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수아 기자] 첫 방송부터 강했다. 웃기면서도 슬펐다. 23일 단독시트콤으로 재탄생한 tvN 군디컬 드라마 '푸른거탑' 말이다.
'푸른거탑'은 군대 이야기다. 물론 주인공도 군인이다. 말년병장 최종훈, 호랑이 병장 김재우, 사이코 상병 김호창, '작업의 신' 일병 백봉기, 비굴한 이병 정진욱, 어리바리 신병 이용주 등.
처음부터 강한 주제로 시청자를 만났다. 현역 군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혹한기 훈련'. 말그대로 혹한의 상황에서도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기 위한 훈련이다. 체감온도 영하 30도 야외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훈련 에피소드. 웃기고 슬프고 추웠다.
첫화의 주인공은 '꾀병의 신' 말년병장 최종훈이었다. 행보관의 파견 제안에 "말년에 파견은 무슨"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이는 크나큰 실수였다. 파견 대신 그에게 돌아온건 혹한기 훈련이었다. "젠장 말년에 혹한기라니."
혹한기 훈련은 내복 세겹 혹은 네겹이 기본. 최 병장은 내복 5벌을 입었다. 이성을 잃고 소대원들의 옷까지 뺐어 입으려 했다. 그의 욕심은 나중에 큰 화로 돌아왔다.
혹한기 훈련은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었다. 시작은 40km 행군. 완전 군장을 하고 지옥같은 행군을 마쳤다. 도착한 곳은 한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뱀사골. 온도계가 영하 22도까지 내려가다가 터졌다. 텐트를 치기 위해 땅을 파다 뱀까지 만났다. 최병장은 뱀술을 담그겠다며 뱀을 챙겼다.
상의탈의 훈련은 기본. '오버의 신' 대대장은 눈밭에 누워 자신의 용맹함을 보여주려다 실신까지 했다.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밥도 꽁꽁, 반찬도 꽁꽁, 우유도 꽁꽁. 모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점점 거지꼴이 됐다. 추워서 잠도 잘 수 없었다. 김재우 병장과 김호창 상병이 나서 행보관의 난로를 훔쳤다.
군인들은 따뜻한 난로를 쬐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때 최병장이 잡았던 뱀이 김병장을 덮쳤다. 김병장은 깜짝 놀라 난로를 쓰러뜨렸고 불이 났다. 텐트는 구멍이 났고, 군인들은 더 추운 환경에서 잠을 자야했다. 뱀의 공포도 되살아났다. 사라진 줄 알았던 뱀은 온몸을 꽁꽁 싸맨 최병장과 함께 였다. 부하들은 최병장을 살리기 위해 발로 그의 몸을 밟았다. 최병장은 중요부위를 다쳤다. "말년에 거시기 얼음찜질이라니."
혹한기 훈련은 시간이 흐를수록 극한의 상황에 치달았다. 하이라이트는 배변. 군인들은 배변 신호가 와도 참았다. 지나치게 더러운 간이 화장실과 추운 날씨 탓이었다. 하지만 참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연이어 희생자가 속출했다. 첫 희생자는 최병장이었다.
최병장은 김재우 병장, 김호창 상병과 함께 간이화장실에 쌓인 변을 치우는 업무를 맡았다. 꽁꽁 얼어붙은 똥덩어리를 깨서 치웠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행보관의 라면을 훔쳐먹고 난 후 사태가 벌어졌다. 최병장은 "혹한기 훈련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대뇌의 전두엽까지 엔돌핀이 왔다"라며 웃음 지었다. 기분 좋은 것도 잠시, 배변 신호가 왔다.
최병장은 산비탈에서 시원하게 볼일을 마쳤다. 이후 휴지를 줍다가 자기가 싼 후 얼어버린 똥에 머리를 부딪혔다. 김병장은 "말년에 똥칠을 한다"라며 최병장을 놀려댔다. 하지만 김병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간이화장실에 도착했지만 옷을 벗는 도중 볼일을 봐버렸다. 변이 묻은 팬티를 벗다가 대령과 사병들앞에서 엉덩이를 노출하는 굴욕을 겪었다.
배변 잔혹사의 마지막 희생자는 김호창 상병이었다.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는 체질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김상병. 변의를 느꼈지만 꿋꿋이 참았다. 이용주 신병이 쓰러지자 자신이 대신 군장을 짊어졌다. "화이팅. 아자!"를 연신 외치며 겨우 부대에 도착했다. 대령은 불굴의 투지를 보인 김상병을 격려했다. 김상병을 독려하며 엉덩이를 톡톡 두드린 순간, 참았던 변이 터졌다. 이후 김상병은 언제 어디서나 볼일을 볼 수 있는 체질로 바뀌었다.
'푸른거탑' 첫 방송은 말그대로 '실감'났다. 리얼한 군인들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눈더미에 파묻혀서 콧물을 흘리고, 혹한기 행군을 앞두고 방한도구를 겹겹이 껴입고, 짜증 섞인 표정으로 꽁꽁 얼어붙은 밥덩어리를 먹는 상황은 실제 군인들을 보는 듯 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1화는 실제로 체감온도가 영하 30도에 달했던 1월 초 산 속에서 촬영했다. 실제 군대의 혹한기 훈련보다 힘든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 '푸른거탑'의 노고는 작품의 완성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했다.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배우들은 환상 궁합을 자랑했다. 특히 최종훈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말년에 산 비탈에서 엉덩이를 까다니", "대뇌의 전두엽까지 엔돌핀이 왔다" 등의 유행어는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