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부모님하고 이야기하는 중에 총선얘기가 나와서 누구 찍을지를 물어봤었습니다.
두분 모두 대학생 때 데모 좀 하고, 새누리당 엄청 싫어하고 예전에 민주노동당 찍었을 정도로 열린분들이십니다. 그래서 내심 정의당 아니면 더민주겠거니 하고 물어본 거였는데, 놀랍게도 두분 모두 "안철수" 찍을까 라고 답하시더군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한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안철수 쪽을 찍어주는게 맞을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예상 외의 답변에 벙쪄서, 안철수 별론데... 이러고 그냥 말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기회를 봐서 설득하려고 눈치를 보고 전략을 짜다가, 부모님에게 "안철수" 사람 자체가 별로다, 라는 것을 설득하는 것보다 안철수 밑으로 들어간 탈당한 사람들이 별로다, 라고 설득하는 것이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먼저 국민의당에서 5명 영입한 사람들 중에 3명이 비리로 영입취소가 되었었다고 말하고, 안철수가 사람은 좋은데 그 밑에 요새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들어서 별로다, 라고 했습니다. 전문탈당꾼 김한길 씨의 예를 들면서, 안철수가 정치를 잘 몰라서 자꾸 다른 사람한테 이용당한다. 국민의당 걔네가 이번에 안철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느냐, "한상진 꺾고, 안철수 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이런 문자를 보낸다, 하면서 뉴스 보여줬습니다. 이번에 더민주에서 여론조사랑 공약이행도 이런 것으로 평가를 해서 하위 20%는 공천을 안 주겠다고 하니까, 얘네들이 공천 받고 싶어서 정치를 잘 모르는 안철수를 부추겨서 탈당하게 하고 그 밑에 공천 받으러 들어갔다. 그런데 지네들끼리 해먹으려고 안철수는 얼굴마담으로 그냥 소외시키고 있다. 친MB계 사람도 국민의당에 들어가고, 새누리당이 내놓은 법안인 '테러방지법', '노동개악' 같은데도 다 찬성하고 나쁜 놈들이다, 절대 뽑아주면 안 된다,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어제는 아버지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안철수가 당권을 빼앗길 것 같다는 뉴스를 봤다고 말하시더군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야, 안철수의 요상한 행적에 의심을 갖다가 이제는 안철수에 대한 의심을 불신으로 굳혀갔지만, 일이 바빠 뉴스를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안철수는 아직도 무릎팍도사, 서울시장, 대선 양보 등으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종편 등에서 하도 문재인 흔들기, 안철수 띄우기를 해댄 탓에 뭔가 문재인이 못 믿음직해보이고 안철수를 찍어볼까?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지역감정 때문에 새누리당을 찍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설득이 가능한 부류입니다.
원래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을 욕하는 것에 기분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짜 이미지라고 하더라도 그런 얘기를 꺼내려고 하면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거나 혹은 그래도 사람이 괜찮아보이던데.. 하고 약간 의심을 하면서도 그래도 한번은 믿어봐야지 할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마음을 돌리는 게 힘듭니다. 하지만 "김한길, 주승용" 등 탈당파들이야 비리도 넘쳐나고 이미지도 원래 안 좋지 않습니까?^^ 안철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안철수 욕을 해서 거부반응을 보이게 하는 것보다 안철수 밑으로 들어간 비리, 탈당 이력이 화려한 사람들을 까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