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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404호
게시물ID : humorbest_6546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추냥냥
추천 : 24
조회수 : 6867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04 08:07:37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03 18:34:45

[404호를 빌리고 싶습니다만...]

그 우스꽝스러운 녀석이 말했다.

기묘한 것을 요구하는 녀석은 자주 있지만 이 녀석은 그 중에서도 요구도 외견도 특별히 더 이상했다.

얼굴은 거무스름하고, 등은 구부러져 있다.

목소리는 무리해서 짜내는 것 같은 불쾌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이 더운 날씨에도 온 몸을 감싸는 시커먼 코트를 입고 있다.

[아, 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씀 드렸잖습니까. 이 건물에는 404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길하다고 건물 주인이 빼 버렸어요. 여길 보세요.]라고 말하며 나는 건물의 조감도를 보여줬다.

이것을 설명하는 것이 벌써 몇번째인지 모른다.

[알고 있습니다... 404호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빌리겠다는 겁니다.]

이 녀석은 바보인건가?

아니면 어딘가의 야쿠자가 분란을 일으키려고 일부러 보낸 것일까?

장난이 아니다.

이 쪽은 열심히 일해왔을 뿐인데.

[몇번이나 말씀드렸잖습니까. 없는 방이니까 빌려드릴 수 없어요.]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돈은 지불하겠습니다. 그 쪽에서는 404호를 나에게 빌려준다는 서류만 만들어서 나와 계약해주면 됩니다. 방은 없어도 괜찮으니까요.]

이 녀석은 미치광이다.

틀림 없다.

나는 울화통이 터져서 언성을 높여버렸다.

[이봐, 당신 적당히 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거야. 장난이라면 어서 돌아가!]

시끄러운 것을 알아차린 소장이 사무실에서 느릿느릿 걸어 나온다.

공연히 화를 내고 있던 나는 소장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지껄이듯 이야기했다.

나에게서 모든 경위를 들은 소장은 [손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라며 지금까지 내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아 이상한 손님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미안하지만 자네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겠나?]

자, 소장이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자.

말도 안 되는 것이 틀림 없다.

없는 방을 빌린다니,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나는 사무실의 안에 틀어박혀 소장이 언제까지 참을지 보자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아뇨, 저희 쪽이 실례했습니다...]라고 소장이 사과하는 것이 들렸지만 드디어 소곤소곤하는 목소리만 들리게 되었다.

언제쯤 끝날지 언제쯤 끝날지 30분도 넘게 기다리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을 때.

[이봐, 어서 일어나.]

소장이 나를 깨웠다.

[이 손님에게 404호실을 빌려 드리게.]

바보인가, 소장은?

이 여름의 더위 때문에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것인가?

[그렇지만 소장, 없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평소처럼 하게. 서류를 만들어서 수속을 밟아. 서로 404호실에 대해서는 의견이 통했어. 아무런 문제도 없어!]

충격이었다.

[건물주에게는 어떻게 말할 겁니까?]

[아까 물어봤다. 집세만 지불한다면 자잘한 것은 상관않겠다고 하더라.]

엉망진창이다.

[관청에는 뭐라고 말할 겁니까?]

[없는 방이니까 보고하지 않으면 돼. 입만 잘 단속하면 된다.]

당신이 그러고도 소장이냐?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 같군요... 그럼 서류를 만들어 주십시오. 돈은 여기 있습니다.]

검은 코트의 남자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하며 눈 앞의 가방을 열고 지폐 뭉치를 꺼냈다.

[예. 즉시 만들어 드리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봐, 자네, 빨리 하게!]

기분 나쁜 소장 녀석 때문에 마지못해 나는 이 바보스러운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서류를 만드러 놈에게 사인을 요구한다.

놈은 손까지 시커멓다.

필적이 이상해서 읽기 어렵지만 이름은 Nyaru hotep이라던가 하는 것 같다.

수속이 끝났다.

[그럼 끝난 것 같군요. 이제부터 이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이것으로 실례하겠습니다.]

그 놈은 사무소에서 나갔다.

[소장님, 이상해요. 아무리 봐도 범죄와 연관된 것 같습니다. 말려들면 큰일이에요.]

[이상해도 이상한대로 괜찮아. 돈을 지불하니까 괜찮잖아. 없는 방을 빌리는 일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아.]

[그렇지만 이사라고 말했잖아요. 남의 방에 무리해서 얹혀 살거나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다면 바로 내쫓아야지. 빌려준 것은 어디까지나 404호니까. 404호라면 좋지만, 그 이외에는 안 돼.]


벨을 누르니 시꺼먼 놈이 방 안에서 나타났다.

[아아, 지난 번 당신입니까... 무슨 용건이십니까?]

[아니, 당신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지? 빌리는 건 404호라는 계약이었을텐데.]

[보시면 알겠지만 404호입니다. 무언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나요?]

시치미 떼지 마, 이 녀석.

[장난 치지 마. 이상한 일을 했다간 경찰이 찾아와서 귀찮아져. 빨리 짐을 챙겨서 나가.]

[유감스럽지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일 따위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잘 확인해 보세요.]

나는 4층의 방의 개수를 셌다.

조감도에서는 401호에서 405호까지의 방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404호는 존재하지 않으니 방은 4개인 셈이다.

방이 4개니까 문도 4개.

단순한 계산이다.

그러나 문은 어째서인지 5개 있었다.

[그럼 이제 된 것 같으니 저는 들어가 보지요...]

놈은 [쾅]하고 문을 닫아버렸지만 나는 절대로 납득할 수 없었다.

짜증이 나서 다른 모든 방에 알아보기로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퇴거자가 나오게 되어 그 건물에 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

일주일 전을 떠올리며 4층에도 들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로 4층에 가니... 거기에는 404호가 있었다.

아마 전에 그 녀석이 남의 방에 억지로 정착하고 방 번호를 다르게 쓰고 있는 것일 것이다.

소장님, 역시 성가시게 되었잖아요.


401호 거주자

[어라, 404호실은 없던 건가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있잖아요. 아마 처음부터 있던 거 아닐까요?]

402호 거주자

[404호입니까? 확실히 처음에는 없었는데요. 어느 사이에 사람이 사는 것 같네요. 조금 이상하지만 딱히 이 쪽에 폐가 되는 것도 아니고...]

403호 거주자

[옆 방? 이사 왔을 때 인사하러 왔는데 그닥 이상한 건 모르겠던데?]

405호 거주자

[옆 방 사람이요? 흑인인데 멋있어요. 마치 배우 같던데.]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층에 가 보면 문은 모두 4개다.

4층만 5개 있다.

404호만 어딘가에 툭 튀어 나와 있기라도 한건가?

관리인에게도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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