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얼마전에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본인이 겪었다고 말하고,같이 입사한 친구도 현장에 있었다고 하니..
일단 -실화-로 말머리를 시작합니다
약간 스압일수도 있겠네요
조금이나마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1인칭 시점에서 반말로 쓰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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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일이야.
고등학교 졸업쯤이었으니 2000년도 초반쯤?
몸은 놀고싶어서 근질근질한데, 딱히 놀데는 없고,술은 먹고싶고, 체력은 남아돌고...
재밌게 놀게 뭐 없을까 얘기하다가
우리끼리 캠핑장에 가기로 했어
사복입고 술 마시면 누가 학생이고 어른인지 알게 뭐야?
같이 갈 놈들을 찾다 보니 모인 멤버는
유난히 체격이 크고 인상이 우락부락한 친구 A,
그리고 목사인 아버지를 닮아 독실한 기독교인이면서 노는 건 좋아하는 B,
그리고 지금도 나랑 친하게 지내는 여리여리한 인상의 C.
나는 D로 칭할게.
넷이서 제일 가까운 캠핑장에 가기로 날을 잡았어
가방에 라면이며, 버너, 특히나 소주를 한없이 챙겨서 오르다 보니 생각보다 걸음이 더뎌지더라고
캠핑장 올라가는 길이 암만 잘 다져져 있다지만, 그래도 산속이거든
헥헥대면서 산을 오르다 보니, 해는 어느새 거의 져 있고, 더이상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걸음을 재촉했어
다행히 저만치서 밝은 불빛이 보이더라. 캠핑장의 조명이었어
땀범벅이 되어서 캠핑장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너무 밝고, 사람도 너무 많더라구
"아오.... 놀자고 왔는데 사람들한테 치여서 제대로 못 놀겠다! 이럴거면 여길 왜오냐?"
A가 살짝 짜증이 난 듯했어.
어딜가나 다른 사람들을 제압하는 분위기의 A다 보니, 나와 친구들은 눈치만 살폈지 ㅋㅋㅋ
힘도 들고 배고프고, 빨리 쉬고싶은 마음에 좋은 장소를 물색하기로 했어
어디 좋은 곳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다 보니,
캠핑장 안쪽으로는 나무로 가려진 풀숲이 있더라
조금만 더 들어가면 한산하겠다 싶더라고
그래도 조명이 없다 보니까 조금...무섭긴 했는데
사람이 넷이다 보니까 조금 용기가 생겼어
바스락거리는 풀숲을 헤치고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가다 보니까
어느샌가 등 뒤로 비춰지던 캠핑장 불빛은 거의 안 보이고
시끄럽게 떠들던 아저씨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어
얼마나 왔을까, 풀숲이 많이 없고 맨땅이 보이는 곳이 나왔어
나무가 얼기설기 뻗어 있어서 달빛이나 그런건 거의 들어오지 않는,조금 어두운 곳이었지만
아무도 무서운 티는 내지 않았지. 그...남자들의 그런 가오 있잖아? 누구 하나 무서운 티 내면 쪼다 취급하는거ㅋㅋ
어차피 무서운 것도 취하면 그만, 배부르면 그만이다~싶어서
얼른 자리를 펴고 버너를 셋팅하고, 술을 꺼냈지
남자 넷이서 소주 댓병 까놓고 돼도 않는 섹드립하며 미친놈 개놈 쌍욕하며 낄낄대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가 아닌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어
"............흐.......으...."
그 소리를 제일 먼저 들은건 나였나봐.
내가 흠칫 하는 순간에도 A,B,C 놀기 바쁘더라고
"야, B...무슨 목소리 못 들었어?"
"뭐? 아무 소리 못들었는데?"
"아니 여자 목소리 같은거....."
"야 D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놈아 여자 있으면 여기 좀 앉으라고 해라!!! 분위기가 이러니까 쫄리냐? 무섭냐? ㅋㅋㅋㅋㅋㅋ"
술 좀 들어간 A가 빈정거리며 낄낄 웃었어.
하지만 분명히, 여자가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들렸거든
"아니라고, 미친놈아...좀 조용히 좀 해봐!!"
내가 장난이 아니라고 느꼈는지, A도 웃음을 멈추고 잠시 주변을 둘러봤어
바람에 나뭇잎이 흩날리는 바스락 소리, 그속에서
"...............흐...으..........흑.......흐으으....흐윽.........."
여자의 흐느낌소리가 들려왔어
C가 질린 표정으로 작게 말했어
"야..... ㅆ발 이거 뭐냐...."
"아 몰라........야 여기 여자가 있을만한 곳이 되긴 하냐.......?"
"................"
분명히, 모두가 들은 분위기였어
미친....이 분위기에 여자 흐느낌이라고 하면 하나밖에 없잖아.......
모두가 같은 생각인 듯 했지만,A는 아니었어
술까지 들어간데다, 평소에도 무서운 게 없는 조폭 인상의 A는
안 그래도 험한 인상을 더 험하게 구기며 소리를 질렀지
"어느 ㅆ년이 밤중에 쳐 울고 지랄이야!!!! 존나 술맛 다 떨어지게...쳐맞고싶냐?!"
A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은건지...
그 흐느낌은 멈추고, 울음을 삼키는 듯한 끅끅 소리가 들려왔어
.....적어도, 귀신은 아닌 거 같았지
"야, 저쪽 저 뒤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무슨 미친년이....불도 안 켜고 저기 혼자 있겠냐....야 D,니가 가봐...."
"아오 개놈들아 만만한게 나지?"
"어디, 저쪽? ㅆㅂ년이,어디서 귀신 흉내를 내고 염병질이야....내가 잡아온다!!"
A는 술마시던 종이컵을 구겨서 땅에 탁 소리나게 던져버리고는 벌떡 일어나 소리가 나는 풀숲 쪽으로 들어갔지
무서움보다 궁금함이 컸던 우리 나머지는...셋이서 안 무서운 척 서로 팔뚝을 꼭 잡고 A의 뒤를 따라 들어갔어
얼마나 들어갔을까,
"....뭐야,이거?"
1인용 텐트가 나왔어
그닥 크지 않은 녹색의 칙칙한 1인용 얇은 비닐텐트.
끅끅거리는 소리는 그 안에서 들려왔어
열이 받을대로 받은 A가 우리가 채 말릴 새도 없이 텐트의 지퍼를 거칠게 열어제꼈지
찌-익
"마 씨바 뭐하는 년인지 얼굴이나 좀.........."
........순간 정적이 흐르는 A.
".....저기, 괜찮으세요?"
그리고 갑자기 급 매너남이 된 A............
벙찐 우리가 기웃거리며 A의 등짝 너머로 본 건,
길고 웨이브인 검은 머리의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20대 초중반 쯤 되는듯한? 여자였어
무엇보다 꽤 예쁘더라고.
아마 A의 태도가 급속도로 바뀐 건 그것 때문인거 같아
안에서 작게 후레쉬 하나만 켜놓고 있던 터라, 텐트를 다 잠궈놔서 불빛이 보이지 않았나봐
"저...저기 죄송합니다............제가 불편하셨으면.........."
여자는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었어
추워서인지, 갑자기 나타난 곰같은 A가 무서워서인지 조금 떨고 있더라.
"어휴, 아닙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여자분이 혼자 이런곳에 있을줄은........저 괜찮으면 안에 좀 들어가도 될까요?"
"아, 네........."
A가 냉큼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더니, 우리에게 눈빛을 보내더라구. 빨리 앉으라는 무언의 눈빛....
아...정말 앉기 싫었어. 왜 잘 마시던 술을 버리고 왜 내가 여기 들어가야 하냐구...
서로의 눈치를 보며 한명씩 들어가 둥그렇게 앉아 자리를 잡았어
우린 절대 그 여자가 무서워서 망설였던 건 아냐. 친구의 의리로써 그 자리에 앉은거지.........
아무튼 그 좁디 좁은 1인용 텐트에 전부 무릎을 세워 앉고, 후레쉬 불빛 하나애 의지해 다 같이 얼굴을 확인했어
"저는 A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친구 B,C,D 구요...울음소리가 걱정스러워 둘러보러 왔습니다."
A는 아까 소리 지른건 기억에 없는듯이.....아무튼 저렇게 말하더라.
여자도 그닥 개의치는 않는지 살짝 고개를 까닥했어
"저...괜찮으시면 이시간에 어쩐 일로 이 산중에서 혼자 울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A가 어느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물었어.
여자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나봐. 어떻게든 해보려고 생각한거겠지
여자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어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정말 사랑했던 사람인데..... 제가 아무리 잡고... 애원해도....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집에 사진을 두면...아무래도 절대로 그 사람을 못 잊을 거 같아서...
사진들...을 먼 곳에 묻으려고 왔어요....."
말을 겨우 마친 여자는 다시 고개를 무릎에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어
그러고 보니 여자의 커다란 등산용 배낭 옆엔 박스가 하나 있었는데
선물용으로나 쓸법한 예쁜 종이박스에 사진이나, 작은 인형...장식품 같은게 이것저것 담겨 있었어
사정을 들으니 조금 불쌍하긴 하더라.
A는 어째 조금 신이 난 표정이었어. 정말 저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는건지 어쩐건지는...
기쁜 기운을 감추고 다시 진지한 표정이 된 A가 사진 묻는 걸 도와주겠다고 말했어
"A, 그래도 그런건 이분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어허, 그래도 땅 파는 걸 이 가녀린 분이 어떻게 하겠냐!! 우리 같은 멋진 남자가 도와줘야지, 안그래?"
하아...
....그건 동의를 가장한 강요였어....
여자가 고맙다고 인사하더니, 사진 박스만 좀 들어달라며 부탁을 했어
사진박스는 C가 들고, 배낭도 꽤 무거워 보이길래 내가 들려고 했는데
"아...배낭은 괜찮아요."
라면서 여자가 내 손을 조용히 밀쳐내고 자기가 가방을 메더라구.
뭐...나야 좋았지만 말야
우리가 말린다고 듣지도 않을 A고, 그렇다고 A만 두고 가자니 무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해서...
일단 같이 파묻기로 하고 텐트 밖으로 다섯이 모두 나왔지
여자가 야전삽을 들고 나올때는 솔직히 조금 흠칫했는데...그 야전삽을 조용히 A에게 넘겨주더라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살짝 허리를 숙이는 여자의 얼굴은 창백한 기가 있어서...
예쁘긴 하지만 그닥 매력적이진 않았어.
그 상황에선 누구라도 그랬을꺼야.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구
남의 이별소식에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A를 빼고 말이야
여자는 사람이 다닐만한 곳은 묻기 싫다며 더 안쪽으로 가길 원했어
우리의 간절한 눈빛은 아랑곳 없이 A는 당차게 원하는 곳으로 가자며 씩씩하게 앞장서더라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길을 잃지 않게 나뭇가지를 꺾어가면서 전진했지
제일 앞이 A, 그 뒤로 바짝 붙은 여자, 그뒤로 목사 아들인 B, 나, C의 순서로 가고 있었어
C가 제일 뒤인건 가위바위보의 신이 그놈을 버렸다고 해둘게
길도 나 있지 않은 나무사이와 풀숲을 헤치며 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어
우린 애초에 텐트에 걸 작은 조명만 가져왔지, 진행방향을 비출 후레쉬같은 건 없었거든
여자가 가지고 있던 작은 손전등, 그게 다였어
여자가 앞을 비추고,그리고 A가 길을 헤치며 걷는 식으로.
여자가 맘에 드는 곳을 찾으면 말해준다고 했어.
어둡고, 서늘하고, 옆에 돌아보기도 무섭고...
땅만 보며 걷다가 간간히 앞서 가는 B의 가방만 쳐다보는게 다였어.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걸음을 멈춘 B때문에 땅만 보고 있던 내 머리가 B의 가방과 꽤나 세게 부딫쳤어
"아......!!!! 야이 미친, 안그래도 기분 잡치는데 너까지 왜이래??? 아오...."
".............야, D."
"왜 미친새꺄."
"......넌, 나 믿지?"
"갑자기 약쳐먹었냐?"
"딴말하지말고, 나 믿냐고."
안 그래도 눈매가 매서운 B인데, 날 어깨 너머로 노려보며 작게 말하니까...
괜히 나까지 좀 무서워지더라.
".....야, 진짜 왜그래....분위기잡지마 새꺄.....재미 존나 없다."
"ㄱ새꺄, 장난 아니니까 똑바로 대답해, 나 믿냐고."
"아 그래, 그래 믿는다. 믿는다고. 대체 왜 그러는데?"
"....일단 앞으로 가자. 저쪽이랑 많이 벌어졌다."
B가 고갯짓을 하며 다시 앞으로 가기 시작했어.
나는 알 수 없는 녀석의 행동에 괜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지.
사실, 기분이 나빴다기보단...좀 무서웠어
"D....듣고있냐?"
살짝 여자와 간격을 두고 , B가 걸어가며 작게 다시 나를 불렀어.
"어? 어어...."
"작게 대답해....나 믿는다고 그랬지?"
"아....몇번 말에, 또라이야.....대체 왜 그러는데?"
"저거....."
화난 척 했지만 나도 B의 말에 따라 작게 대답하고 있었어
나를 보던 B가, 다시 앞서가든 여자를 보며 말했어.
"저 여자, 가방 있잖아."
"어...가방 왜?"
"저 가방........움직였어."
...........................
귀에서 삐-소리가 나고 목 뒤에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어
"ㅆ발....너 좀 어떻게 됐냐? 아까 술 좀 마셔서 맛갔냐?"
"미친놈아, 나 믿는다며...내 주량 모르냐? 내가 그거 먹고 갈 인간이냐? 진짜다 저거. 진짜 꿈틀,하고 움직였다고."
"아....개놈새꺄 그런 얘길 왜 지금...아.... 그래서 어쩌라고.....아....."
진짜 정신이 안 차려지더라
초 긴장상태에서 그런 얘길 들으니까, 진짜 어떻게 해야 될 지를 모르겠는거야
손이 덜덜덜 떨리는 걸 감추려고,일부러 배낭 끈을 꽈악 움켜쥐었어. 더이상 앞으로 못 가겠는거야
내 상태가 안좋은 걸 알았는지 뒤따라온 C가 왜 그러냐며 내 안색을 살피더라.
".......야 C."
"엉?"
"A좀 불러세워봐."
"아, 왜?"
"새꺄 지금 ㅈ나 심각하니까 빨리!!!"
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니 C가 깜짝 놀라더니 별 걸 다 지랄이라며 투털거리고 앞서가던 A를 불렀어
B도 내 옆에 서서 여자를 흘겨보고 있고, 곧 C의 목소리를 들은 A와 여자가 후레쉬를 비추며 우리한테 다가왔어
"임마~또 뭔 난리냐~ 형님이 멀리 있으니 무섭냐? 응?ㅋㅋㅋㅋㅋ"
분위기 파악은 지지리 못하는 A가 또 실실 웃으며 나를 쿡쿡 찔렀는데....내 안색이 영 안좋았는지, 찔러도 반응이 없는 나 대신 B를 쳐다봤어
"A,저 여자 가방 좀 뒤져보자."
"뭐?"
B의 말에 어이없는듯이 A가 대꾸했어.
"하...새끼 매너없네, 암만 그래도 여자 가방 함부로 뒤지고 그러면...."
"저 여자 가방 안에, 뭔가 있어. 움직였다고"
".....뭐??"
A의 안색이 살짝 변했어.
B가 농담칠 만큼 재밌는 놈은 아니었으니까.
A가 조용히 옆에 있던 여자를 쳐다보니,
여자는 배낭끈을 양손으로 꽉 쥔채 땅만 내려다 보고 있었어.
"......저, 아가씨? 미안하지만 쟤가 쓸데없이 뻥칠 놈은 아니라서...잠~깐만 가방 좀 봐도 될까요~?"
"....아...안돼요...."
"아가씨가 그걸 안 보여주면 우리가 뭘 믿고 아가씨를 또 따라가겠어요, 안그래요?ㅋㅋㅋㅋ 잠깐만 보고 별거 없으면 다시 드릴게요."
"싫어요, 안돼요!!!!!!"
여자가 여태껏 본 적 없던 모습으로 매섭게 소리를 질렀어
등으로 맸던 가방을 앞으로 돌려서 양손으로 꽈악 쥐고 뒷걸음질 치더라.
A가 그 모습을 보고 더 열이 올랐나봐.
"....하.... 나 이 ㅆㅂ년이 좋게 볼랬더니....야...가방내놔. ㅆ발 거기 뭘 숨겨놔서 그지랄이야? 어? 가방내놔."
"안돼요...안돼요 제발....안돼요 이것만은.....제발...제발...."
A의 손이 올라갔어
짜악!!!!
여자가 휘청 하면서 뒷걸음질쳤어.
A가 여자의 따귀를 때린거였지.그것도 엄청 세게
우리가 말리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어서,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도 눈만 휘둥그레 뜨고 있었어
근데 그 상황에, 여자는
입에서 피가 흐르는데
덜덜덜 떨면서도 그 가방은 안 놓더라
"안돼요...이건 안돼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그러지 마세요....이건 안돼요...."
"하...이 미ㅊ년이....놔라.안놔?놔. 놔!! 놓으라고!!!!"
A는 본격적으로 빡이 돌았는지,
한손으로는 가방을 움겨쥐고, 한 손으로는 여자의 얼굴을 매섭게 가격해대기 시작했어
살이 찢어지는듯한 둔탁한 소리에 나도 B도 얼어붙었어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C가 가서 A의 팔에 매달려서야 A는 멈췄고,
A가 멈춘 순간 여자도 무너지듯이 가방을 놓고 땅에 주저앉았어
"하...하아... 그러니까.... 가방좀 내놓으랄때 진작 내놓으면 안쳐맞지...ㅆ발....하아...."
아직도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거리던 A가,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지퍼를 열었어
안에 보이는 건 그저....
까만 봉지 한뭉치.
그저 작지는 않은....그리고 겹겹이 싼듯한 비닐봉지였어.
그리고 멍하니 있던 여자의 눈치를 살피며 A의 곁에 가서 그 가방을 구경할때
비린내같은게 풍겨왔어
.......피냄새...였어
A가 굳은 얼굴로 꽁꽁 쌓인 비닐 몇겹을 벗겨내자,
질척한 액체로 미끈거리는 그 속에 있던 건.....
온몸이 피가 범벅이 된......아기였어............
태아....? 아니, 태아라기엔 완전히 다 큰듯한....
탯줄도 잘라내기도 전의, 눈도 못뜬 아기였어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있는듯 입술을 움찔거리는 게 보였고....
그걸 보는 순간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정신이 멍해지는 걸 느꼈어
".....이....ㅆ....발....":
그걸 본 순간은 A도 놀랐나봐
아무도 그런게 나올거라곤 예상 못했지
"야....야 이건 아닌거같다....나...난 갈래!!!!"
C가 뒷걸음질치다가 랜턴도 없이 무작정 뒤돌아 뛰기 시작했어.
B도 역시 뒤도 안 돌아보고 C를 쫓아나가더라
A도 가려는듯 일어섰는데, 내가 A의 손목을 붙잡았어.
"야!!! 저 여자 어떡해!!! 저대로 두고 가?!"
"미친새꺄 지금 쟤 챙길때야? 못봤어?! 완전 미친년이라고!!! "
A마저 내 손을 뿌리치고 뛰어가기 시작했어.
내 위에는 아기 시체, 내 옆에는 넋이 나간 얼굴이 피떡된 여자....
아, 더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유일한 불빛이었던 랜턴을 땅에서 주워서. 냅다 뛰려고 가는데
덥썩!
누군가 내 손을 잡았어
".........으............................어......................................."
미치도록 소름끼쳐서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여자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어...
".....놔.....놔요....ㅆ발....노...놓으라고......"
".......ㅊ.............아.......ㅅ......"
여자가 뭐라고 작게 말하면서,
내 손에 글자를 적는 듯한 느낌이 났어
차갑고, 피가 듬성듬성 묻은 손으로
내 손에 덜덜 떨면서 글자를 써가는데....
아, 정말로 더이상은 못 버티겠더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고 있는 힘껏 뿌리치고 냅다 달렸어
손에 후레쉬를 들었지만 비출 정신도 없었어
그저 앞으로 , 앞으로 , 간간히 꺾인 나뭇가지만 의지하면서 미친듯이 뛰었던 거 같아
영원같던 뜀박질을 얼마나 했을까,
저 앞에서 자리를 정리하는 친구들이 보였어
다 마음이 급해서 대충 가방에 쑤셔넣고 있더라고
나도 돌아온대로 애들이랑 인사할 것도 없이 무작정 가방을 조여매고 들쳐매고
모두 약속한 것처럼 아무말 없이 캠핑장을 지나 정신없이 뛰어서 내려갔어
밤길이었지만, 아까 내가 지나온 그 길보다 무서운 건 없었을꺼야
캠핑장에서 내려가서 조금 지나면 숙박시설이 있어서,
거기까지 간 다음 방 하나를 잡아 네명 모두 들어가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어버렸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려고 할 때,
문득 여자가 잡았던 손이 생각나서 보니....
손목이며 손바닥에, 피가 묻어 있더라......
뭔가 글자를 쓴 거 같긴 했지만, 알아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어
너무 기분이 나빠서 바로 온몸을 씻으며 손도 박박 씻어 버렸지
내 얘기는 그게 다야
그 뒤로 A나, B는 졸업하며 소식이 끊겨 버렸지만....C도 그때 얘기만 꺼내면 몸서리를 칠 만큼 나에겐 충격이었던 일이었어.
그 여자...그 뒤로 어떻게 돼었을까.....
그리고 그 태아는....어떻게 하려던 걸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옛날 일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