽는 이의 기운을 뺀다. 그리고 복잡하게 써서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온갖 이야기로 자신의 특수목적고(특목고) 입시 학원 광고 출연이라는 쟁점에 물타기를 한다.
세부적으로는 그러면서 빠져 나갈 구멍들을 만들어 자기 합리화의 틀을 만든 후 외과 수술적 기법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는데, 중간중간 욕설을 똥물 뿌리듯 사방에 뿌려 근처에 아예 못 오게 만들어 버린다.
그는 "내가 비판한 것은 공교육이지 사교육이 아니었다"며 자신의 교육 비판은 "공교육 비판의 일부였지 사교육과는 거의 무관한 얘기였다"면서, 전에 없이 외과 수술 하듯 '공교육'과 '사교육'을 도려내 구분해서 변명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럽던 차, 그는 '입시 교육'까지 분리해 낸다. "입시 교육 비판은 그러한 공교육 비판의 일부였지 사교육과는 거의 무관한 얘기"라면서 말이다. 이쯤 되면 교육 전문가는 물론 국어 전문가도 집중하지 않으면 뭔 얘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21세기 한국 사회 교육의 문제에서 어떻게 공교육과 사교육을 따로 보나. 공정택이 입시 학원 돈 꿔다 서울시교육감 된 것 모르나.
사교육과 공교육에 대한 신해철의 이해력 학창 시절 어머니의 돈봉투에만 관심을 갖고 자신을 패기만 했던 선생님에 대한 적개심 등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과 현재의 공교육을 끈질기게 연결시켜 비판하는 신해철의 공교육 비판은 그래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외쳤던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그의 사교육관은 자신을 챙겨준 과외 선생님들에 대한 추억에 지탱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의 교육관은 현실을 등지고 서있다. 그는 "사교육이란 자동차나 핸드폰 같은 것이다. 필요하면 쓰고 싫으면 안 쓰면 되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신해철은 자신의 방송을 통해 아이들의 불만만 들었지 역시 한국 사회 교육 문제가 어떻게 구조화 되어있고 얽혀 있는지, 또 사교육이 어떻게 교육과 가정을 좀 먹고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는 듯하다.
자동차, 휴대전화도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물건이다. 없으면 왕따다. 이것들이 신해철에게는 선택적 소유물들인가. 사교육도 당연히 아니다. 서울에서만 수백만 명의 엄마들이 식당으로, 할인매장으로, 노래방으로 일하러 가는 것은 생활비 때문이 아니라 학원비 때문이다. 신해철이 큰 문제라고 그렇게 강조한 '입시 노동'은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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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입시 학원 광고 모델로 출연한 가수 신해철 씨는 광고 출연이 그가 평소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해온 맥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문화방송 |
신해철의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메시지'는 무엇? 그는 또 "처음 광고 제안을 받았을 때 '학습 목표와 학습 방법이 자녀에게 딱 맞는지 확인하지 않느냐?'는 광고 카피가 평소 내 지론과 너무나 똑같아 깜짝 놀랐다"며 "이 슬로건이 18년 만에 나에게 광고를 찍게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메시지'였다"고 한다. 그는 일관되게 자신의 소신을 강조하는데 그의 소신은 부동산 투기가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었다는 어느 장관 후보자의 소신만큼이나 황당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부모들은 코흘리개 놀이방 고를 때나 '초딩' 학습지 과외 고를 때도 학습 목표와 학습 방법은 확인한다. 특히 신해철이 가르치려 들었던 특목고반의 엄마들은 학습 목표와 학습 방법, 소름끼칠 정도로 살벌하게 확인한다. 이 엄마들은 각 특목고의 최근 3년 서울대 또는 'SKY대' 합격자 수 정도는 외우고 다니며 자기 자식들에겐 이미 맞춤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학습 목표 확인하라' 하면 코웃음 친다. 이런 걸 두고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다, 별 희한한 걸 가지고 다 놀란다. 그 정도에 깜짝 놀라면 서울바닥에서 어떻게 사시나.
그리고 사교육 광고를 통해 슬로건을 알리고 싶었다고? 특목고 입시 학원 알리는 게 아니고? 공교육, 사교육, 입시 교육을 쪼개며 변명을 시작하더니 '학원 광고'와 '슬로건 광고'도 구별이 가능한가 보다. 그래서 학원 광고는 예리하게 도려내고 슬로건 광고만 하려 했나. 출연료는 학원이 아니고 '슬로건'이 줬나.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톱을 보나"라면서 불만이 대단하던데 도대체 달이 어디 있는지 제대로 가리켜 주지도 않았으면서 왜 우릴 탓하나. 학원이나 광고회사 탓을 해야지.
또 하나의 문제. '최초로' 밝힌 그의 교육 지론에 따르면 지식의 전수를 공교육이 아닌 가정과 사교육이 담당해야 하는데 중학생 시기에 이 아이가 공부를 계속 할 것인지, 기술을 배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단다. 박터지게 공부하도록 선택된, 혹은 선택한 소수 외에는 생계를 위한 직업 훈련이 주를 이뤄야 한다고 본단다. 신해철은 그를 비판한 자들을 '파시스트 새퀴들'이라 칭했는데 그의 교육관이야말로 파시스트 또는 전체주의의 그것과 깜짝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결국 계급사회, 귀족사회를 지향하는 '있는 집 자식 우선'의 교육인가.
"재산은 모으지 않는다. 돈만 필요할 뿐" 그는 돈 때문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추측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다. 자신은 원래 돈 쌓아놓는 사람도 아니고 재산에 욕심도 없다는 이야기를 그 긴 반박문의 3분의 1 정도의 분량으로 썼다. 오케스트라에 합창단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60만 장 팔린 음반이 적자였고, 인디밴드들 음반 내주다가 대박 마이너스 터지고, 멋대로 방송하고 싶어서 무급 DJ 자청하고, 하룻밤에 800만 원어치 후배들 술 사주는 등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는 성격이라 돈 욕심이 없다고. 그래서 자신의 명예를 지켜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그런데 전혀 괜찮지 않은지 다른 것도 마구 욕을 날리더라) 자신이 돈 때문에 광고 찍었다는 '능멸'만은 못 참겠다는 것이다.
재밌다. 스스로 돈이 있어야 산다는 것을 드러낸 꼴이다. 노랭이처럼 돈 모으는 사람과 신해철처럼 폼 잡고 형님 행세 하느라 펑펑 지르는 사람이랑 누가 더 큰 돈이 필요할까. 돈은 신해철이 더 아쉬워 보인다.
대중은 입 닥치고 쳐다만 보라고? |
▲ "그래도 교육을 이야기 하고 청소년과 소통하던 사람 아닌가. '논객 신해철'은 결국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만 연출된 것이었나." 신해철 씨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비판에 대한 장문의 반박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신해철닷컴 |
그는 자신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환상 속에 사는 사람 같다. 그리고 환상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 같다. 물론 이는 이 세상 누구나 잠시라도 빠졌다가 나오는 꿈과도 같은 공간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현실 공간과 착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그는 논란에 휩싸이자 마왕이자 교주인 자신이 여기서 절대로 밀리면 안 된다는 무의식에 휩싸인 듯하다. 결국 그 무의식이 그의 의식을 지배하게 됐다.
그는 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수 쪽 패널로 앉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진보주의자도 아닌 듯하다. 자유주의자인지 모르겠는데 이번에 특목고 입시 학원 광고에 출연한 걸 보면 경쟁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보수주의자 같기도 하다. 결국 그는 머리 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생활하는 '자유인' 축에 속하는 듯 하다. 또 그는 연예인이고 예술인이기도 하다. 당연히 '개인'으로서의 자유와 존엄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가 공공재인 전파를 수년간 독점하듯 사용하며 사회적 발언을 해왔다면 그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문제제기의 기회도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신해철 자신은 미디어와 광고를 통해 원하는 모든 것을 '표현' 하면서 왜 사람들이 자신의 광고를 보고 그 느낌을 '표현' 하는 것에는 욕설을 날리는가. 아티스트의 표현만 표현인가. 범인들은 표현도 못 하나. 신해철의 말마따나 자신은 라디오보다도 '더 강한 매체'를 통해 꼭 하고 싶던 이야기를 했으면서 사람들은 거기에 댓글도 하나 못 다나.
신해철더러 책임지란 사람도 없고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없다. 그는 "너네랑 소신이 다른 게 범죄야?" 하고 일갈했지만 나도 똑같이 되돌려 주고 싶다. "당신 광고 보고 비판한 게 범죄야?"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면 소통은 쉽지 않다. 마음에 안 드는 말도 듣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다채로운 욕설보다는 당당한 자기 주장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그게 '신해철다운' 것 아닌가. 그래도 교육을 이야기 하고 청소년과 소통하던 사람 아닌가. '논객 신해철'은 결국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만 연출된 것이었나.
그렇다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해서 조롱으로 시작해 욕설로 마무리하는 그의 행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튀어야 한다는 강박인가, 자포자기인가. 아니면 그가 받았던 공교육 때문인가, 사교육 때문인가. 아니면 입시 교육인가. 혹시 이게 그가 표방하는 사교육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닌가.
신해철만 표현의 자유가 있나 진중권 교수는 연예인은 좀 '널널하게' 봐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연예인에 해당한다. 교육 비판자로서의 위치와 연예인의 위치를 기분 나는 대로 편의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사람을 대중이 비판을 했는데 이에 대해 조롱으로 대응하더니 결국엔 욕설을 퍼부은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두고 인터넷 댓글도 달지 않는다면 그런 소신 없고 멍청하고 무기력한 대중이 또 어디 있겠는가.
특히 그가 장사하고 자기 몸값 올린 게 다름 아닌 교육이다. 여기에 대중이 분노한 것이다. 교육 가지고 장난 치지 말라는 표현이고 사교육에 대한 공분을 나타낸 것이며 동시에 다름 아닌 특목고 입시학원 광고에 나선 신해철에 대해 못마땅함을 전달한 것이다.
나도 우리에게 일탈과 전복과 당돌한 꿈을 전해주는 그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생각을 해왔다. 혹자는 그가 뭘 하든 내버려 두라고 한다. 이에 동의하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럼 왜 대중이 비판하는 건 자꾸 뭐라 그러나. 황우석이나 브라퀴에 대한 맹목적 열광도 아니고, '개똥녀 죽이기'도 아닌데 말이다. 대중도 이 정도 의견 표현은 할 수 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글은 참 잘 쓰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