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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isa_640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kai★
추천 : 15
조회수 : 3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9/01/21 15:21:34
이제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글을 쓰네요.
원래 집회는 촛불집회 몇번 나가고 비정규직 집회 한두번 얼쩡거린게 전부지만,
어제는 정말 가슴이 아파서 양심상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놈의 정권은 항상 연초를 화재로 시작하는지...(작년 숭례문화재도 이맘때가 아니였나요?)
잠도 몇시간 못자고 헌혈까지 한 뒤에 간 집회장소라 정말 피곤하더군요.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쉬려고했지만, 가고나니까 정말 피하려고 했던 제가 부끄러워지더군요.
원래 집회장소는 용산역 광장이었다고 합니다.
광화문에서 직장다니시는 선배 한분과 용산역에 갔는데 조용하더군요.
그때 어떤 아저씨 한분이 집회장소가 변경됐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듣고 여쭤보니
장소가 사고현장으로 변경됐다고 하시더군요.
7시가 집회시작이라고 했고 저와 형은 7시 20분쯤 도착했는데 어느정도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많아보이는 전경들에 둘러싸인채...
사고현장.
언제 불이났었냐 싶을정도로 꽤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미약하게 퍼지는 화재의 잔향이
현장을 확인시켜 주더군요. 그리고 사람들의 분노가.
화염병이 잘못이다, 돈을 더 받으려고 떼쓴거다,
시위꾼들이 자초한 일이다...에 일일이 대꾸하기 싫습니다.
이례적으로 검찰 20명을 투입해서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정말 투명하고 공정한 진상조사가 국민들에게 공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현장의 분위기는 너무나 참혹했고, 경찰은 강경했습니다.
광장이 아닌 좁은 도로에서, 발언이 이어지고, 천여명 남짓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묵념을 했습니다.
그리고 행진을 하려고 하는데, 당연히 저지를 하더군요.
어쩌다가 허리부분 잘리는 곳에 걸려서 전경과 시민들 사이에서 압사당할뻔하다가...
복장이 편한복장이 아니라 일단 인도로 빠졌는데,
나름 피곤하고 더이상 못버티겠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뒤로 빠졌습니다.
그래도 가지 못하고 길건너에서 지켜보는데, 참 가관이더군요.
계속되는 전경들의 압박, 맨손인 시민들의 분노에 의지한 전진노력...
결국 물병 몇개가 전경들에게 날라갔고, 기다렸다는듯이 살수차는 살수를 시작하더군요...
차마 집으로 가지를 못했습니다... 살수는 한두번에 불과했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
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지나가시던 분들도 멈춰서서 화를 내셨습니다.
"추모제에까지 살수를 해야돼!?"
곳곳에서 아우성이 일어났고, 돌이나 나뭇가지를 던지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시던 상인 몇분이 제게 와서 철거민들 맞고있냐고 걱정스레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아니요... 때리지는 않을거에요"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아주머니들은 혀를 차시면서...정말 안됐다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전경들도 고생이고, 그 상황에서 시위대가 얼마나 밉겠습니까.
하지만, 하지만...
맨손의 시위대들... 몇발자국 떨어진곳에서 보니 정말 한줌이였습니다.
물리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밀고 당기고 하던 찰나에 경찰 한분이 시위대로 튕겨나왔습니다.
제가 그 경찰이 걱정되서 쳐다봣는데 아저씨랑 아주머니들이 그 경찰을 둘러싸서
보호해 주시더군요. 빨리 안전한곳으로 가라고...사람들이 흥분해서 험한꼴 당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아무도, 그 경찰을(전경이 아니였습니다) 해하려고 하진 않았고, 오히려
길을 터줬습니다.
한블록 건너 용산역은 정말 조용하고 휘황찬란한 불빛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데,
바로 옆은 아수라장.
찝찝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뉴스를 검색하고 칼라티비를 봤는데,
(칼라티비라는것도 첨 봤네요)
명동성당에 간 무리도 있더군요. 시민들이 돌을 던지고, 전경들도 돌을 던지고...
참 나라가 왜 이꼴인지...
늦게 일어나서 기사를 보던 중
20대 여성이 전경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는 사진을 봤습니다.
제 또래로 보이는 그 여성분 무사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신원이 확인된, 확인되지 않은 여섯분의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정부측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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